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맨션

대가가 보장되지 않는 단순한 일을 기계처럼 반복하는 삶은 뒷걸음질 같았다. 두렵고 더디고 힘들게 도착하고 보면 늘 더 못한자리.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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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했던 삶에서 자라난 기억의 뿌리 하나가 아직도 신경에 박혀 있다. 죽음힘을 다해 도망치고 보니 달아나려 했던 이의 손을 꼭 잡고 있다.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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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위로받아도 됩니다. 위로와 배려를 받게 되면 받는 거고 받았더라도 따질 게 있으면 따지는 거고 그리고 더 받을 것이 있다면 받는 게 맞아요.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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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을 가질때에도 사전 허가를 받아야하고, 쓰거나 말해서는 안되는 단어들이 있으며, 만나면 안되는 사람이 있고, 불러서는 안되는 노래가 있으며 읽을 수 없는 책이 있었고 걸을 수 없는 거리가 있는 곳.
이상한 일인데 너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상식적인 사람들이 오히려 스스로를 의심하게 하는 너무도 이상한 곳.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장 이상한 도시국가인 “타운”

그곳에는 서로의 사연과 과거를 묻지 않고, 사는것이 아닌 그저 견녀내고 버티는 삶을 사는 이들이 모여 만든 “사하맨션”이 있다.
그들의 삶이 너무 처절하고 안타까워서, 보호해주지 않는 국가에 화가 났다. 버려지고 죽어가고, 그저 도구로밖에 사용되지 않는, 벌레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이들의 삶을 읽는 내내 감정소진이 너무 커서 몇번씩 책을 내려놓아야 했다.

빗물이 흘러내리고, 알록달록 갖가지 곰팡이들이 피어나 락스로 닦아내고 방수페인트를 칠해도 빗물로 얼룩지는 사하맨션의 천장이 마치 그들의 인생을 표현하는 듯 했다.
아무리 노력하고 벗어나려해도 불가능한 그들의 지독하게 고단한 삶에 읽는 동안 어찌나 한숨이 나던지.

암기하고,기억하는 일만 해야하는 “저장소”라 불리는 도구취급 당하는 이들이 나올때는 소름끼치도록 무섭기까지 했달까.

이 소설은 허구의 도시에 참혹함을 그린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그려냈다. 가까운 북한만해도.. 아니 대한민국의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 끔찍한 일들.
삶을 인정받지 못하고, 인권을 유린당하고, 폭행당하고, 짓밟히고 죽임을 당하는 일들이 지금 이 시간,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때문에, 이 책이 더 읽기 힘들었다.

뻔하지만 해피엔딩을 기대했고, 뻔하지만 권선징악의 결말을 막연히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이 책은 시종일관 어둡고 우울하고, 참담하고 참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을 수밖에 없는 사하맨션.
읽지 않으면 안되었던 사하맨션.
여러 사회문제들을 소설 속에 잘 녹여내는 것은 조남주작가만의 능력 아닐까 싶다.
사회약자들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역시 조남주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