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보 아재

채희윤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7년 5월 4일 | ISBN 978-89-374-8122-2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35x205 · 310쪽 | 가격 10,000원

책소개

어둠과 기억, 그 화해의 공간 인생에 대한 저항과 지적 날카로움으로 빚어낸 채희윤 소설집. ‘표준어와 사투리어 접점에 놓인 어법을 눈부시게 구사하는 작가’ 채희윤이 8년 만에 내놓은 네 번째 작품집으로, 여덟 편의 중ㆍ단편들에 작가 특유의 소설적 개성이 잘 녹아져 있다. 표제작 <곰보 아재>는 누나의 결혼식 날 허름한 여관방에서 홀로 농약을 마시고 자살한, 자신에 비해 지나치게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맞았던 곰보 아재에 대한 기억, 그의 사체를 가매장한 채 오랫동안 내버려 두고, 그의 아내와 딸을 내쫓았으며, 그리고 오랫동안 그들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고 살았다는 사실에 대한 죄의식이, 곰보 아재의 딸이라는 여자와 함께 평화로운 일상의 표면 위로 떠오른다. 염산으로 가는 길의 메마른 풍경과 화려한 동백꽃, 한적한 어촌의 초라한 모습이 잘 어우러진 <염산에 가다>에서는 자신의 혼외 임신이 기억 속의 처참한 가족을 재현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화자의 두려움이 밀도 있게 묘사된다. <칼 벼리는 밤>에서는 순수문학을 꿈꾸는 작가, 그녀가 대소변을 받아 내야 하는 요도가 잘린 노인 환자를 통해 다양한 사랑의 의미를 탐색한다. <양장제본>   작품 자세히 들여다보기! 소설 속 주인공들은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만나고, 자신의 몸속에 내장된 어둠의 습성과 화해하고, 자신이 강간했던 여자에 대한 기억을 인정한다. 그들은 어둠 속에 스스로 유폐해 버렸던 기억들, 일상의 안온을 순식간에 파괴해 버릴지도 모르는 바로 그 기억 속 존재들과 화해하기 위해 애쓴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제 아무리 불안하고 공포스럽다 할지라도 결국엔 그 존재를 인정하고, 긍정하고, 품어 안아야 한다는 용기를 전해준다.

편집자 리뷰

인생에 대한 저항과 지적 날카로움으로 빚어낸 소설 미학 ― 어둠과 기억, 그 화해의 공간 누나의 결혼식 날 허름한 여관방에서 홀로 농약을 마시고 자살한, 자신에 비해 지나치게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맞았던 곰보 아재에 얽힌 기억, 그의 사체를 가매장한 채 오랫동안 내버려 두었고, 가족들의 공모로 그의 아내와 딸을 내쫓았으며, 그리고 오랫동안 그들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고 살았다는 사실에 대한 죄의식이, 곰보 아재의 딸이라는 여자의 등장과 함께 안온했던 일상의 표면 위로 회귀한다. “연원을 알 수 없는 불행에 대한 예감”, 그 불안의 근저에는 화자 자신이 자발적으로 망각해 버린 어두운 존재, 곰보 아재가 있으며, 화자의 불안은 바로 그 ‘억압된 것의 회귀’에 대한 불안일 터.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안온한 일상이 사실은 망각에 기초하며, 망각된 것의 돌연한 회귀와 함께 언제 균열될지 알 수 없는 불안을 항상 수반하게 마련”이란 것, 그것은 문학평론가 김형중이 지적한 바와 같이 소설집 『곰보 아재』의 곳곳에서 드러난 삶의 비의이기도 하다. 염산으로 가는 길의 메마른 풍경과 화려한 동백꽃, 한적한 어촌의 초라한 모습이 잘 어우러진 「염산(鹽山)에 가다」에서는 월남에서 생환한 아버지의 폭력과 색욕을 견디다 못해 출분한 어머니, 부모에게 버림받은 화자를 키우며 평생 사위가 딸을 죽였노라 증오하다 죽어 간 외할머니, 그리고 자신의 혼외 임신이 기억 속의 처참한 가족을 재현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화자의 두려움이 밀도 있게 묘사된다. 출가한 아버지, 젊은 남자와 바람 난 어머니, 어머니의 더운 피를 이어받은 탓인지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화자, 한밤의 채팅으로 그녀의 독특한 수사에 매료된 순수문학을 꿈꾸는 무협지 작가, 그녀가 대소변을 받아 내야 하는 요도가 잘린 노인 환자를 통해 다양한 사랑의 의미에 대해 탐색하는 「칼 벼리는 밤」에서도 이와 같은 전개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명예퇴직으로 사회의 중심에서 비켜난 「갈 수 없는 길」의 화자는, 고교 시절 자신의 삶의 방향을 바꾸게 한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 때문에 첫 단추를 잘못 꿰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자작나무 숲에서 저세상의 시인 프로스트와 조우하고 시의 몇 구절을 고쳐 달라 청하지만, 시인은 인생이란 의도한 대로 가지도 못하지만 되돌아올 수도 없는 길이라고 대답한다. 사내의 더운 여름날 하루를 통해 ‘가버린 길’과 ‘갈 수 없는 길’에 대한 의미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소설집 『곰보 아재』에서 우리가 안온하게 누리고 있는 일상적이고 세속적인 가치의 공간은 죽은 자들의 세계, 곧 어둠의 공간으로 변하게 되는데, 그곳은 주인공들이 일상의 공간 다음으로 기거하게 되는 두 번째 공간이다. 격렬한 방어기제가 동원되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이 유폐해 버린 어둠의 기억과 마주하고 억압된 것들로 회귀한다. 그리고 그 두 번째 공간은 이제 어둠과 화해한 공간, 기억과 화해한 공간, 그래서 부득불 망각하고 살았던 존재들과 화해하는 공간이 된다. 기억과 어둠이 화해한 공간에서 주인공들은 이제 기억 속의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법을 배우며 그렇게 삶의 비의 가운데 드러난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목차

사인정에서15호짜리 풍경화곰보 아재내 마음의 유목밤, 견인의 시각염산에 가다갈 수 없는 길칼 벼리는 밤작가의 말작품해설쥐와의 화해 김형중

작가 소개

채희윤

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어머니의 저녁> 당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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