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초

원제 DIX-NEUF SECONDES

피에르 샤라스 | 옮김 홍성영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5년 8월 26일 | ISBN 978-89-374-8073-7

패키지 양장 · 46판 128x188mm · 198쪽 | 가격 8,000원

책소개

파리 지하철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짧은 연극같은 소설. 2003년 제2회 프나크상 수상작이다. 테러가 일어날 전동차 안으로 저마다 사연을 갖고 모인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다. 밀폐된 지하철이라는 제한적 공간, 또 마치 카운트다운을 하듯 1초씩 테러의 순간을 향해 다가가는 시간 등 기존 소설의 형식에서 벗어난 이색적인 설정이 돋보인다. 지하철 테러가 일어나기 19초 전의 시간, 테러의 순간은 예고도 없이 다가오지만 사람들의 모습은 일상적이기만 하다. 20년 동안 같이 지냈으나 헤어질 기로에 서 있는 중년 부부, 테러가 일어날지도 모르고 첫사랑을 만나기 위해 전동차를 향해 힘껏 달려가는 소녀, 옛 애인을 그리워하는 동성애자, 아름답지만 삶에 지친 중년 여인 등 열차가 폭파되는 순간을 향해 진행되는 이야기가 긴박감과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편집자 리뷰

2005년 7월 7일 영국 런던 지하철에서 연쇄 폭발 테러가 발생하였다. 이번 사고로 인해 런던의 시민들은 완전히 공포로 인한 패닉 상태에 빠졌으며, 유럽은 물론 전 세계가 테러에 대해 긴급 대처 방안을 모색하는 데 급급했다. 이후 조사에 의해 영국 런던 연쇄 폭탄 테러가 서유럽 최초의 자살 폭탄 테러이며 테러범의 신원이 모두 영국인인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영국 사회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바로 10년 전인 1995년 7월, 프랑스 파리에서도 알제리 이슬람 테러범들이 런던 테러와 유사한 지하철 폭탄 테러를 감행했었다. 당시 8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부상당한 폭탄 테러 후 프랑스 당국은 지하철역과 박물관, 유명 관광지 등에 놓여 있는 쓰레기통 뚜껑을 닫아 버리고, 비상경계활동을 강화했다. 하지만 쓰레기통 뚜껑을 닫고, 행인을 의심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조치가 거의 아무것도 없었기에 당시 파리 시민들은 분노와 좌절, 무력감을 겪어야 했다. 그해 12월까지 5개월간 연속 테러 공세 속에서 파리 시민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이 바로 얼마 전에 런던 시민들에게 닥친 것이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무차별한 테러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 더욱이 불특정 다수를 노리는 폭력 앞에서 인간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파리 지하철 테러를 겪은 피에르 샤라스의 『19초』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하였다. 사랑의 약속이 영원한 이별의 재가 되어 온 세상을 뒤덮는다. 『19초』는 이별을 위한 약속에서 시작한다. 한때는 사랑했던 두 연인, 상드린과 가브리엘은 흘러간 20년이라는 세월만큼 그들의 사랑도 퇴색해 버렸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동거는 단지 한 지붕 아래에서 출퇴근하는 것에 불과할 뿐, 더 이상 함께 나눌 사랑도 기쁨도 슬픔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다 문득 깨달아 버린 날 아침, 가브리엘은 상드린에게 나시옹 역에서 만나자는 제안을 한다. 가브리엘이 기다리고 있는 나시옹 역에 상드린이 5시 43분 열차 ‘제우스’를 타고 온다면, 그들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 번째 열차 칸에서 상드린의 모습은 끝내 보이지 않고 가브리엘은 절망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며 열차가 떠날 때까지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자리를 떠나지 않고 주변 공간에 희석되어 버린다. 사랑했던 기억을 뒤로한 채, 둘 사이에서 기쁨과 슬픔이 서서히 사라지는 걸 보면서 삶이 점점 무기력해진다면 남은 것은 헤어짐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사랑이 한순간에 찾아오듯 이별 역시 종종 그렇게 다가오기 때문에. 그런데 사실 제우스 열차에 상드린은 있었다. 단지 매번 이용하던 세 번째 칸이 아니라 두 번째 칸에서 가브리엘을 지켜보았을 뿐이었다. 그녀는 열차가 나시옹 역에 들어서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마음을 정하지 못했지만 열차가 나시옹 역을 떠난 순간, 가브리엘이 점점 멀어지는 순간 뒤늦게 깨닫는다. 자신과 가브리엘은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되돌아가 새로운 시작을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제각기 다양한 미래를 꿈꾸는 자들에게 닥친 비극의 카운트다운, 19초! 상드린과 가브리엘이 만날 수 있을지에 초점이 모아진 채 제우스 열차가 나시옹 역에 들어오는 순간, 비극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카운트다운 속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나름의 인생을 걷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무작위로 노출된다. 20년 동안 같이 지냈지만 곧 헤어질 기로에 서 있는 중년 부부 가브리엘과 상드린, 첫사랑을 만나기 위해 전동차를 향해 힘껏 달려가는 열다섯 살 소녀 소피, 옛 애인 브누아를 그리워하는 동성애자 에마뉘엘, 아름답지만 삶에 지친 중년 여인 크리스텔, 겉모습은 교양 있어 보이지만 사창가에 가고 있는 노인 질베르, 소피의 첫사랑 뤼도, 크리스텔의 남편 프랑시스와 정부 제라르, 질베르의 죽음을 지켜보는 창녀 바네사, 그리고 폭탄을 설치한 후 열차에서 내리는 테러리스트 등이다. 물론 열차 안의 사람들은 단지 같은 시간에 그곳에 있을 뿐이었고, 서로 아무런 관계도 없다. ……작가는 여러 인물의 단편적인 모습을 무작위로 뽑아 든 카드 패처럼 보여 준다. 자가는 어설프게 그들을 연결하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폭탄이 터지기 직전인 19초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시작하는 샤라스의 글은 때로는 속도감 있는 스케치처럼, 때로는 거친 스냅 사진처럼 보인다. 테러 직전의 전동차 안, 폭탄이 든 가방 주변의 사람들은 제각각 평범한 일상의 상념 속에서 미래를 향해 가고 있을 뿐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그들의 모습은 달리는 전동차 차창 너머로 어지럽게 지나가는 지하철 터널의 불빛처럼 묘사된다. 각자의 일상을 사는 그들의 모습은 투박하게 잘린 지층의 단면처럼, 거칠고 건조한 느낌이다. 작가는 소설의 1부에서 19초 동안의 같은 상황을 여러 인물의 시점을 통해 반복하여 제각각 묘사한다. 다양한 묘사만큼 현실에서도 한마디 말과 행동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 다르다. 그만큼 그들의 미래에는 다양한 길이 놓여 있다는 의미이며, 단조로워 보이는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다, 순간순간의 평범한 일상이 개인에게 앞을 향해 걸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되어 미래에의 가능성을 열어 놓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모든 가능성이 어느 한순간 타인의 폭력으로 인해 무참히 단절된다. 지하철 폭발 테러의 순간은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왔고 갖가지 희망의 불빛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에게 먹힌다. 비극이 낳은 또 다른 폭력, 살인과 자기 파괴 소설의 2부가 시작되면서 폭탄을 열차 안에 놓고 내림으로써 미래로 향하는 모든 시간을 영원히 정지시켜 버리고, 상드린과 가브리엘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만남의 가능성을 영원한 이별로 바꿔 놓은 노란 점퍼의 남자에게 관심이 집중된다. 이 시점에서 지하철 테러리스트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이 머릿속을 꽉 채울 것이다. 어떤 의도와 목적으로 폭탄을 설치했는지, 즉 그 남자가 테러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듣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피에르 샤라스는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공적인 임무수행으로 영웅이라도 된 듯 들떠 있는 테러리스트가 작품 결말에 이르러 사회 정의 앞에 심판받는 순간을 기대하는 독자들의 기대를 어김없이 저버린다. 왜냐하면 사건의 발달인 테러리스트가 폭발 테러 바로 후, 너무나 허탈하게 그가 속한 조직에 의해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되기 때문이다. 분노를 표출하고 단죄해야 하는 공공의 적은 사라진 것이다. 그럼으로써 독자들은 분노할 대상을 찾지 못하고 혼란과 허무 속에 놓인다. 이 같은 소설의 반전과 전개는 더욱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연인의 상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상드린을 앗아간 테러범을 찾아 나시옹 역을 배회하기 시작한 가브리엘은 어느 날, 범인이라고 확신이 드는 남자를 발견하고 그의 아파트까지 따라가 그를 무참히 구타하고 실신시킨 다음, 아파트 창밖으로 떨어뜨려 버린다. 복수 후에야 비로소 만족하는 가브리엘의 모습을 보며 독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이미 알다시피 진범은 세상에서 사라진 후이기 때문이다. 가브리엘이 살해한 남자는 이력서를 쓰고 직장을 알아보던 평범한 파리 시민이었을 뿐이다. 자신이 숨지게 한 남자가 범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가브리엘은 다시 거리로,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그리고 또다시 테러범이라고 확신하는 남자를 발견하고 그를 철로로 떨어뜨린 다음, 자신도 자살할 결심을 하면서 소설은 막을 내린다. 가브리엘이 쫓았던 자는 누구인가……. 피에르 샤라스는 『19초』에서 짧은 시간 동안 완전히 뒤틀려 버린 사람들을 추적하며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순간’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한다고 보인다. 또한 지하철 테러와 개인적 복수라는 두 가지 양상의 상반되어 보이는 폭력, 어느 것에도 자비의 손을 들어주지 않음으로써 현대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고 할 수 있다.

목차

Ⅰ 제우스 Ⅱ 스틱스 Ⅲ 하데스 옮긴이의 말

작가 소개

피에르 샤라스

1945년 프랑스 파리 출생. 1982년 데뷔작 『두세 번의 만남』을 시작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글쓰기를 해오고 있는 소설가이면서 영미 문학 번역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또한 희곡을 발표한 극작가이기도 하며, 배우로도 얼굴이 알려져 있다.
피에르 샤라스는 1994년 『앙리 씨』로 ‘되 마고 상’을, 2000년 『배우』로 ‘발레리 라르보 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이다.
그 외 작품으로 소설 『루이즈네 집에서』, 『매주 일요일에 우리는 행복했지』, 『천사의 회고록』, 『밤 직전에』 등이 있다.

홍성영 옮김

1970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독어교육과를 졸업했으며, 졸업후 극단 목화에서 연출부로 일했다. 97년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대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무대예술을 공부하고, 98년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8대학에서 비교문학 석사과정을 수학했다. 2007년 현재 현재 영어와 불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 전집 <환상 여행>, <광인 치료법>, <뒤팽의 미소>, <검은 고양이>와 카렐 차페크의 <단지 조금 이상한 사람들>, 피에르 샤라스의 <19초>, 퍼트리샤 콘웰의 <사형수의 지문>, <악마의 경전>, <마지막 경비구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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