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는 곳으로

‘오늘의 젊은 작가’책이라 하면 아직 읽지 않고 책장에 고스란히 꽂혀(?) 있는 <82년생 김지영><한국이 싫어서><나는 농담이다>가 있다. 워낙 한쪽으로만 치우치다 보니 사놓고도 자꾸 밀려난다. 그런데 <82년생 김지영>은 한동안 평들이 많이 올라와서 그 평만 몇 번 읽다보니 꼭 내가 책을 읽은 착각이든다. ㅋ
여튼 우연히 <해가지는 곳으로>를 보게 됐는데 그 짧은 내용을 보면서 금세 흥미를느껴 구입하게 됐다. 이 책은 최진영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이라 하는데 나는 처음 접하게 되었다.

책은 러시아 대륙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정체모를 바이러스가 전세계에 퍼져 간다. 감염 된 사람들은 모두가 죽었다. 어린아이 간을 먹으면 낫는다는 해괴망측한 괴담.

살아남은 자들은 한국을 떠나 안전한 곳을 찾기 위해 끝없는 여정길에 나선다.
살아남은 도리와 미소. 도리는 어린 동생 미소를 지키기위해 도둑질을 해가며 대륙에 닿았지만 어린아이 간을 먹으면  낫는다는 해괴한 괴문소은 러시아에도 떠돌았다.

약탈과 강간 살인이 들끓고 좀비 같은  인간들의 잔인한 행동들이 안전 지대를 찾아 떠도는 도리와 미소에겐 더욱더 힘겨운 공포의 나날들이다. 운이 좋은 건지 아닌 건지 도리는 트럭을 타고 이동하는 지나 가족, 그 무리 속의 건지를 만나고 지나의 부탁으로 함께 떠난다. 지나 가족의 따가운 시선은 도리를 더욱 힘겹게 만든다. 그러나 그 속에서 도리, 지나, 건지, 미소 이들의 사랑이 조금씩 움트기 시작한다.

도리는 그 누구도 믿지 않을 뿐더러 지나 가족에게 짐이 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른들의 추잡하고 더러운 욕정은 이런 황폐한 재앙 속에서도 꿈틀거린다.
도리는 미소를 데리고 죽을 힘을 다해 지나 가족으로부터 도망친다. 어느 곳하나 안전한 곳이 없고 맘을 놓아서는 안되었다. 도리는 미소의 손을 잡고 어딘가에 있을 안전한 곳으로, 저 해가 지는 곳으로 가기 위해 외로운 여정을 떠난다.

힘겨운 여정 길에 만난 류와 단.
잠시 지나 가족과 함께 했지만 결국 짐처럼 되어버렸던 도리와 미소.
잠시나마 미소를 예뻐해줬던 건지.
이들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끝까지 살아남는다면 만나겠지?…

가도가도 끝이없는 황폐한 대륙. 대체 이 대륙의 끝은 어디이며 정말 안전한 곳은 존재 하는걸까…국경을 넘으면 정말 따스한 봄이 있는 그런 곳이 있을까…

책은 분명 세계의 멸망이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멸망이 전쟁 때문인지 핵 때문인지 바아러스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더군다가 바이러스의 정체 또한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살아남은 이들의 여정이 더 고단해 보이고 힘겹다. 대체 무엇으로부터 도망 처야 하는 것일까…

상상할 수가 없다.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망망대해까지 왔는데 이 곳 역시 지옥이다. 얼마나 무섭고 외롭고 힘겨울까… 나라면 이 고통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까?..

‘전쟁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난다.’ 란 말이 있듯이 도리와 지나로인해 사랑은 감염된다.
세계가 멸망하고 있는 와중에 사랑이 존재한다는 게 이상도 하겠지만 살아남은 이들에겐 사랑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걸 일깨워준다. 사랑이 있기에 소중한 이들이 끝까지 살아남길 바라고 있다.

독특한건 책을 읽다 보면 이들의 대화 방식이다.
대화는 “ ” 로 구분이 되어 있는데 이 책엔 전혀 그런 표시가 없이 서술된다. 그러다 보니 읽다가 대화인지, 독백인지, 묘사인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

세계의 멸망, 재앙으로의 소재가 참 좋았다. 신선했달까?
그러나 읽으면서 마음은 좀 무거웠다. 힘들었다.
내가 꼭 저 끝도 없는 대륙을 걷는 것 같았다.
도리와 미소, 지나, 건지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한국소설을 잘 안읽는 나로선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하나 씩 읽어 보려 다짐해본다.

※ 류, 단, 도리, 지나, 건지, 미소…
부디 이들이 안전한 곳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없이 행복하게 사랑하며 살아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