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르 잠자가 되는 일

카프카의 작품 중 가장 인상깊게, 가장 여러 번 읽은 작품이 바로 『변신』 이다. 이 작품은 신기하게도 읽을 때마다 감상이 달라지는데, 아주 어릴 때에는 징그러웠고 학생 때는 어려웠으며 다 크고 나서는 괜히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레고르는 가족을 부양하며 누이동생을 음악 학교에 보내겠다고 꿈꾸는 성실한 외판사원이었으나, 돈을 버는 가장에서 해충으로 전락한 그를 바라보는 가족의 시선은 점점 불쾌하게 변해간다. 그레고르가 어느날 갑자기 벌레가 되어버렸다는 도입이 굉장히 낯설고 비현실적이다. 현실에서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바퀴벌레가 되는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로 직장을 잃는 일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구조조정과 같은 회사의 사정일 수도 있고, 사고나 지병으로 몸이 아프거나 나이가 들어 일을 그만둬야 하기도 한다. 그레고르 잠자가 벌레로 변한 사람이 아니라 어느날 회사에서 해고당한 가장이라고 생각한다면 가족들이 점차 그레고르에게 무신경해지고 그를 괴물 취급하는 것이 참담해진다. 그레고르 잠자는 직장에서 자리를 잃고 가정에서조차 외면받아 떠돌게 되는 현대인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다. 누구나 그레고르 잠자가 될 수 있다.

카프카의 단편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때로는 아주 소름돋거나 기이하고, 불쾌하거나 우울해진다. 물론 특이한 소재와 그 소재를 풀어내는 흐름, 문체에서 오는 느낌도 있겠지만 어쩌면 그런 불쾌함은 정곡을 찔린 기분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사회의 문제점, 또는 내면의 우울함 같은 부분을 직면하게 되는 불쾌함이다. 『변신』이 특히 그렇다. 엄연한 사회 구성원이지만 신체 또는 정신의 문제로 노동이 불가능한 사람에 대한 취급, 경제 활동의 여부로 사람의 가치를 판가름하는 행태, 경제능력을 잃고 가정에서 소외된 가장의 모습. 오랫동안 존재해 왔지만 ‘효율적인 사회’와 ‘이상적인 가정’을 위해 외면해 왔던 이야기들을 너무나 직설적으로 꼬집어내기에 읽을수록 기분이 떨떠름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