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여자들의 특별한 친구

문학적 우정을 찾아서

장영은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3년 11월 10일 | ISBN 978-89-374-5465-3

패키지 반양장 · 46판 128x188mm · 288쪽 | 가격 17,000원

분야 한국 문학

책소개

읽고 쓰며 친구와 함께 살아간 여자들이 발명한

귀하고도 드문 문학적 우정에 대한 기록!

버지니아 울프, 코코 샤넬, 시몬 드 보부아르, 한나 아렌트,

이 시대 가장 위대한 이름을 남긴 이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친구가 있었다!

 

“모든 시대, 모든 여성들의 우정에 대한 기념비로서 나는 이 책을 글 쓰는 책상 앞에 놓아둘 것이다. 그러면 지칠 때마다 다시 우정의 힘을 얻어, 또 읽고 쓸 것이다.” ─ 팟캐스트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 김하나 추천!

편집자 리뷰

● “가장 신성한 인간관계는 우정이다.” ―메리 울스턴크래프

나를 살게 하고, 더 나은 나로 성장시키고, 세상을 함께 바꾸어 내는 여자들의 우정!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여성, 정치를 하다』 등을 통해 여성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재조명하고 있는 문학 연구자 장영은 박사의 신간 『글 쓰는 여자들의 특별한 친구』가 출간되었다. 역사적으로 가장 최고의 우정이라고 일컬어지는 거의 모든 이야기 속 친구들은 남성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여성들의 우정은 어린 시절 주고받는 부드럽지만 유치한 감정, 아내 혹은 어머니가 되기 전에 겪는 일련의 견습 과정으로 가볍게 여겨졌다. 우정은 타인과 맺을 수 있는 가장 고결한 인간관계이자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성장의 필수 요소다.

그러나 지금까지 여성들의 우정은 이러한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한 채 개인적 사생활의 그늘에 머물러 있었다. 일, 공부, 글쓰기로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여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삶을 널리 전하고 있는 장영은 박사는 바로 이러한 여성의 우정에 응당 받아야 할 조명을 돌려준다.

저자는 ‘도원결의’와 같이 비장한 영웅담으로 귀결되곤 하는 남성들의 우정이 필연적 죽음으로 나아간다면, 여성들의 우정은 언제나 ‘삶’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진지한 자세로 살아갔던 인간의 삶에는 언제나 곡진한 우정의 역사가 있기 마련이다. 버지니아 울프, 코코 샤넬,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한나 아렌트, 시몬 드 보부아르, 마거릿 미드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단한 여성의 삶에는 그만큼 놀라운 특별한 친구가 있다. 오히려 남성에 비해 사회적 역할과 지위에서 한계가 있었기에 이러한 친구 관계가 더욱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친구를 통해 스스로 원하는 자기 자신을 깨우치기도 하고, 우정의 여러 장면을 겪으며 어마어마한 변화와 성장을 이루기도 한다. 이들의 우정 그 자체가 진화하며 세상을 바꾸는 모습은 놀랍다. 어떤 특별한 여성의 성취와 약진을 살펴보면 모두 그만큼이나 특별한 우정, 즉 친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우리나라 대표 여성 소설가인 박완서와 박경리의 우정을 소개한다. 박경리의 독자였던 박완서는 그를 책으로 먼저 읽고 두려워하며 존경했고, 후에 자식을 먼저 앞세운 참척의 고통을 겪으며 가장 밑바닥까지 좌절했을 때, 역시 같은 고통을 겪었던 박경리의 우정의 손길로 일어날 수 있었다. ‘저세상’만을 생각하던 당시의 박완서에게 박경리는 ‘살아야 한다고, 글로 써서 이겨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목을 읽으며 저자는 ‘우정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라고 정의 내리고 싶어졌다고 한다. 삶을 향한 우정, 이 지극하고 숭고한 관계는 각자 자신의 시대에 최선을 다했던,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자 했던 인간의 노력과 겹친다. 거기에 우리가 미처 몰랐던 무수히 많은 여자 친구들이 있었다. 위대한 여성의 성취는 홀로 갑자기 도드라진 것이 아니라, 밤하늘의 별과 같이 무수한 크고 작은 연결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드러낸다.

 

그녀들 사이에는 언제나 말과 글이 있었다. 읽고 쓰는 행위는 고독하지만, 신비롭게도 읽고 쓰는 여자들은 고립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녀들은 친구와 함께 살아갈 방도를 마련해 갔다. 나는 앞으로 읽고 쓰기 위해 살아가는 여자들이 차곡차곡 쌓아 온 우정을 문학적 우정이라 부르고자 한다. 그렇게 치열하게 읽고 쓰면서 그녀들은 모두 드물고도 귀한 친구를 얻을 수 있었다.

― 프롤로그에서

 

스미스는 동갑내기 여성 참정권 운동가 팽크허스트와 시대의 책무를 함께 짊어지고 싶었다. 둘은 말이 잘 통했다. 정치적 지향점이 명확해질수록 스미스의 음악 세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스미스는 여성들의 우정이 여성 해방을 앞당긴다고 강력하게 믿고 있었다. 스미스에게 우정은 종교적 신념에 가까웠다. “음악가로서 어려웠던 순간순간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들은 여성이었다. 따라서 모두가 비범한 품성을 지녔다고 생각되는 특정한 여성들과 나의 관계는 내 인생의 빛나는 실들이었다.”

― 「문학과 음악의 정치적 결합: 버지니아 울프와 에설 스미스」

 

여성이라는 사회적 신분은 계급과 성장 환경의 차이를 부차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울스턴크래프트는 사회적 불평등과 모순을 자각한 여성들의 우정과 연대를 완강하고 배타적인 주류 보수 사회에 대항할 수 있는 정치적 가능성으로 평가했다.

― 「이 여자들을 보라!: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우정의 천재들」

 

“커다란 슬픔 속에 헤매고 있을 때 미시아가 내 삶 속으로 들어왔다.”

미시아는 친구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샤넬의 집을 찾아갔다. 아침 9시에 현관문을 두드렸다. 이듬해 여름이 되어도 샤넬이 망연자실한 상태로 있자, 급기야 미시아는 호통을 친다.

“코코, 이제 충분히 슬퍼했어. 자, 가방을 싸, 베네치아로 가는 거야.”

― 「새로운 세기로 돌진하다: 코코 샤넬과 미시아 세르」

 

●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여자들이 경험하는 강렬하고도 특별한 연결

우정의 천재들이 전하는 최고의 친구 사귀는 법, 그리고 최선의 친구가 되는 법

우정의 필수 조건은 무엇일까? 시공간이 다르거나, 정서적 친밀감이 없더라도 그 관계를 우정이라고,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저자는 한나 아렌트가 내린 우정의 정의를 제안한다. 그는 친밀감을 강조하는 우정보다 “정치적 요구를 제기하며 세계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우정, 즉 세상을 변화시키며 세상에서의 자신의 자리를 주도적으로 찾아 나가는 관계로서의 우정을 진짜라 여겼다.

이런 삶에서 친구는 단지 내가 실제 만나고 사귄 사람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생각과 삶의 방향이며, 이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고 현실과 텍스트를 가로지른다. 이 책의 모든 여성들은 치열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자신의 삶을 살고, 또한 이 모든 것을 다시 말과 글로 남겼다. 읽고 쓰는 행위로 연결되는 경험은 그 어떤 접촉보다도 강렬할 수 있다.

아렌트는 이렇게 백여 년 전에 태어난 유대인 여성 라헬 파른하겐의 마음에 직접 가닿았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대인 정체성의 문제를 깊게 고찰하는 철학자로 여물 수 있었다. 페미니즘 문학의 고전이 된 버지니아 울프와 그의 라이벌과 동지들은 또 어떠한가? 캐서린 맨스필드, 비타 색빌웨스트와 같은 동시대 문인은 서로 경원하고 질시하기도 하며 이러한 우정의 교류 없이는 절대 불가능했을 크기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키워나간다.

미국의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는 여성에게 배타적인 학계에서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함께 성장한다. 서로에게 가장 먼저 글을 보여주고 가감 없이 비평을 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과거에는 없었을지 모르나 미래에는 함께할 여성의 자리를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당대의 여성 사상가 시몬 베유에게 젊은 시절 친교를 거절당했으나 그와의 이러한 관계가 자신에게 중요했다고 기억한다. 그 또한 평생토록 세간의 기준과는 다른 우정을 실천했고, 비올레트 르뒤크와 젊은 페미니스트 작가들에게 ‘친밀감’ 없는 우정의 심도를 선사한다.

우정의 천재가 친구를 얻고 자신의 삶을 확장하는 모습은 언제나 또 다른 이들을 세상으로 불러낸다. 백여 년 전 태어난 여성의 삶이 이 시대 젊은 여성들에게도 여전히 새로운 우정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책 속 인물들, 그리고 저자와 함께 끝없는 수다를 떤 것 같은 친밀감과 동시에 고양감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읽는 행위를 통해 이 위대한 여성들의 우정은 다시 새로워진다. 또 한 번 생명력을 얻는다.

 

이처럼 박경리라는 위대한 작가가 탄생한 배후에는 죽마고우의 우정이 있었다. 박경리 또한 “내 동무가 얻어 준 그러한 우연이 없었던들 내 성격으로는 문단에의 길이 절대로 열리지 않았을 거로 알고 있다.”라고 고백하며, 친구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최혜순이 김동리에게 박경리의 글을 소개한 것은 오히려 부차적이다. 박경리의 습작들을 친구가 꼬박꼬박 읽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작가에게는 언제나 독자라는 동무가 필요하다.

― 「프롤로그: 친구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울프와 색빌웨스트는 더 이상 지상의 존재가 아니었지만, 두 사람이 남긴 작품들은 어디로도 사라지지 않았다. 『올랜도』의 주인공 색빌웨스트는 올랜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울프의 작품도 무한히 재해석될 것이다. (……) 문학 자체가 우정의 최종 목표였던 울프와 색빌웨스트 그리고 맨스필드. 그녀들은 여전히 새로운 여성의 출현을 기대하며 다음 세대 여성들의 우정을 한껏 지지하고 있을 것이다.

― 「맞수와 동반자:   버지니아 울프, 캐서린 맨스필드, 비타 색빌웨스트」

 

아렌트는 파른하겐의 책을 통해 파른하겐을 깊이 이해하고 파른하겐의 마음에 가닿았다. 책 한 권을 제대로 읽는다는 행위는 곧 독자가 저자와 친구가 된다는 의미임을 아렌트의 삶과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독해하기 어려운 책은 다가서기 힘든 친구와 비슷하지만, 마침내 그 책을 제대로 읽어 냈을 때 독자는 저자의 내면을 이해하게 되고 저자가 쓴 한 권의 책을 매개로 저자와 우정을 맺게 된다.

― 「정직한 친구들: 한나 아렌트와 라헬 파른하겐」

 

르뒤크만이 쓸 수 있는 글이 있다고 믿었기에 보부아르는 그녀를 묵묵히 응원하면서도 정작 만나면 엄격하고 냉정한 말만 했다. 우정을 거절할 때 비로소 우정을 받을 자격이 생긴다는 시몬 베유의 통찰은 보부아르의 삶에서도 확인된다. 르뒤크는 보부아르의 문학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투지로 작가 생활을 이어 나갔다.

― 「우정을 받을 자격: 시몬 드 보부아르, 시몬 베유, 비올레트 르뒤크」

 

책을 향한 열정과 존경심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유럽과 미국 전역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한 비치는 누구라도 쉽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고자 노력했다. 플래너는 비치와 모니에를 여성의 독서 환경과 책의 관계를 변화시키려고 했던 운동가로 기록했다.

― 「책 친구들의 집에서: 아드리엔 모니에와 실비아 비치」

 

●추천의 글

“여자들에게도 우정이 있습니까?”

내가 실제로 들은 말이다. 그것도 커다란 강연장의 무대에 올라 있을 때 남성 진행자로부터. 여성들 수백 명이 모인 행사에서 단 한 명의 남성이었던 그가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실언의 이유를 품고 있다. 다시는 그런 소리를 못 하도록 따끔히 답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분이 안 풀린다. 유구한 역사 동안 남성들의 우정은 공식적으로 표명되고 재현되고 찬사받아 왔다. 여성들의 우정은 다른 길을 걸어왔다.

여기 글 쓰는 여자들이 남긴 우정에 대한 촘촘하고도 귀중한 기록이 있다. “박완서는 박경리의 독자였다.”로 시작하는 글을 내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여성들이 쓴 문장 이면에는 맞잡은 손이 있다. 이들은 서로를 살리고 서로와 경쟁하며 치열하게 읽고 쓰고 듣고 말했다. 그리고 함께 성장했다. 그랬기에 오늘의 우리도 그 기록을 통해 그들과 손을 맞잡는다. 이 그물망 안에서 비로소 여성들은 예외나 별종이 아니라 맥락과 역사가 된다. 서로의 증인이자 파트너가 된다.

나 또한 이 특별한 우정을 잘 알고 있다. 지난 시대와 동시대의 여성 작가들이 없었다면 과연 내가 지금 읽고 쓰고 듣고 말할 수 있을까? 모든 시대, 모든 여성들의 우정에 대한 기념비로서 나는 이 책을 글 쓰는 책상 앞에 놓아둘 것이다. 그러면 지칠 때마다 나는 다시 우정의 힘을 얻어 또 읽고 쓸 것이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말처럼, “가장 신성한 인간관계는 우정”임을 믿는다.

―김하나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터 · 작가)

목차

프롤로그― 친구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1부 우정을 읽는 여자들

맞수와 동반자 ― 버지니아 울프, 캐서린 맨스필드, 비타 색빌웨스트

함께 살고, 각자 쓰다 ― 버지니아 울프와 레너드 울프

문학과 음악의 정치적 결합 ― 버지니아 울프와 에설 스미스

후원자의 돈, 작가의 글 ― 페기 구겐하임과 주나 반스

우정을 받을 자격 ― 시몬 드 보부아르, 시몬 베유, 비올레트 르뒤크

친구 같은 자매, 자매 같은 친구 ― 시몬 드 보부아르와 엘렌 드 보부아르

 

2부 우정을 쓰는 여자들

이 여자들을 보라!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우정의 천재들

친구의 삶을 친구의 언어로 쓰다 ― 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

새로운 세기로 돌진하다 ― 코코 샤넬과 미시아 세르

내 스승을 찾았어! ― 다이앤 아버스와 리젯 모델

정직한 친구들 ― 한나 아렌트와 라헬 파른하겐

우정의 공화국을 수립하다 ― 한나 아렌트와 메리 매카시

책 친구들의 집에서 ― 아드리엔 모니에와 실비아 비치

 

에필로그

추천의 글

미주

작가 소개

장영은

문학 연구자. 여성들이 글을 쓰며 자기 자신을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분석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자서전, 회고록, 일기, 편지, 기행문, 연설문, 소설, 대담 등 다양한 양식의 자기 서사에 주목하고 있다.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을 엮었고,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여성, 정치를 하다』, 『변신하는 여자들』을 썼고,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다』를 함께 썼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여성 문학과 비교 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일, 공부, 글쓰기로 세상을 바꿔 나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모아 널리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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