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책 : 싯다르타

저자 :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는 헤세가 약 1년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린 후 집필한 책으로, ‘싯다르타’속의 깨달음은 헤세가 직접 느끼지 않고 작품을 쓰는 것이 무의미 하다고 생각하여 1부를 집필한 후 약 1년 반 동안 실제 깨달음의 과정을 거친 후 완성된 작품이다. 싯다르타라고 해서 부처님의 일생을 다룬 이야기로 생각하기 쉬우나, 이 소설은 ‘싯다르타’라는 인물의 자아를 찾아 떠난 깨달음의 여정을 담은 동양적사상이 듬뿍 담긴 성장 소설이라 말할 수 있다.

 

바라문(인도 사성 가운데 가장 높은 계층)의 아들로 태어나 아무런 부족함 없이 자란 싯다르타는 누구보다 총명했다. 그의 주위에는 자신이 존경해마지 않는 아버지와 많은 바라문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들이 전하는 어떤 사랑도, 지식도 그 자신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자아란 무엇인가’ 즉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이 그를 괴롭혔고, 그 누구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그 답을 찾아가는 길을 알려줄 이는 없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하여 벗인 고빈다와 함꼐 사문(일종의 승려)의 길로 접어든다.

 

싯다르타는 사문들과 함꼐 생활하지만 ‘결국 인간은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실상 우리가 배움이라 부르는 것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싯다르타는 고빈다와 함꼐 사문들로부터 떠나 부처 ‘고타마’를 만나러 간다. (여기서 헤르만 헤세의 센스를 느꼈다. 우리가 부처님이라 부르는 ‘고타마 싯다르타’를 소설 속에서 부처인 ‘고타마’와 구도를 찾기 위한 여정을 하는 ‘싯다르타’로 나누었다.) 고타마의 설법을 들으며 고빈다와 싯다르타는 탄복한다. 고빈다는 그 길로 부처의 제자로 귀의하지만 싯다르타는 고타마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꺠달음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해탈을 위한 자신만의 길을 간다.

 

p.55 세존이시여,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해탈을 가르침을 통하여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세존이시여, 당신은, 당신이 꺠달은 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아무에게도 말이나 가르침으로 전달하여 주실 수도, 말하여 주실 수도 없습니다.

 

싯다르타의 첫번째 꺠달음에 끄덕끄덕하게 되었다. 사소한 나의 일상에서도 주위에서 아무리 입아프게 말해도 자신이 직접 겪기 전에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의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 많은 간접 경험을 통해 울림이 있다 할 지언정 행동이 변하게 되는 경우가 드물다.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싯다르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세속적인 삶에 젖어들어 보기도 하고 온갖 번뇌를 느끼게 된다. 가말라를 만나 사랑을 배우고, 카마스와미에게서 장사를 배우며 부와 권력을 가진다. 속세의 쾌락적인 삶을 살아본 싯다르타는 어느날 실제로 자신이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느끼고, 지금까지의 속세에서의 삶을 뒤로 한채 다시 떠나게 된다. 마지막으로 싯다르타가 만난 스승은 뱃사공인 바주데바였다. 바주데바는 마치 고타마의 미소를 가지고 있었으며, 세상의 모든 이치를 알고 있었다. 싯다르타는 그와 함께 뱃사공이 되어 강의 목소리를 들으며, 세상과 시간의 이치를 모두 깨닫게 된다.

 

p.202-203 누군가 구도를 할 경우에는 그 사람의 눈은 오로지 자기가 구하는 것만을 보게 도어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으며 자기 내면에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결과가 생기기 쉽지요. 그도 그럴것이 그 사람은 오로지 항상 자기가 찾고자 하는 것만을 생각하는 까닭이며, 그 사람은 하나의 목표를 갖고 있는 까닭이며, 그 사람은 그 목표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까닭이지요. 구한다는 것은 하나의 목표를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찾아낸다는 것은 자유로운 상태, 열려 있는 상태, 아무 목표도 갖고 있지 않음을 뜻합니다. 스님, 당신은 어쩌면 실제로 구도자 일수도 있겠군요. 목표에 급급한 나머지 바로 당신의 눈앞에 있는 많은 것을 보지 못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나 역시도 어린시절에는 나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불평, 불만과 같은 우울한 생각이 아닌 순수한 자아에 대한 생각.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고, 다른 일들을 하면서 내가 처음 가졌던 생각과 사상은 어느덧 사라졌다. 싯다르타가 세속적인 삶에 오래 모무른것처럼, 나 역시도 그러고 있지는 않은지. 싯다르타는 깨달음을 통해 한걸음 더 나아갔지만, 나는 그 자리에 안주한 채 그냥 머물고 있는건 아닐까.

 

나에 대한 수많은 질물을 던지고, 누군가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 답을 찾아야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 간접적으로 접하는 모든 것들은 모두가 나의 스승이 된다. 내가 원하는 답만을 찾으려 좁은 시야로 세상을 보지말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서 배우려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