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페르난두 페소아는 수십 가지 이름을 가지고, 그 이름마다 다른 스타일의 시를 만든 특이한 시인이다. 이 시집에도 세 이름의 시인으로서 낸 시들이 들어있는데 나는 알베르투 카에이루라는 이름으로 지어진 시들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한국 작가들의 시들만 읽다가 외국 시인의 작품을 읽어서 새로웠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한국 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섬세함보다는 하고 싶은 말을 직접적으로 뱉는다는 느낌. 번역 시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어의 특히 미묘한 조사나 어미보다는 하고 싶은 주제가 먼저 와닿는 느낌이어서, 시의 길이나 문장 길이와는 별개로 오히려 이해하기 쉽다고 느껴졌다.

그 외에도 이번 시집에서 많이 느낀 부분은, 결국 시인도 과학자도 같은 류의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나를 계속 탐구하는 자세. 그리고 사물의 내면 따위는 없고, 우리가 의미를 부여해서 해석하는 것뿐이라고 말하는 시인의 모습에서 과학자의 모습이 많이 떠올랐다.

새로운 시인을 발견해서 너무 기쁘고, 민음사의 세계시인선에도 더 애정이 생길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