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않았으나 읽은 것 같은 소설이 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라는 명문장으로 시작되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대한 문학적 성과에 대한 수많은 평론들 덕에, 대중매체에도 노출이 많았던 작품이라 낯설지 않은 소설이었다. 터널을 통과해서 하얀 눈의 고장과 같이 환상의 세계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소설이 이 한편 뿐이 아니고, (지금 당장은 센과 치히로의 모험이 생각난다.) 도시의 무위도식 한량이 생경한 지역을 여행하고, 그 곳에서 신비로운 여자를 만나 삶의 전환점이 되는 전개의 소설 또한 흔하다.(이런 소설로는 당장 김승옥의 무진기행이 생각나기도) . 순수한 서정의 세계, 백색의 눈의 고장으로 표현된 영원한 자연 속 허무에 빠져 모든 것을 헛된 것으로 보는 시마무라, 그리고 이런 허위의 남자를 통한 구원을 욕망하는 고마코와 요코를 통해 인간의 유한함을 표현되기도 하고, 차창 또는 거울을 통해 그녀들을 바라보는 시마무라는 본질을 직접 대면 할 용기가 없는 존재로서 자신의 헛된 욕망만을 갈구하는 무능한 인간을 상징 하는 듯하다. 눈과 불을 대비시켜 끝마친 마지막도 인상적이었고, 소설 전체에 흐르는 그의 아름다운 문장들도 인상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