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와 뫼르소

요조는 타인에게 신세를 졌다는 느낌을 받으면 그 사람과 헤어지고 나서 극심한 불안을 겪는다. 어릴 때는 그러한 그의 사고가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무슨 느낌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사람을 두려워하는 요조는 그 누구보다도 사람을 좋아했고, 사랑 받고 싶어했다. 그런데 신세를 질만큼 호감을 가진 상대가 자신을 귀찮아하거나 혹은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지 못할까봐 두려워했던 것 같다. 사람과 관계를 끝맺음 하는 법을 몰라서, 언제 헤어져야하는 지도 모르고, 불안한 상태가 싫어서 헤어져야 할 것만 같은 이유를 찾고 이별에 당위성을 부여하고자 한다. 그런 요조에게 호리키나 다케이치가 편했던 이유는 요조가 그들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과 오랜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아서 이별이 두렵지 않았고, 오히려 편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건 어렵다. 감정만으로 관계가 유지되는 건 아니다. 관계 유지 자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요조는 그 노력을 두려워했고, 노력하는 법을 몰랐다.

요조는 처음으로 사랑한 여자와 자살 시도를 했다. 여자는 죽고, 요조는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