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애정하는 화가 에곤 쉴레의 표지만으로도 진즉에 끌렸던 책이었지만, 그 우울한 삶을 들여다보기가 겁나서 이제야 읽게 되었다. 생애 다섯 번째 자살 기도에 연인과 함께 투신하여 39세에 생을 마감한 다자이 오사무. 그가 쓴 자전적 소설이라 할 수 있는 <인간 실격>은 서두부터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다’고 고백하는 주인공 요조의 굴곡진 삶을 담은 책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인간 세계에 속하기 위해 요조가 선택한 ‘익살’이라는 가면,, 인간이 두렵고, 인간을 신뢰할 수 없고, 그 속에서 늘 불행했던 요조. 더 이상 인간이기를 포기한, 아니 포기당한 그였지만, 사실은 정말 제대로 살고 싶었던 게 아닐까. 밑바닥까지 떨어져서 자기 자신을 찾아내고 구원하고자 했지만 결국은 실격당한 요조의 처절한 몸부림이 참으로 힘겹게 읽힌 소설이었다.
아아, 인간은 서로를 전혀 모릅니다. 완전히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고 평생 믿고 지내다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상대방이 죽으면 울면서 조사 따위를 읽는 건 아닐까요. (p.92)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p.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