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권리

새삼스럽게 ‘공부할 권리’라니. 이 책은 그닥 읽고 싶은 느낌이 들지 않아, 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내가 뭐 정여울 작가를 그리 잘 알아서는 아니지만 그래도 작가가 이야기하는 ‘공부할 권리’라는것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그런 공부는 아니겠지, 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권리’라고까지 이야기하는데 한번 읽어볼까 라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공부할 권리’가 뭔지 생각해보기도 전에 책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단숨에 쓰윽 읽어버리고나서야 그 의미를 새겨본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공부, 나의 존엄을 지켜 주는 최고의 멘토”라는 그녀의 에필로그가 책의 말미를 장식하고 있기 때문에 되새겨보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 책에는 제가 지난 10녀 년 동안 시간표도 선생님도 없는 나만의 작은 마음의 학교에서 스스로 배우고 익힌 배움의 기술이 담겨 있습니다. 이 길 없는 길 위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났고, 많은 사람들과 이별했으며, 그 길의 끝에서 아무것도 가진 것은 없는데 용감하게 두 주먹을 꽉 쥔 아이, 마음이 단단한 작은 아이를 만났습니다. 그 작은 아이가 바로 나 자신이었지요. 여러분도 이 소박한 마음의 학교에서 자신 안의 가장 소중한 아이,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될 천진한 내면의 아이를 꼭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작은 방 안에 있음을 깨닫고 이 세상이 너무 알고 싶어 ‘나’라는 껍질을 스스로 깨고 온 세상을 헤매다 비로소 나만의 소중한 깨달음을 얻은 아이가 또 다른 길 위에서 외로움에 떨고 있는 친구들을 찾아 떠납니다.

당신이 ‘공부할 권리’를 스스로 되찾는 순간, 새로운 인생의 2막은 비로소 활짝 열릴 것입니다”

 

조금 긴 글을 인용했지만 혹시 나처럼 ‘공부’라는 말에 응? 하면서 망설이는 사람이 있을까봐 그녀의 말을 옮겨놓았다. 책을 읽는 동안 했던 생각들을 한마디로 정리해보자면, – 그러니까 이것 역시 정여울 작가의 말을 그대로 옮겨놓는 것이기는 하지만 –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보다 일상 속에서 책을 어떻게 써먹을까입니다”(321)

아니, 책을 수단화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혼자 책을 읽고 마음속에 담아두고 그냥 스쳐버리지 말고 내가 읽은 책이 삶으로 깊숙이 스며들 수 있도록 주위 사람들과 수다도 떨고 책의 메시지도 함께 나누고, 그에 더하여 책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을 삶의 모습으로 실천하기도 하며 책을 살아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미 읽은 책이지만 깊이있게 읽어내지 못한 책의 이야기도 있었고, 깊이 공감하며 함께 읽어나가는듯한 느낌이 든 책 이야기도 있지만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그녀의 이야기에 더 깊이 공감하고 싶은 마음에 내가 읽지 못한 책을 빨리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지는 조급함이다. 왠지 내가 왜 이런 세상을 몰랐을까, 라는 마음이 드는 느낌이랄까.

 

어찌 보면 이 책은 정여울이라는 작가가 읽은 책에 대한 감상, 정도로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감상’이라는 것이 우리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 쉽게만 볼 것은 아니다. 글을 읽는 것은 쉽지만 그 글들이 내 삶의 모습과 연결되게 하는 것은 결코 쉽다고 할 수 없으니까. 그녀의 이야기 한토막처럼 ‘정의’와 ‘정의감’은 똑같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도 어쨌든 책은 너무 술술 읽혀 단숨에 읽어버렸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약간 소화불량에 걸린 듯한 느낌이 남아있는데 이제 다시 그녀가 이야기한 책들을 살펴보면서 나는 나대로 내 삶의 이야기를 더하여 나의 내면 아이와 함께 공부를 해나가면 그 묵직함은 또 다른 깊이있음으로 바뀌어갈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