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었던 니콜라이 1세가 자기의 어리석음과 불찰을 인정할 정도로 시대상을 능숙히 그려내 웃음거리를 제공한 훌륭한 작품이다. 시장, 판사, 우체국장 등 고위층들의 비리, 위선, 하급관리의 속물적 성향을 가감 없이 표현하고 ‘방백’이란 기법을 통해 그들의 이면을 들춰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가 조소하는 이유는 그들의 직책이 엄중한데 반하여, 가볍고 불경스러운 말투와 속은 원수지간이나 위선으로 포장되는 과도한 몸짓, 그리고 약육강식의 세계는 고위층 내에서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하물며 이것은 <검찰관>의 독자인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풍자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주인공이 부유하고 높은 자리에 있다. 그러나 경제적인 여건이 다르고 사회적 지위가 다를 뿐, 그들도 풍자소설을 읽는 독자들과 같은 하나의 ‘인간’이다. <검찰관>에서 그들이 주고받는 이야기와 행동은 우리도 해봤거나 충분히 할 수 있다. 고위층들의 부적절한 행동거지는 ‘성품은 지위를 따라가지 않는다’는 작가의 고발일 뿐이다. 풍자소설 <검찰관>이 주는 진정한 메시지는 ‘위선이 만들어낸 촌극, 거울을 보며 웃는 독자들’이다.
“삼류 작가라도 나타나면 그 엉터리 글쟁이 놈은 옳다구나 하고 그 이야기를 코미디에 써먹겠지. 바로 이게 화난단 말이야. 관직도 신분도 용서가 없단 말이야. 모두가 이를 훤히 드러내고 웃으며 박수 치겠지. 뭐가 우습나? 결국은 자기를 보고 웃는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