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에서 살아남기

신자유주의를 넘어 대안 사회 건설까지

원제 Survivre au développement

세르주 라투슈 | 옮김 이상빈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5년 10월 30일 | ISBN 978-89-374-3219-4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144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금융 위기와 환경 위기를 초래한 신자유주의를 넘어

공생적이고 자율적인 새로운 사회를 모색하다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철학자로 우리 시대의 대표적 탈성장 이론가인 세르주 라투슈의 『발전에서 살아남기-신자유주의를 넘어 대안 사회 건설까지』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우리가 ‘발전 지상주의’라 부르는 것은 발전이 모두에게 물질적 번영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종말론적 신앙이다. 이는 생산과 소비를 무한정 늘리고, 시장 교환 체제를 확대하고, 그에 따라 자연 자원을 무자비하게 착취하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마저 상품화한다. 오늘날 발전의 최고 단계라 할 수 있는 세계화는 서구의 세계화이며, 이것의 가장 오래된 이름은 식민화와 제국주의였다. 그러므로 발전 지상주의라는 미망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서구화와 세계화라는 미망으로부터 근본적으로 벗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발전과 성장이라는 개념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발전이 얼마나 착란적이고 기만적인 개념인지, 이처럼 서구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단일 사상의 지배와 장악에 맞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대안을 어떻게 구상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리뷰

◆ 끊임없이 성장을 추구함에도 세상은 왜 불평등한가?

지속적인 발전에도 우리의 삶은 왜 피폐해지는가?

‘지속 가능한’ 성장이란 기만적이고 착란적인 개념에 반대하다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철학자로, 성장 위주의 경제 패러다임에 반대해 온 세르주 라투슈는 이 책에서 발전에 대한 비판들을 종합하고, ‘발전 이후’를 건설하기 위한 길을 여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는 주류 경제학에 대한 비판 이론을 발전시키고, 경제 지상주의와 실용주의를 공격하며, 무엇보다도 착란적이고 기만적인 경제 성장과 발전이라는 개념을 거부한다. 발전에 대한 비판적이고도 신중한 견해를 제시하고 있는 이 책에서 세르주 라투슈는 발전 및 경제 성장과 관련된 모순과 역설을 하나하나 짚어 가면서, 결론에 이르러 공생적 탈성장과 지역주의를 통해 발전 이후의 가능성을 모색하며 오늘날 우리에게 닥친 모순들을 넘어서기를 제안한다.

라투슈는 우선 발전이라는 개념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들을 살펴보면서, 1949년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따라야’ 하는 발전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안한 사실을 독자들에게 상기시킨다. 이로써 세계 대부분 지역의 생활 방식의 무한한 다양성을 ‘저개발’이라는 유일한 범주 속에 쓸어 넣어 버리는 획기적인 개념이 탄생한 것이다. 거의 모든 나라가 비슷한 노선을 추구했고, 특히 제3세계는 서구의 소위 선진국을 따라잡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많은 국가들이 경제 발전이라는 모토 아래 독재를 정당화했으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그 후 40년이 흐르면서 발전이 세계화로 옮겨 가면서 그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발전 지상주의 신화에 정당성을 부여했던 트리클 다운 효과(낙수 효과)가 사라지고,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 등 국제기구 내에서 프로젝트로서의 발전 개념은 더 이상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장 및 발전 지상주의에 대한 저항으로서 대안 세계주의 사고가 등장했지만, 라투슈는 사실 무수한 반(反)세계주의자, 특히 ‘다른 세계화’를 설파하는 사람들이 제안하는 치유책이 개발로의 회귀, 다시 말해 ‘재개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지속적’이거나 ‘지속 가능한’이란 단어는 죽어 가는 ‘발전’이란 개념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이로써 ‘지속 발전’, ‘지속 가능한 성장’은 제3세계뿐만 아니라 서구 국가들에서도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진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결국 발전이 모두에게 물질적 번영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발전 지상주의’라는 종말론적 신앙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라투슈는 이 발전 지상주의라는 미망에서 벗어나는 것이 결국은 서구화와 세계화라는 미망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발전, 성장이라는 개념을 근본적으로 문제시한다는 것은 인식론적 전복을 시도함을 뜻한다. 이러한 인식론적 전복은 진정한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위한 선행 조건이다.

 

 

◆ 성장의 가면 뒤에 숨어 있는 결핍의 창조

 

라투슈의 지적처럼 오늘날 ‘대안적’이라 불리는 프로젝트는 ‘사회적’ 발전, ‘인간적’ 발전, ‘지역적’ 발전, ‘지속적’ 발전이라는 말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발전 지상주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발전의 ‘새 옷’만 갈아입혔을 뿐, 경제 전문가들이 만들어 놓은 상상계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오늘날 발전의 최고 단계라 할 수 있는 세계화는 서구의 세계화이며, 이것의 가장 오래된 이름은 식민화와 제국주의였다. 그러므로 발전이라는 프로젝트는 전 지구의 획일화이며, 이는 ‘민중을 굶주리게 만드는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 1970년대 이전의 아프리카 민중은 서구의 기준으로 볼 때 공산품을 거의 보유하지 못한 ‘가난한 자들’이었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그 누구도 기아로 죽지 않았다. 50년의 발전이 이루어진 후인 오늘날에 기아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었다. “극소수의 인구가 개인 소유의 자동차, 냉방이 잘되는 주택을 소유하는 것을 사람들은 발전이라 부른다. 막대한 부에 도달한 극소수의 사람들과 불행 속에 감금된 대다수 인구를 가르는 사회 단층의 확대를 사람들은 발전이라 부른다.”

인구 과잉, 배척, 빈곤 등의 사회 문제를 유발한 발전이란 개념에 이를테면 ‘사회적’이라는 새 옷을 입히는 것은 발전을 근본적으로 문제시하지 않고 기껏해야 경제 성장에 사회적 덧창을 붙이는 기만적인 행위일 뿐이다.

 

 

◆ 경제 성장 없는 사회 발전은 가능한가?

 

라투슈는 성장에 대한 ‘대안’이 과거로의 불가능한 회귀일 수는 없으며, 단일 모델의 형태를 띨 수도 없다고 말한다. 양질의 삶의 목표는 여러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하므로, 발전 이후는 필연적으로 복수적(複數的)이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새로운 문화들을 재건설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발전 이후는 각 나라마다, 문화마다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다. 라투슈는 ‘탈성장’과 ‘지역주의’를 통해 발전 이후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우선 라투슈는 탈성장이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사회 정의를 수립하기 위해서도 조직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세계 시장, 세상의 만능 상품화, 경쟁의 보편화를 통해 인류를 기술 지배 사회 속에 추상적으로 통합하는 일은 구체적인 ‘탈사회화’와 사회적 안전망의 해체를 대가로 치르며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탈성장 사회를 구상하고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경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은 경제가 이론과 실천 차원에서 우리의 삶, 특히 우리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형태를 문제 삼는 것을 뜻한다. 환경 문제와 함께 인간의 상품화, 해로운 광고를 문제시하고, 일회용 제품의 대량 생산과 기계의 계획적 진부화를 문제시하는 것은 탈성장의 중요한 내용을 구성한다. 사회 내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위상에도 질문을 던지며, 노동 시간의 감소, 휴가의 확장 등을 통해 ‘노동’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일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한편 남반구 국가에서는 탈성장이, 식민화로 단절된 전통을 복원하는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는 것은 자신들의 문제에 들어맞는 해결책을 찾아내기 위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성의 회복이 탈성장을 이룩하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 될 것이다. 이처럼 탈성장은 개인들의 생산 방식과 생활 방식을 획기적으로 전환함으로써 가능해진다. 세상을 진정으로 바꾸려면 우리의 정신을 탈식민화해야 한다.

목차

머리말

서론

1  개념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

2  신화와 현실로서의 발전

3  ‘미립자’ 발전

사회적 발전

인적 발전

지역적 발전

지속적 발전

대안적 발전

4  발전 지상주의의 사기

개념의 인종 중심주의

실질적 모순: 실제의 사기

5  발전에서 빠져나오기

공생적 탈성장

지역주의

결론: 상상계를 탈식민화하라

 

참고 문헌

옮긴이의 말

작가 소개

세르주 라투슈

세르주 라투슈 Serge Latouche
1940년 프랑스의 항구 도시 반에서 태어났다. 경제학자이자 철학자로 파리 11대학 경제학 명예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적인 탈성장 이론가로, 발전 지상주의와 경제를 통한 세계 지배라는 관념을 통렬히 비판한다. 저서로 『메가머신(La Mégamachine)』(1995), 『발전에서 살아남기(Survivre au développement)』(2004), 『탈성장의 도박(Le Pari de la décroissance)』(2006), 『성장하지 않아도 우리는 행복할까?(Petit traité de la décroissance sereine)』(2007), 『소비 사회를 넘어서(Sortir de la société de consommation)』(2010), 『검소한 풍요 사회를 향하여(Vers une société d’abondance frugale)』(2011), 『낭비 사회를 넘어서(Bon pour la casse)』(2012) 등 다수가 있다.

이상빈 옮김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홀로코스트와 관련된 미학적 접근을 주제로 프랑스 파리 제8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비교문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한국판) 편집위원, 송석문화재단 부설 문래컬처팩토리 공장장, 한국동서비교문학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아우슈비츠 이후 예술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현대 프랑스 문화사전』, 『교차된 시선』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르몽드 20세기사』,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 『예언자, 죄인 그리고 성인들의 이야기』, 『동성애의 역사』, 『NO!: 인류 역사를 진전시킨 신념과 용기의 외침』, 『나폴레옹의 학자들』, 『서기 천년의 영웅들』, 『간디가 온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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