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세계문학전집 5 | 조지 오웰 | 옮김 도정일
출간일 1998년 8월 5일

2779. 조지 오웰 『동물농장』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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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은 메이너 농장의 존즈씨가 여느날과 다름 없이 술에 취해 깊이 잠든 어느 밤, 농장에선 누구라도 모를 이 없을 늙은 수퇘지 메이저가 농장의 동물들을 한데 모아 지난 밤 꿈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된다. 농장의 모든 동물들에게 존경받는 현명한 수퇘지 메이저의 꿈은 다름아닌 인간이 사라지고 난 후의 지상(농장)에 대한 꿈이었다. 늙은 수퇘지 메이저는 농장 내 모든 동물들에게 얼마 후 닥칠 인간이 없는 지상에서의 삶을 위해 이미 기억에서 잊혀진 옛 노래를 기억해 내어 [잉글랜드의 짐승들]이라는 노래를 가르치곤 세상을 등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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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애국가이며 혁명가가 되어버린 [잉글랜드의 짐승들]을 모든 동물들이 외워 부르기 시작할 즈음 농장은 누구하나 반대 없이 계승된 똑똑한 돼지들에 의하여 새로운 시스템과 새로운 사상체계로 [동물주의]가 교육되고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다가온 메이저의 예언 속 반란은 동물들에게 있어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일종의 혁명이기도 했다. 동물들은 농장을 이끄는 돼지 무리 (스노블, 나폴레옹, 스퀄러)에 따라 반란을 대처했고 도망친 인간 무리들 넘어 농장엔 오로지 동물들만이 남게 되었다.

그들은 발전된 사상체계인 [동물주의]와 혁명 후 만들어진 [일곱계명]에 따라 새로운 삶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인간들의 노예로서 살아가던 때 보다 모든 것이 풍족했다. 같은 농사를 지어도 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의 양은 늘어만 갔고, 같은 노동을 해도 자신들의 복지를 위한 노동이었기에 힘든 노동이 따르던 때라도 어느 하나 불만이 있을리 없다.

그들은 공평했고 공정했으며 동물 사회 내부에는 보이지 않는 그러나 누구나 느낄 수 있었던 정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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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돼지 스노블과 독불장군 나폴레옹 사이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돌았지만 대체로 많은 이들은 스노블의 정책을 따랐다. 그리곤 나폴레옹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결국은 풍차 건설에서 일은 터지고 말았다. 불길한 예감은 언제고 맞는 법이다. 농장을 되찾기 위한 인간들과의 전투를 지나며 나폴레옹의 덫에 걸린 스노블은 영원한 추방길에 올랐고 드디어 [동물농장]은 메이저에 이은 스노블 체제에서 나폴레옹 체제로 변화되었다. 그들이 세운 정의는 그리 오래지 않아 무너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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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방관자 역할을 맡았던 당나귀 벤자민은 이 시대의 지식인이나 철학자 쯤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벤자민은 체제의 변화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그는 시간이 변하고, 시대가 변하고, 정권과 정책이 변해도 자신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 한결같이 말한다. 어쩌면 비관적인 그의 생각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걸까. 허나 무지한 동물들은 자신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먹을 것이 무족해지며 오직 늘어나는 것은 거짓과 눈가림 뿐이어도 언제나처럼 그 거짓에 속아 늘어나는 노동을 줄어든 음식에도 불평 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오는 이런 대사가 머리 속에 맴돈다. “그러나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 그들은 지난 오욕 속의 삶에서 스스로가 벗어남과 동시에 새로운 오욕 속으로의 삶을 걷게 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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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은 정치풍자 문학으로 스탈린과 소비에트 정권을 희화화한 이야기다. 스스로를 민주적 사회주의자라 말했던 작가 조지 오웰은 #1984 에서와 마찬가지로 <동물농장>을 통해 전체주의에 대해 힘껏 비난하고 있다.

사회주의에 대한 특별한 관심은 없었으나 독서를 취미로 하다보니 마르크스의 막스론이나 스탈린의 독재에 대해 그리고 이전의 황제 니콜라스 2세와 혁명에 대해 알게되었다. 알고난 후 다시 만난 <동물농장>은 그저 가볍기만한 우화나 적절한 블랙코미디 요소가 가미된 정치풍자 문학만이 아니었다. 사회주의 시스템은 이미 역사가 입증한 실패작이기에 더이상 눈을 돌릴 필요조차 없겠지만 현재의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문제와 인간의 본능이 결합된 현대의 부조리 역시 언젠가 시작될 자본주의의 몰락과 신자본주의의 시작을 예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동물농장>은 읽고, 느끼고, 생각해 봐야 할 소설일 것이다. 결론을 내리지 못한 소설이지만 충분히 되물을 수 있게 하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사상이나 체제를 떠나, 동서양이나 시대를 떠나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임에 틀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