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작품을 처음 읽었다. 작가에 대해선 ‘노인과 바다’와 간결한 문체를 가졌다는 정도만 알고 읽었는데 건조하고 냉정한 문체에 당혹스러웠다. 너무 건조해서 활자로 표현되는 사실 외 모든 요소들이 다 말라버린 느낌. 감정이 배제된 듯해 읽는 내내 상처를 받은 것 같달까. 마지막 장엔 비도덕성마저 곁들였다. 갈라져 상처가 난 기분이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문체. 무미건조한 문체 속에 꼭꼭 닫아버린 작가의 마음을 읽고 싶었으나 첫 단편에서 살짝 들여다보고는 발견하지 못했다. 뒤로는 계속되는 건조함과 고독의 연속이었는데 목이 텁텁해져서 괜히 물을 더 찾았더랬다.
찾아보니 하드보일드(*자연주의적인, 또는 폭력적인 테마나 사건을 무감정의 냉혹한 자세 또는 도덕적 판단을 전면적으로 거부한 비개인적인 시점에서 묘사하는 수법을 의미한다_네이버사전/‘비정+냉혹’한 문체)라는 사실주의 수법의 가장 대표되는 작가가 헤밍웨이라고. .
‘깨끗하고 밝은 곳’이라는 단편이 확실히 가장 재밌었고, 맨 마지막 단편인 ‘프랜시스 매코머의 짧지만 행복한 생애’가 재밌었다. 매코머의 단생은 (아마도)불의의 사고로 인한 것인 만큼 그 자체로 허무였는데, 그건 행복을 취함과 동시에 아내에게 실수로 살해당한 그와, 도덕성이 결여된 이가 본 아내에 의한 그의 죽음 등에 대해 불쌍함을 넘어 의미 없음에 도달했기 때문인 듯하다. 무엇보다 제목이 너무 건조하다; 너무 건조해서 몸서리쳐진다. 행복하지만 짧은 생애. 모든 감정을 빼고 사실만 담아 오히려 역설적이다. 우리는 단편적인 시선으로 살아야 행복할 수 있는 걸까. 자기가 왜 죽는지도 모르고 죽은 매코머야 승리감에 도취해 행복할 수도 있었겠지. 자신감 과다로 곧 마주할 승리감을 재면서 자기가 쏴죽일 짐승의 죽음만 바라보고 있었을 텐데. 맥락 없는 자기 죽음이 이해가 안 갈 테지. 백열의 섬광이 그의 머릿속에 터질 때 그는 의아함 외에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