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책을 읽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느 정도 각오하고 읽기 시작했던 책이다. 눈물을 쏟았다는 사람도 있고 화가 났다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생각보다 덤덤히 잘 읽었다. 조남주 작가님의 문체가 너무 깔끔하다. 소설을 읽어나가는데 필요한 정보와 감정은 다 담겨 있으면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김지영 씨의 삶에 내가 있고 주변의 여성들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김지영 씨는 당연한 이야기이고, 나에게는 그의 어머니와 언니의 삶도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 딸이 자신과 같은 삶을 살지 않길 바라면서도 ‘교대’를 권하는 엄마의 모습이라던가, 평소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지만 결국 ‘교대’에 진학하는 큰 딸의 모습 말이다. 제목은 82년생 김지영이고, 김지영 씨가 주인공이지만 소설 속의 여성들도 제 각각의 모습으로 우리의 삶을 투영하고 있다.
이 책을 보는 내내 나의 기억 속으로 여행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이런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나도 이런 경험이 있었는데, 나도 이런 사람을 봤었는데.’ 그 당시의 나는 이 책의 김지영 씨와 어떤 면이 같고 어떤 면이 달랐는지 가만히 곱씹어 보는 시간이었다. 기억 속으로 여행하게 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동안의 나의 사고와 행동에 변화를 주었다는 뜻이 아니겠나. 그래서 <82년생 김지영>이 이 시대에 미친 영향력이 컸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