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없음에 대한 의미 있음 ” 의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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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날에는 자주 이일영을 잊었다 . 죽지 않았고 ,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거라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 이일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거짓말인걸 알았지만 , 그렇게라도 해야 일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 ( 166쪽 )

낙하산을 메고 내려 볼때와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전혀 달랐다 . 낙하산을 메고 있으면 모든 풍경은 빨리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 옥상에서 내려다보면 모든 풍경은 아주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을 것처럼 평화로웠다 . ( 167 쪽 )

온다리쿠의 소설 “흑과 다의 환상 “을 보면 , 높은 곳에서 친구들의 대화가 인상적인 부분이 있는데 , 높은 곳에 도달해서 위험해 보이는 친구을 향해 이해를 구하길 “떨어지고 싶어서 그래.” 하는 장면 .너무나 섬짓하게 예리하고 불안정함을 ,또 ‘가짜 팔로 하는 포옹’ 에서처럼 천천히 부풀었다 꺼지는 의자를 응시하는 면이 어쩐지 비슷하게 불길하게만 보인다 .

일상은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종이 상자 같은 것이었다 .작은 충격에도 낮은 압력에도 일상은 송두리째 박살났다 . ( 173 쪽 )

” 네 말이 맞아 . 하지만 말이다 .우리는 우연 속에 있는거고 일영이는 우연의 바깥에서 다시 그 만큼의 확률로 우연이 일어나야만 살 수있는 거란다 .” ( 182 쪽 )

우연의 바깥이라니 ,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니 ……

 

” 난 하늘을 올려다 볼 때마다 어릴 때 캡틴이 했던 말이 자꾸 생각나요 . 저렇게 반짝이지만 우주는 우리에게서 점점 멀리 도망치고 있다고요 . 더 빨리 점점 더 빨리 먼 곳으로 달아나고 있다고요 .”

” 난 그 말이 그렇게 무서운 말인줄 몰랐어요 . 일영씨가 사고를 당한 후 부터 모든게 점점 더 빨리 멀어지고 있고 , 내가 아무리 손을 뻗어도 절대 붙잡지 못해요 . 일영씨가 별들과 함께 멀어지는 꿈을 자주 꿔요 .”  ( 183 쪽 )

 

강차연은 자신이 쫓아갈 수없는게 힘들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 아무리 멀어지고 있는 별들이 이미 과거에 존재했던 별들이고 , 이미 멀어진 것이라고 말해도 …접힐 수 없는 간격에 대한 말들 ..간격은 늘 힘들게 따라가기 바쁜 것이되고 그건 언제고 힘이든다 .

” 보여주는게 무조건 맞아 . 걱정하지마 . 누군가 슬퍼할거라는 이유때문에 그걸 얘기하지 않으면 슬픔이 사라질 것 같아 ? 절대 아냐 . 세상에 슬픔은 늘 같은 양으로 존재해 . 슬픔을 뚫고 지나가야 오히려 덜 슬플 수 있다고 .” ( 190 쪽 )

” 당연하지 바보야 , 당연한거야 . 그걸 이해할 수 있다고 떠드는 놈들이 사기꾼이야 . 감정은 절대 전달 못해 . 누군가가  ‘슬프다’ 라고 얘기해도 그게 전달되겠어 ? 각자 자기 방식대로 그걸 받아들이는 거야 . 진짜 아픈 사람은 자신이 아픈걸 10퍼센트도 말못해 . 우린 그냥 …… 뭐라고 해야하나 . 그냥 각자 알아서들 버티는거야 . 이해 못해준다고 섭섭할 일도 없어 . 어차피 우린 그래 . 어차피 우린 이해 못하니까 속이지는 말아야지 . 위한답시고 거짓말하는 것도 안되고 , 상처 받을 까봐 숨기는 것도 안돼 . 그건 다 위선이야 .” ( 191 쪽 )

정말 , 아픈 부분은 말로 꺼내지지 않는 부분에 숨어있다는 걸 , 작가가 아는 구나 ..흣 …

 

나중에 농담 할 일 있으면 농담 속을 잘 들여다보세요 . 거기에 제가 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부사와 전치사 사이에 , 아니면 명사와 동사 사이에  제가 살고 있을겁니다 . 지금까지 농담이었고요 . 저는 토요일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 ( 195 쪽 )

 

언제였나, 올해 기억인지 , 페이스 북의 한 출판사 페이지에서 프로필에  , 사는 곳이  페이스 북 홈페이지

라는 말에, 거기  살고 있다는 말에 , 재치를 부러 부린건지 어떤지 몰라도 집이 아닌 홈페이지 속에 산다는 말이 퍽 웃겨서 그럼 얇은 종이 장을 덮고 주무셨겠네요..하고 농담을 한 일이 있다 . 미세한 농담인데 어쩐지 이 글 속의 전치사와 부사 , 명사와 동사 사이라는 말이 이해가 되더라는 …

 

【 내려오는 길에서는 늘 같은 생각을 한다 .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 갔던 길을 되돌아서 내려올 수있다면 이런 생각이다 .】 (  201 쪽 )

엄마인 정소담의 일기같은 편지 . 한 부분 …

 

강차연은 계속 졸음에 함복했다 . 자고 일어나서 또 잤다 . 무언가 미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 한없이 뒤로 미루고 싶었다 . ( 203 쪽 )

우주 어딘가에서 아들의 목소리와 만날 수있다고 생각한 거죠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 생각해보면 말이 되잖아요 . 외계인 이티를 생각해보세요 . 두 개의 손가락이 정확하게 만나는 것처럼 두 개의 목소리가 우주에서 랑데뷰를 하는 겁니다 . 어머니 , 왜 이제야 우주에 왔어요 . 아들아 , 나는 원래 문자였는데 목소리로 변환되어서 오느라고 좀 늦었구나 . 괜찮아요 . 어머니 , 우주에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 외계인들 웃기는게 제 평생 꿈이었거든요 . ( 227 쪽)

 

아, 좋다 . 소설 속에 , 문장과 문장 속에 , 문단 속에 살수있다 생각하면 . 따로 글의 주인공이 되지 않아도 거기 있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죽치고 살겠네 하고..만족스레 웃는 나…

 

미안함과 진실의 공통점은 늘 늦는다는 것일게다 . 당시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한참 지나서야 의미도 형태도 모양도 알게되곤 하는 진실 . 혹은 진심이라고 믿게되는 것들 .

나도 농담을 좋아한다 . 먹의 짙고 옅음을 일컷는 농담도 ,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주는 말들의 농담도…매우 매우 즐기고 또 좋아한다 . 김중혁 작가의 농담과 재치의 세계는 허무개그 같은데가 있다 .

글 속 송우영의 말처럼 ”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 “면서 치열하게 머릴쓰고 문장을 쓰고 대본을 만드는 “의미 없음에 대한 의미 있음 ” 의 농담 . 코미디 ,

먼저 우는 사람들 때문에 울 타이밍을 놓치는 사람들을 위한 위로 , 같은 농담 .

좋다 . 아련하니 햇살을 즐기는 고양이 같기도 한 기분으로 책을 덮었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