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독을 보았을 때 비로소 나의 고독에 솔직해질 수 있었다.

주인공 요조는 너무 여리고 약한 존재다.

그가 여리기는 하지만 선하다고 볼 수 없는 까닭은 그가 본인의 자아에 시름하는 동안 다른 도덕적인 가치관들이 완전히 망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엉망진창으로 살았으나(객관적인 관점에서), 그의 세계에서는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았다. 마지막 선택에서 알 수 있듯이.

누구보다도 번뇌하며 인간이 가진 이중성에 대해 경멸하고 무서워하였으며, 동시에 자기 자신마저도 같은 인간의 모습에서 끊임없이 고통스러워하였다. 그의 번뇌와 고통은 너무도 격렬해서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공감이 가는 면이 있었다.

이 책이 지금까지(70년이 다 되어가도록) 사랑 받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다른 독자의 리뷰를 보며 청년일 때 열광하며 읽었던 이 책을 10년 후에 읽었을 때 공감이 가지 않더라는 글을 보며.. 지금 이 책을 만나서 다행이다 싶었고, 또 요조의 고통이 젊은이들의 것이라는 것도 깊이 공감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아파하고 성찰하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작가 스스로는 “인간다움”을 인정하고 이해하는데 실패했다고 했지만, 우리를 대신하여 깊이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이 책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치유받고 우리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지독하게도 인간사의 음울한 면만 곱씹다 간 작가의 [인간실격]을 청춘이 가기 전에 읽어보길 추천한다.

쓸쓸하다
여자들의 천만 마디 신세 타령보다 분명 그 한마디의 중얼거림이 더 공감을 부를 것 같은데, 이 세상 여자들에게서 나는 끝내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는 게 이상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61쪽

하지만 딱 하룻밤이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나자 나는 원래의 경박하고 가식적인 광대가 되어 있었습니다. 겁쟁이는 행복조차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솜에도 상처를 입는 것입니다. 행복에 상처를 입는 일도 분명 있습니다. 더 이상 상처를 입기 전에 어서 빨리 헤어지고 싶어서 예의 광대 짓이라는 연막을 쳤습니다. 62쪽

‘그건 세상이 허용하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네가 허용하지 않는 거겠지.’ 93쪽

신께 묻습니다. 무저항은 죄인가요?
호리키의 그 이상하게 아름다운 미소에 나는 눈물을 흘렸고 판단력도 저항하는 것도 잊은 채 차에 탔고 그리고 이곳에 끌려와 미친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곳을 나가더라도 나의 이마에는 미친사람, 아니, 폐인이라는 낙인이 찍히겠지요.
인간실격.
이제 나는 완전하게, 인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1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