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안 읽혀서 힘들게 힘들게 읽은 책.

사건 전개가 느리거나 하나의 문제를 깊이 파고들면 속도감이 떨어지고

페이지 넘어가는 맛이 없으면 소설은 재미없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파리대왕이 바로 이 속도감 떨어지는 소설.

번역한 지가 꽤 된 듯한 단어들도 읽는 재미를 떨어뜨리는 요소였다.

특히 ‘흉터’ 라는 단어의 쓰임이 굉장히 거슬렸음.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어내면 보람이 따르는 책이다.

 

소년들이 무인도에 떨어졌다.

소년들이 힘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하고 구조되었다는 이야기라면 좋으련만,

어둠의 의미를 가진 파리대왕이란 제목 하나로 그렇지 않다는 걸 직접 드러내고 시작한다.

 

소년들은 무인도에 잘 적응해서 그럭저럭 살아간다.

문제는 환경이 아니라 바로 소년들 자신.

권력에 대한 욕심, 내재된 폭력성, ‘함께’라는 힘이 가지는 익명성과 책임의 회피, 두려움…….

인간이 이성으로 통제했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무인도라는 환경에서 드러나기 시작한다.

 

성인이 아닌 소년들이기 때문에 더 잔인하고 더 설득력 있다.

있을 수 없는 과장이라고 하기엔 우리네 현실과 너무나 흡사해서 씁쓸함이 한가득.

마지막에 함께 울음을 터뜨림으로 인해 그들의 살의가 용서되는 것인지, 장난이 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혼란스럽다는 것은

나 역시 ‘그럴 수 있지, 애들이니까” 라는 말로 일부분 용서가 되고 설득당했다는 뜻이겠지.

 

인간이 가진 폭력성과 무자비함이 소년이라는 미성숙한(?) 존재를 통해 드러나고

이렇다 할 해결 없이 이야기가 끝나니

몇 날이 지나도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마음이 찝찝하다.

인간 내면을 들여다보고 인간 본성에 대해 수많은 고민 거리를 떠안기는 고전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책.

인간 내면과 본성에 대한 답은 내가 찾아야 하겠지.

​힘들게 읽은 값을 하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