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찬주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2년 5월 15일
ISBN: 978-89-374-2495-3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43x205 · 208쪽
가격: 10,000원
분야 논픽션
네팔 카트만두에서 인도 바라나시까지 깨달음을 찾아 떠나는 명상의 길. 저자가 네팔과 인도, 스리랑카를 순례하면서 변화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붓다의 씨앗이 이미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의 책이다.
제1부 네팔, 붓다의 고향 나라 진리의 궁둥이에 몸을 기대나이다 …13 너는 누구인가, 이국의 첫 화두 …21 장엄한 만다라 돌며 깨칭 <침묵의 법문> …30 히말라야, 지혜와 자비의 산이여 …41 행복한 기운이 가득한 동산 …53 자비를 싹 틔운 드넓은 대지 …64 제2부 그대 안의 붓다 아들, 아내, 동생 잇따라 귀의 …79 붓다여, 정사 지어 보시하렵니다 …88 참화하며 상처 치유하는 삶의 현장 …99 원망도 증오도 없으니 용서할 것도 없네 …109 내가 말한 진리와 계율이 너희들 스승 …120 쇠락해 버린 2천 5백 년 전 최고 문명도시 …130 제3부 진리를 보는 자리 불세출의 고승 키워낸 불교 요람 …143 교단 뿌리 내린 정사, 경과 율을 집대성한 굴 …156 <법화경> 등 수많은 경전을 설한 성지 중의 성지 …171 싯다르타, 거룩한 붓다로 태어나다 …183 업장 씻는 강물, 진리를 보는 자리 …196
네팔 카트만두에서 인도 바라나시까지
불교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 정찬주의 성지 순례기이자 명상록『나를 찾는 붓다 기행』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앞서 출간된『산은 산 물은 물』(1998),『만행』(1999)을 통해 성철 스님과 만해의 일대기를 그린 바 있는 작가는 이번 작품집에서는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그들 삶의 모체라 할 수 있는 붓다의 구도적 삶과 수행기를 기행문의 형식으로 엮어냈다. 네팔과 인도를 두루 거쳐 불교 유적지라 할 만한 곳을 47컷의 컬러 화보에 담아 경전에 실린 붓다의 말씀과 함께 전하는 이번 책은 비주얼한 감각으로 일반 독자들에게도 수행의 의미와 깨달음을 위한 명상의 실천서로 다가갈 것이다. 싯다르타가 태어나고 자라고 사문유관하여 출가한 곳, 수행지와 해탈을 얻은 곳, 열반에 들어 마침내 붓다가 된 장소, 붓다의 열반상 등 불교적 함의가 깊은 사진뿐만 아니라 네팔 및 인도의 수행자들과 주민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대자대비(大慈大悲)>와 <삼계개고 아당안지(三界皆苦 我當安之)>로 요약될 수 있는 붓다의 실천적 가르침에 대한 주석이라 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청량감을 주는 8컷의 화보가 쉬어가는 페이지로 본문 중간 중간에 뿌려져 있다.
진리의 궁둥이에 이 몸을 기대나이다
이미 앞선 작품에서 성철 스님이라는 성스러운 대상의 신성함뿐만 아니라 세상과의 관계에서 발원한 인간적인 고뇌 또한 성스러움을 구성하는 일면으로서 그려낸 작가는 이번 작품집에서도 인간 세상과 유리된 성스러운 존재자로서의 붓다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직시한 의사이자 친절한 스승으로서의 붓다를 만난다.
<유적지를 돌면서 나는 붓다가 관념에 사로잡힌 철학자나 사상가가 아니라는 것을 절감했다. 그분은 삶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현실 문제를 누구보다 깊이 직시한 의사이자 신분의 귀천을 떠나 모두에게 행복한 길을 안내한 너무나 친절한 스승일 따름이었다.> – 본문 중에서
<진리의 궁둥이에 이 몸을 편히 기대나이다. 따듯한 손을 가진 자로 거듭 태어나고 싶어 하얀 자궁에 귀의하나이다.> – 본문 중에서
<살다 보면 누구라도 문득 자신의 삶이 이게 아닌데 하는 의문이 목에 찰 때가 있다. 바로 그런 때 나는 부대끼는 삶에서 한 발 빼어 인도로 흔적 없이 사라지곤 했다. 기원정사나 룸비니 동산의 보리수 그늘에서, 혹은 영축산 정상에서 붓다의 말씀 한 구절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뭉클했다. 붓다가 홀연히 나타나 두런두런 얘기해주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왔다.> – 본문 중에서
<나는 순례하는 동안 차츰 변화되었다. 내면이 맑아지고 깊어지는 느낌이었다. 순례가 끝나갈 무렵에는 내 안에도 붓다가 있음을 깨달았다. 현재 드러난 내 모습은 어리석고 성내고 욕망에 휘둘리는 ‘밖의 나’일 뿐이었다. 분명 내 마음에도 붓다의 씨앗이 이미 뿌려져 있는 ‘안의 나’가 있음을 이해했다.> – 본문 중에서
<붓다의 열반상을 돌아서려다 다시 대하니 가슴이 아릿해진다. 그러나 붓다는 나그네에게 나직하게 말한다. 붓다는 나 하나로서 족하니 나를 의지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등불 삼고 진리를 등불 삼아라〔自燈明 法燈明〕>고. 진리를 깨달으면 그대 자신이 붓다라고. 그대 안에 숨은 붓다를 찾아내라고.> – 본문 중에서
<붓다의 진리는 결코 절이나 상아탑에 갇혀 있는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삶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키고 깊어지게 하는, 물고기처럼 펄떡이고 살아 숨쉬는 것이리라. 수행자는 그런 붓다의 진리에 굶주리어 인도와 히말라야 산자락을 떠돌고 있으리라. 붓다를 만나고 붓다를 닮고 붓다가 되기 위해서.나그네가 인도를 두 번이나 온 것도 가만히 회상해 보니 2천5백 년 전의 붓다를 통해서 자신 속에 숨은 붓다를 만나 그를 닮고 싶은 소망에서였다. 자신 속에 숨은 붓다야말로 어느 선사의 말씀처럼 ‘본래의 나’인 것이다. 나그네의 붓다 기행은 ‘본래의 나’를 찾는 순례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