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김중혁의 영화당을 좋아한다. 영화를 풀어가는 그 둘의 캐미가 정말 좋다. 평소에 좋아하지 않는 장르도 보고 싶게 만드는 묘한 힘이 그들에게는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동진 평론가와 김중혁 작가는 다작 작가들인데, 그들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었다. 난 새로운 장르, 새로운 작가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 있는 편이다. 그래서 독서 편독이 심한 편에 속한다. 편독이 이유에는 몇 년 전 고전 위주의 독서가 원인이 되기도 했고, 한국작가들의 처절함이 싫어 한국소설을 멀리한 것이 겹쳤다. 그런데 최근에 몇 권 읽은 책들로 인한 나의 편견이 많이 깨졌다. 그렇게 김중혁 작가의 책은 읽고 싶은데,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몰랐다. 회사 도서관에 가보기로 했다. 한 권은 있겠지. 그 책을 읽어보고 마음에 들면 다른 책들을 사서 봐야지 했다. 회사 도서관에는 비교적 최근에 나온 ‘나는 농담이다‘가 있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나 표지에, ‘나는 농담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속이 검정과 흰색으로 채워진 책은 나에게 뭔가 신선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농담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자신감도 좋았다.   김영하 작가의 글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잘 쓰러진 소설은 이 부분이 좋네 하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흐름에 따라 쭉 읽히는 소설이라고, 뭐 대충 그런 말이었다. 두 책을 읽을 시기가 비슷해서 인지 모르겠지만, 난 김영하 작가의 기준이라면 이 책 ‘나는 농담이다’는 잘 써진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좀 헤매긴 했지만, 쭉 읽혔다.   영화당하면 생각나는 게 ‘이동진의 빨간 책방’이지 않은가. 당연히 ‘나는 농담이다’를 검색했고 책을 읽은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의 두 사람의 책 이야기를 들었다. 난 그중 처음 멘트가 제일 좋았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은 웃음으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것이었다. 유머는 아스피린처럼 아픔을 달래준다. 커트 보네거트가 유작인 ” 나라 없는 사람’에 남긴 말이다. 그리고 ‘건지 감자껍질 파이 북클럽’의 줄리엣은 말한다. ‘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뎌내는 최선의 방법은 유머다라는 옛말이 역시 틀리지 않네요.


이 두 책에서 말하는 유머는 죽음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었다. 그동안 난 농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지, 너무 가볍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하며, 나의 유치함을 반성했다. 그리고 유머를 잘 구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에 대한 치졸함도 반성했다.

인간이라는 사실이 좋은 점 하나는 악의 없는 농담을 나눌 때입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잃고 싶지 않은 단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유머입니다. 유머는 품위이고 또, 유머는 태도이니까요.

     ‘나는 농담이다’는 우주비행사의 꿈을 향해 나아가, 그 꿈의 중심에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이일영과 생계를 위해서 낮에는 컴퓨터 수리기사를 하지만 저녁엔 자신의 꿈인 스탠딩 코미디언인 송우영의 이야기도 시작한다. 이일영과 송우영은 아버지가 다른 이부형제였다. 서로의 얼굴도 모른 채 평생을 살았다. 그런데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에서 발견된 수신인에게 가지 못한 12통의 편지로 이야기는 이어간다. 그 편지의 수신인이 누구인지 송우영은 알고 있다. 그냥 넘길 수 도 있었지만, 그 편지의 주인에게 어머니의 마음을 전해 주고 싶었다. 자신의 그 자리를 대신 한 것 같은, 하지만 자신도 늘 허전했던 그 마음을 채우고 싶었다. 우영은 일영을 찾아 나서면서 자신이 몰랐던 많은 것을 알게 된다.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붙잡을 수 있었을까? 좀 더 강하게 불 잡으면 잡혔을까? 일어난 일에 대해 내가 하지 못한 강한 행동에 대해 미려 오는 후회들이 이야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내가 무엇을 했다면 그 상황을 되돌릴 수 있었을까? 되돌렸다면 과연 달라졌을까?   송우영과 강차연은 세미의 목소리를 통해 우주에서 엄마와 일영을 만나게 해준다. 우주로 올려 보낸 엄마의 편지는 작가가 엄마와 일영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위로였다고 한다.   이제 남은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강차연은 강차연 답게, 송우영은 송우영답게, 새미는 또 새미답게   담담하게 시작한 소설이었다. 그리고 많이 울었고, 또 담담하게 마무리하였다. 글에서 만나는 김중혁 작가는 영화당이나, 빨간 책방을 통해 만나는 것보다 휠씬 매력적이었다. 올해 또 만나게 되지 않을까?!

송우영이 농담 속에서 살아간다면, 저는 소설 속에서 살아갈 겁니다. 문자와 문장과 문단 사이에서 죽치고 있을 작정이고, 절대로 나가지 않을 섭니다. 물음표의 곡선에 기대 채 잠들 때도 있고, 느낌표에 착 달라붙은 채 서서 잠들 있을 겁니다. 마침표는 제가 들어가기에는 좀 작을 거 같지만, 문단과 문단 사이에서는 충분히 쉴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살 수 있어 즐겁습니다. 다음 소설에서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겠습니다.

김주혁작가 진짜 매력 짱이다!! 이분의 위트가 정말 부러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