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일 2000년 12월 2일

자기 전 오디오북으로 듣다가 내용이 궁금해져서 읽게 된 책이다. 초반부에 주인공인 싱클레어가 사춘기 시절의 고민을 하는 부분부터 흥미롭다. 선과악에 대한 고민, 성에 대한 고민, 자아에 대한 고민 등 어찌보면 어른이 되고 나면 별 것 아닌 것들에 너무나도 진지하게 고민했던 10대의 모습이 잘 나타나서 헤르만 헤세의 능력에 감탄하면서 읽기도 했다. 물론 나의 10대 시절보다는 싱클레어와 데미안은 훨씬 철학적인 친구들어서 청소년기에 읽었으면 오히려 와닿지 않았을 것 같고, 자아가 뭔지 이제야 좀 알 것 같은 현재에 읽어서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이 소설이 현실 세계 외의 것을 다루는 게 보이고, 갑자기 판타지같은 전개가 계속되면서 이 소설이 어디로 가는건지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 소설의 매력은 거기서 오는 것 같다. 데미안 자체를 주인공 내면의 목소리라고 생각하면 자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즈음 어디선가 데미안이 나타나고, 데미안이 생각나지 않는 시기도 생겼다가 결국 진정한 자아를 찾게 되면서 데미안과 하나가 된다는 개념을 소설로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성장소설 외에도 종교 소설의 관점에서 봐도 재밌을 책이었다. 중후반부에는 헤르만 헤세가 실제로 사이비 종교(혹은 단순히 일반적이진 않은 종교)자여서 소설로 메세지를 전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지만, 단순히 기독교 외 종교와 철학에 관심이 많은 작가가 아닐까.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한다는 것이 기존에 당연시하던 것을 뜯어보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오는 것인만큼, 종교에도 적용해서 더 풍성하게 읽을 수 있는 관점을 만들어 준 것 같다. 고전은 읽을 때마다 새롭다고 하는 이유도 느낄 수 있었던 책이다. 이 책은 소장해서 두고두고 읽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