시리즈 세계문학전집 38 | 서머싯 몸 | 옮김 송무
출간일 2000년 6월 20일

어릴 때에는 어떠한 꿈을 꾸어도 인정받는 시기다. 그러나 학령기를 지나면서 꿈이 무엇인지, 진정한 자신이 누구인지를 인식하지 못한 채 바쁜 입시 준비에 치여 숨 가쁘게 살아간다. 성인이 되어서는 꿈에서 더욱 멀어져 현실의 가혹한 매운맛을 매일 체험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달(꿈)의 몰락’이 일어난다.


예술가의 삶은 종종 높이 떠 있는 달과 손에 쥔 6펜스 사이의 괴리로 비유된다. 달은 끝없이 아름다운 이상향으로, 6펜스는 현실의 가혹함과 한계로.


이 작품의 주인공은 ‘폴 고갱’을 모티브로 한 찰스 스트릭랜드다. 그는 안정된 삶을 버리고 예술가의 길을 걷기로 결정한다.

모든 것을 버리고 타히티에 머물며 진정한 예술 세계를 발견, 그곳은 그에게 달이자 6펜스였다. 예술에 대한 그의 열정은 물감 살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천국이었지만, 반사회적이고 고립적이었던 그는 그 물감 살 돈’도’ 없는, 지독한 가난과 불안의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작품은 스트릭랜드의 이야기를 통해 예술과 삶의 균형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예술가의 삶은 기행과 악행을 통해 진정한 예술을 창조할 수 있을까? 혹은 예술과 삶은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


소설을 읽는 우리는, 자신만의 달과 6펜스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고 무던히 애쓰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자신의 달을 향해 과감하게 몸을 던진 스트릭랜드가 외려 부러울지도 모르겠다.


하여 우리에게 이상향으로 보이는 작품 속 ‘예술’이라는 것은, 스스로 직면하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미세한 교집합을 찾아내는 가장 개인적인 ‘해답’이 아닐까 한다.
그 해답을 찾으려 이렇게, 애써 고군분투하는 것이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