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교양필수 수업으로 듣게 된 ‘명저읽기:인문’ 강의의 교재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가장하여 존재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다룬 철학 소설이었기에 완전히 이해하며 읽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완독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이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2. 저자, 밀란 쿤데라
이 책의 저자인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1929년 4월 1일 ~ )는 체코의 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음악학을 공부하며 자랐다. 프라하에서 문학과 미학을 공부했고, 영화 연출과 시나리오 공부도 하였다. 하지만 그는 1950년 정치적 간섭으로 인해 학업과 연구 활동이 중단된 경험이 있다. 그리고 1968년 ‘프라하의 봄’이라고 불리는 정치적 운동에 참여하면서 그의 작품들은 고국에서 출판이 금지된다. 그의 대표작이자 명저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1984년에 출간되었다.
3. 서사를 이끌 네 명의 주인공
‘Einmal ist keinmal’을 외치며 삶의 무게에 부담을 느껴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외과 의사 토마시(Tomas), 토마시에게 운명적인 끌림을 느끼는 ‘무거움’의 상징 테레자(Tereza), 조국으로부터 자유롭기를 원하고 배신이 몸에 밴 화가 사비나(Sabina), 그리고 유부남이자 사비나의 애인인 대학교수 프란츠(Franz)가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다. 토마시는 ‘가벼움’을 추구하며 그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 주는 사비나와 사귀는 동시에 테레자를 만난다. 토마시와의 사랑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테레자는 그러한 그의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자유분방하며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비나는 조국 체코의 정형화된 예술과 아버지, 그리고 자신의 아내가 될 것을 요구하는 애인 프란츠를 배신한다. 네 사람은 인생과 존재에 관한 관점의 차이로 인해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며 끝없이 갈등한다.
4.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가장한 철학 이야기?
이 소설은 1960-70년대 체코슬로바키아의 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이 일어난 시기를 배경으로 인간의 삶과 죽음을 ‘무거움’과 ‘가벼움’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바라본 소설이다. 밀란 쿤데라는 서로 대조적인 4명의 주인공, 즉 ‘무거움’의 상징인 테레자와 프란츠, ‘가벼움’의 상징인 토마시와 사비나 네 사람의 대비를 통해 인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 ‘과연 우리의 삶은 가벼움일까, 무거움일까, 혹은 그 사이일까?’, ‘사랑은 무거운 것일까?’, ‘무거움과 가벼움 중에 어떤 것이 긍정적인가?’ 등 다양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밀란 쿤데라는
영원히 반복되는 역사가 무거운 것이라면,
그에 반해 단 한 번뿐인 인간의 삶은 상대적으로 가볍다.
를 말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나 역시 이 분에 대해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하지만 역사를 배경으로 했을 때 사람의 삶은 가벼울지라도 우리의 삶 속에 존재하는 사랑과 책임, 그리고 개인의 위치와 본분, 역할 등은 무겁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의 존재와 인생을 무거움과 가벼움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는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벼운 삶’ 속에 ‘무거운 요소’가 존재하기에 이 둘은 공존하기 때문이다. 한 번쯤 우리의 존재와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고 고민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울러 이 소설을 영화화한 <프라하의 봄>이라는 영화 작품도 있으니, 소설 읽기가 부담스럽거나 책을 이미 한 번 읽어본 분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