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비도 그래. 백인들 때문에 그런 오두막에서 살아야 했어. 짐승처럼 마누라와 아이들을 두들겨 팬 것도 백인들 탓이지. 그래야 자기가 똥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있거든. 하지만 네 아비가 네 어미를 죽인 것이 무슨 남자다운 짓이겠냐? 백인이 방아쇠를 당긴 건 아니잖아? 설령 백인 때문에 방아쇠를 당겨야 했다 해도 네 아비는 총구를 자기 쪽으로 겨누어야 했어. 사내도 아닌 놈이 살아서 뭐해? 그런데도 백인 놈한테 총을 쥐어 줘 버렸지. 약해 빠져서는 백인의 의지와 자신의 의지를 분간하지도 못했던 게야. 나도 그랬고. 우린 둘 다 책임을 내던졌어. 남자가 근육을 잃어 버렸으면서도 자기 잘못은 조금도 뉘우치지 않았던 거지.” 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