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저녁 밥상

2005년 수상작

윤순례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5년 6월 3일 | ISBN 89-374-8068-9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35x205 · 236쪽 | 가격 9,000원

책소개

제29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불모의 땅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생명에 대한 숭배이자 미래의 희망에 대한 희구라는 주제를 형상화시키는 태도가 단단하고 탄탄하다. 윤순례는 자극성이나 독성이 없는 천연섬유를 짜듯 글을 쓴다. 오늘날처럼 진짜 같은 가짜가 판치는 세상에서 생명만은 진짜여야 한다는 천진함과 고집스러움이 오히려 아방가르드적으로 느껴진다. 뛰는 문학, 목소리 큰 문학이 판치는 속에서 늦게 걸어가는 조그마한 목소리의 문학을 하는 그는 오래 걸을 수 있는, 그래서 질리지 않을 문학을 하는 작가가 될 듯하다.―심사평에서/김화영(문학평론가, 고려대 교수), 공지영(소설가), 김미현(문학평론가, 이화여대 교수)

편집자 리뷰

◆ 낮은 목소리, 튼튼한 두 다리, 고전적 이야기꾼의 등장
『아주 특별한 저녁 밥상』은 제29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새롭지 않다. 요 몇 년 사이 등단길에 오른 여느 작가들이 훈장처럼 걸고 나타난 ‘새로움’과 ‘파격’을 이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윤순례는 고전적인 스타일의 이야기꾼이다. 그의 관심은 실험과 전복에 있지 않다. 이야기가 가진 근원적인 힘, 시들어 버린 삶에 살아 있는 색을 입히는 그 힘이야말로 이 작품을 통해 그가 증명하고자 했던 것이다. 『아주 특별한 저녁 밥상』이 들려주는 낮고 작은 목소리는 간혹 주저하는 빛을 띠긴 하지만 결코 끊어지는 일 없이 고집스레 이어지고, 그가 발 딛고 선 땅은 어떤 천재지변에도 끄떡하지 않을 것처럼 단단하다. 보는 이의 눈을 멀게 하는 네온사인 같은 화려함은 없으나 은근하고 따스한 촛불을 닮은 매력적인 작품이다. ◆ 생에 대한 부정과 긍정 사이, 새로운 생명이 싹튼다
『아주 특별한 저녁 밥상』에서 윤순례는 세 사람의 삶을 차례로 보여 준다. 먼저 아내와 남편이 있다. 두 사람은 겉보기에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에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듯하나, 집 안으로 한 발짝 디디면 맡을 수 있는 것은 (남편이 아내에게 끓여 준) 미역국 썩어 가는 냄새이고, 눈에 띄는 거라곤 열매를 맺지 못하는 방울토마토 그루이다. “연못에 물이 마른” 이 집은 생명이 부재하는 공간이다. 작가는 이들의 신산하고 눅눅한 일상을 군더더기 없이, 생략 없이 있는 그대로 서술한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낯이 익다. 이 작품의 세 번째 주인공인 꼽추 처녀는 아내가 떠나고 남편만 남은 집에 가정부로 들어간다. 그녀는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달고 나온 혹 덩이를 짊어지고 자신만의 삶을 담담하게 살아간다. 신경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나, 제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짐이라면 짊어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어머니는 없으나 할머니가 있고, 이모도 있다. 진심인지는 모르겠으나 남자친구도 있다.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 삶이다. 여자가 키웠던 고양이 ‘총총’과도 차츰 가까워질 무렵 총총이 새끼를 배는 사건이 생긴다. 아무것도 싹틔워보지 못한 이 집에 생명이 들어선 것이다. 꼽추 처녀는 총총이 품은 새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살아온 지금까지의 삶을 버리고 홀홀 떠난다. 헤어진 남자친구가 선물한 연둣빛 자동차를 타고.남자와 여자가 사는 모습은 우리 주변의 그 누구와도 닮은 것만 같다. 윤순례는 우리가 흔히 놓치고 넘어가기 쉬운 일상 속의 고통스러운 한 순간을 포착하는 재주가 있다. 그러나 그는 사소한 고통에 천착하지 않고, 그것을 우리네 인생이라는 커다란 장강의 한 줄기로 흘려보낼 줄 안다. 그것은 그가 삶이 주는 고통 속에서도 희망의 존재를 믿기 때문이다. 연둣빛 자동차를 타고 콧노래를 부르며 떠나는 꼽추 처녀와 그 품에 안긴 총총에게서 우리는 희망을 본다. 생에 대한 부정과 긍정 사이 새로운 생명이 싹트고, 독자는 생에 대한 긍정을 힘들게 이끌어내는 결말 자체가 전 3막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의 독서 과정과 일치하는 체험을 하게 된다.◆ 줄거리
<제1막>거짓으로 가졌던 아이를 역시 거짓으로 잃은 ‘여자’는, 생식 능력이 없는 남편과 생명이 말라붙은 집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몇 해 전 절에서 잠시 만나 온기를 나눈 목수 ‘허관’을 찾아 용두도에 온 여자가 그곳 절 주지에게서 들은 얘기라곤 허관이 간 곳을 모르겠다는 말뿐이다. 그러고도 어쩌면 그의 소식을 알게 될지 몰라 절에 머무르던 여자는 주지 스님과 관계가 있는 듯한 ‘미주 엄마’를 알게 된다. 강퍅하고 사나운 그녀는 동네 아낙들의 적대와 수군거림 속에서도 억척스럽게 돈을 벌고 혼자 몸으로 병을 앓는 딸을 키우며 사는 미혼모다. 인근의 섬들을 찾아보고 허관과 가까웠다는 사람들을 수소문해 봐도 소용이 없고 그와 함께했던 한때를 회상하는 일에도 지쳐가던 어느 날, 미주 엄마의 자살 미수 소식이 전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가 허관을 대마도에서 봤다는 얘기가 흘러든다. 채비를 하고 섬을 떠나는 여자의 등 뒤로는 전보다 더 지치고 낡아 보이는 미주 엄마가 야차 같은 눈빛으로 목청 높여 호객을 하고 있다.<제2막>‘남자’는 여자가 떠난 넓은 아파트에 고양이와 함께 남았다.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랐으나, 신경 쇠약과 생식 능력의 부재만큼은 그로서도 어찌할 수 없었다. 아내가 낳은 것처럼 꾸며 몰래 아이를 입양하려는 어머니의 계획 앞에서도 무기력했던 남자는, 그 모든 상황에 지친 아내가 우연히 집을 잘못 알고 찾아든 602동 남자를 빌미로 거짓 유산을 꾸며 냈을 때도 아무 손쓰지 못하고 방관하기만 했다. 602동 남자의 거듭된 사과를 들어 넘기기에도 지친 남자는 잠을 자거나 채팅으로 만난 여자와 모텔에 가는 일로 소일하며 아내의 부재를 견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기르던 고양이 ‘총총’이 602동 남자의 딸을 무는 사건이 일어난다. 남자는 이를 기화로 602동 사내와 화해를 꾀하고, 아내를 찾으러 나설지 말지 고민한다. <제3막>꼽추인 ‘나’는 남자의 어머니인 ‘성북동 안방마님’ 댁에서 요리를 하는 할머니의 소개로, 여자가 떠난 후 남자 혼자 남은 집에 가정부로 들어간다. 페르시안 고양이 총총을 보살피는 것이 나의 주 임무이다. 어머니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스무 해를 산 나는 “너는 애비도 없고 에미도 없다. 그냥 내 딸이려니 해라.”라는 할머니의 말에 기대어, 타고난 신체적 결함 따위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여기고 담담하게 살아간다. 카센터 앞에서 딱정벌레 모양의 자동차를 발견하고 반한 나는 정비사 종하를 만나게 되고 편견 없는 그의 태도에 호감을 느낀다. 주인 남자의 무심함 속에서 총총을 돌보며 밤에는 할머니와, 이따금은 종하와 데이트를 하는 나의 일상에 변화가 생긴 것은 총총의 임신 때문이었다. 밖에서 도둑고양이의 씨를 품어온 총총을 못마땅해하는 남자의 등살에 시달리던 나날들 가운데 총총의 배는 점점 불러오고, 종하는 이별 선물로 딱정벌레를 닮은 연둣빛 자동차를 선물한다. 그날 저녁 총총을 성북동에 데려다 불임 수술을 시켜 기르겠다는 안방마님의 말에 나는 이 “연못에 물이 마른” 집을 떠나기로 결심하고는 총총에게 성찬을 차려 대접한다. 차를 몰고 총총과 함께 남쪽 항구 도시로 온 나는 어쩌면 어머니일지도 모르는 ‘이모’가 살고 있는 명월도로 가는 배에 오른다. 잡종 고양이의 새끼를 품은 총총이 바닷바람 속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기를 바라며.
윤순례
1967년 전북 부안 출생 1991년 추계예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1996년 제18회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여덟 색깔 무지개」가 당선되며 등단 2003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소설 부문 신진예술가상 수상 2005년 제29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

작가 소개

윤순례

1967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추계예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여덟 색깔 무지개」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아주 특별한 저녁 밥상』이 있다. 2003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소설 부문 신진예술가상, 2005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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