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일 2009년 6월 30일

<인생의 베일><달과 6펜스>를 읽고 나서 ‘서머싯 몸의 책은 다 읽어봐야겠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많은 생각과 나의 삶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라니……

1차 세계대전에 비행기 조종사로 참전한 래리는 자신을 구해 주고 대신 죽은 동료의 죽음을 본 뒤로 자신의 인생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자기 내면에 뭔가가 빠져있다고 느낀 래리는 평범한 삶을 버리고 신과 인생의 의미와 자기 자신의 존재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책을 파고들고 유럽 각지와 인도, 수도원 등을 돌아다니며 여러 종교와 철학을 두루 접하는데요. 약혼녀 이사벨과 함께 하길 원했지만 결국 이사벨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합니다.

한편 래리와 약혼했던 이사벨은 도저히 래리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속세의 평온한 삶과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포기하면서까지 래리의 인생관에 합류하고 싶진 않습니다. 결국 래리와 파혼하고 안락한 삶과 부를 택한 이사벨이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선택을 나무랄 수는 없지요.

또한 래리와 이사벨만큼이나 중심을 이루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이사벨의 삼촌 엘리엇입니다. 배경은 미국과 프랑스의 상류사회를 보여주는데 여기에 가장 잘 들어맞는 인물이 바로 엘리엇이기 때문이죠. 부유한 상류층들의 위선과 허식들로 똘똘뭉친 그들의 생활을 속물인 엘리엇에게 아주 잘 녹아들어 한층 재미를 더해준달까요?.^^

사교계를 자기 삶의 일부라고 할 만큼 끔찍히 여기는 엘리엇은 원하는 파티에 초대받기 위해서라면 모욕도 참아냈고 그 어떤 무례함도 감수합니다. 끈질긴 근성으로 목표 대상은 집요하게 공약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뿐더러 사람을 만날 때는 사회적 신분외엔 관심이 없는 사람이지요. 하지만 이것이 겉으로 드러낸 그의 모습이라면 속에는 그 누구보다 자상하고 배려 깊으며 마음이 넓은, 여동생을 끔찍히도 사랑하는 남자입니다.

저자는 엘리엇을 이렇게 속물과 허영심 가득한 사람으로 만들어 놓고 또 밉지 않게 만들어 놓기도 했지뭡니까. 오히려 래리의 이야기보다 엘리엇의 이야기에 더 흥미와 재미를 느꼈을 정도이니까요.

하지만 이것이 겉으로 드러낸 그의 모습이라면 속에는 그 누구보다 자상하고 배려 깊으며 마음이 넓은, 여동생을 끔찍히도 사랑하는 남자입니다. 베풀길 좋아하고 하지만 남의 시선또한 중요하게 여기는 남자, 상류층 귀족의 삶을 절대 포기 못 하며 죽어가면서도 가장 무도회에 초대 받지 못한 것에 격분하는 절대적인 속물 엘리엇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다가와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건 뭘까요?ㅎ

화려하고 사교계의 명성있는 사람으로 살다간 엘리엇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는바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이고 재밌었던 것은 저자인 서머싯 몸이 직접 등장해 주인공들과 어울리며 때론 친구처럼 때론 조언자처럼 때론 자신의 소소한 이야기도 들려주며 이끌어가는 모습이였습니다. 저자는 못생긴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이 익숙지 않다는, 그래서 이사벨과 마주 앉아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의 말이 참 인상깊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나의 삶에 대해, 인생관에 대해, 나의 존재에 대해 묻고 답을 얻으려 한 적이 얼마나 있을까요?.

일명 ‘도를 아십니까?’를 깨우치기 위해 떠난 래리의 모습을 보면서 만약 그가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이사벨과 결혼을 했다면?

그런 이야기였으면 과연 우리에게 울림은 커녕 뻔한 스토리에 그저그런 책이라고 낙인찍혔을 것입니다. 그렇게 떠난 래리가 있기에 다른 등장인물들의 개개인의 묘사가 더욱 도드라지게 보여져서 동정도, 안타까움도, 토닥토닥도 하면서 그들의 인생사도 눈여겨 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 세속의 연을 등지며 살아가는 래리를 보고 있으면 <달과 6펜스>가 떠오릅니다. 스트릭랜드 역시 억압적인 속세를 벗어나 오직 자기만의 가치관으로 가난과 고통은 물론 안락함까지 철저히 무시한 채 살아갑니다. 그래야만 진정한 예술혼이 나올 수 있다는 듯이 말이지요.

래리역시 속세의 자본, 즉 자유는 자기에겐 속박이 될뿐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걸 누릴 수 있는 현세에선 절대 자신의 존재를 찾을 수 없다는 듯이 말이죠. 철학적 삶을 쫓는 래리를 보면 ‘달의 세계’가 떠오르고 래리의 삶을 이해 못 하고 안락한 삶과 부를 택한 이사벨과 명예와 명성은 물론 상류층의 삶을 절대 포기 할 수 없는 엘리엇을 보면 ’6펜스의 세계’가 떠오르는 이유입니다.

서머싯 몸의 작품을 보면 철학적 요소를 많이 다룬 듯합니다. 그렇다고 딱딱하거나 지루한 내용의 얘기가 아닌 우리가 한 번쯤은 꼭 되돌아 봐야 할 물음에 대한 얘기말이지요. 그래서 서머싯 몸의 책을 읽으면 다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회시면 서머싯 몸의 책을 꼭 읽어보시라 추천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