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이란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했는데 원 제목은 ‘If nobody speaks of remarkable things’란다. 영어를 잘 모르는 나조차도 기적과 remarkable things의 괴리가 느껴졌는데 우리 모임의 영어 관련 번역가분도 이점을 콕 집어줬다.
그 외에도 p91에 ‘말썽’이란 단어를 놓고 옛날 단어라고 번역한 부분이 있어 이해가 안 갔는데 원문에는 ‘untoward’라고 적혀 있다고 찾아 주기도 했다.
번역이란 어차피 이러한 괴리감과 의아함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작품 자체를 대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나 보다.
제목만큼 이 소설의 내용도 특이한데 처음 시작 부분에서 어느 주택가를, 몇 호의 누가 뭘 하고 있는지, 상세하고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 장에서는 주인공 나라는 인물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소설은 이런 식의 주택가 설명과 주인공 이야기가 교차하듯 나오고 있다. 근데 이런 상세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이 주택가의 그림이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고, 연관 없이 등장하는 인물들도 많고, 거기다 아무데서나 들여쓰기를 한다거나 무분별한 쉼표 사용으로 인해 책을 덮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했다. 그래도 읽다보면 신기하게 그 분위기에 차차 적응이 되어 뒤에 뭔가 큰 반전이 일지 않을까하는 기대감과 호기심이 일기도 했다.
작가 자신이 젊은 시절 직접 살아본 적이 있을 거라 추측하는 번역가의 말처럼, 소설 속의 묘사는 자세하고 상세하다. 이런 다양한 사람들이 여러 가지 유형의 삶을 살아가는 세상이 바로 지금도 내 앞에 펼쳐지는 삶이란 것이 아니겠는가란 결론을 지었고, 여기서 말한 remarkable things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봤다.
주인공이 할머니 장례식에 가서 낯선 남자와의 하룻밤으로 임신을 하고, 예전 연립 주택가의 사고가 일어났을 때 사고 당한 이는 살아나고 이를 구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던 이는 갑작스레 죽고 하는 일련의 이런 연결고리들이 바로 작가가 말하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 우리 주위에 일어나고 있는, 죽음과 탄생 그리고 다양하고 무의미한 일들이 바로 우리 삶을 이루는 한 부분이고 remarkable things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