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폭풍의 언덕>을 관통하는 내용은 ‘비뚤어진 복수’와 ‘비극적인 사랑’이다. 두 집안(언쇼&린튼)의 내력과 복잡하게 얽힌 스토리는 가정부였던 딘 부인의 입을 통해 세입자로 들어온 나(록우드)에게 전해지는데, 이 구조가 사뭇 독특하고 흥미로웠다.
귀족집안의 주인인 언쇼는 밖에서 데려온 고아소년 히스클리프를 애정으로 돌봐주지만, 언쇼가 죽자 그의 아들인 힌들리는 히스클리프를 괴롭히며 못살게 군다. 히스클리프는 언쇼의 딸인 캐시와는 단짝처럼 지내면서 함께 애정을 키워가고 불행을 견뎌나간다. 그러던 중 캐시가 이웃 린튼집안의 아들 에드거와 결혼하게 되자, 히스클리프는 집을 나가버리고 이후 소식이 끊어진다. 3년만에 딴사람이 되어 돌아온 히스클리프는 복수를 시작하며 양쪽 집안을 파멸로 몰아가게 되는데..
제삼자의 입을 통해 이야기를 듣는 형식이지만 그러면서 현재로 이어지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다채롭고 강렬하다. 음산하고 뭔가 귀신스러운(?) 분위기, 드라마틱한 전개와 독특한 구조, 인간의 심리와 그 애증관계를 꿰뚫는 대화와 문장들.. 뒷부분에 가서는 책을 다 읽어가는게 아쉬웠을 정도로 즐거웠던 독서였다:)
(책 속의 문장들)
넬리,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그는 언제까지나,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어. 나 자신이 반드시 나의 기쁨이 아닌 것처럼 그도 그저 기쁨으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 내 마음속에 있는 거야.
나도 이젠 참는 게 지겨워요. 나 자신에게 되돌아오지만 않는다면 나도 얼마든지 보복을 하겠어요. 하지만 배반이나 폭력은 양쪽 끝이 뾰족한 창과 같아서, 그것을 쓰는 사람이 그걸 받는 사람보다 더 크게 다치는 법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