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놓을 용기

관계와 문화를 바꾸는 실전 평어 모험

이성민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3년 8월 18일 | ISBN 978-89-374-2618-6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18x180 · 208쪽 | 가격 16,000원

책소개

『말 놓을 용기: 관계와 문화를 바꾸는 실전 평어 모험』

 

“한국말에는 이제 반말과 존댓말이 있고, 또한 평어가 있다.”

 

평어는 한국어를 다른 것이 아닌, 바로 그 한국어로 극복한다. 한국어의 내부에서 한국어를 뛰어넘는다.

-김진해(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여러분도 평어를 통해 새로운 우정을 경험하길 바란다.

-윤여경(그래픽디자이너, 디자인교육자)

편집자 리뷰

나이와 경력에 따른 수많은 호칭과 직함이 존재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수직적 관계 구조를 타파하고 수평적 소통을 이뤄 보려는 숱한 시도들이 있어 왔다. 직함 대신 영어 이름을 부르는 기업 문화가 유행하고, ‘착한 반말’이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 언어로 활용되는 현상은 한국 사회에 수평적 소통을 향한 열망이 새싹이 되어 피어나고 있었음을 증명한다. 민음사에서 출간된 철학자 이성민의 책 『말 놓을 용기: 관계와 문화를 바꾸는 실전 평어 모험』은 한국 사회에 ‘평어’라는 또 하나의 튼튼한 새싹을 내어놓는다.

평어는 ‘이름 호칭+반말’의 형태를 갖춘 상호 존중의 언어다. 저자 이성민이 ‘디학’(을지로 소재의 디자인 대안 학교)에서 처음 시도했던 평어 사용은 여러 학습 공동체, 기업, 학교, 매체 등의 관심 속에서 점차 바깥으로 퍼져 나갔다. 민음사는 잡지 《릿터》를 경유한 ‘회사에서 평어 쓰기’를 지속해 나가고 있으며,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김진해 교수는 ‘강의실에서 평어 쓰기’를 시도해 ‘스브스뉴스’ 등 매체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인터뷰 미디어 「요즘 것들의 사생활」의 이혜민 디렉터는 삶 자체에 집중하는 인터뷰를 위해 ‘평어로 인터뷰하기’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여러 독서 모임, 학습 공동체 등에서 평어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세공되고 개발되며 구체적인 현재를 갖게 되었다.

평어의 탄생과 실천, 그리고 평어가 가져다줄 새로운 미래에 대한 고찰을 담은 『말 놓을 용기』는 한국말의 현재에 깃든 근본적인 결핍을 마주하게 하는 진단서이자, 한국말의 다음 단계를 가늠해 볼 수 있게 하는 훌륭한 안내서다. 평어가 회사, 학교, 매체, 모임 등 다양한 현장에서 시도될수록 ‘한국말의 다음 단계’는 뚜렷한 형상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회사에서 평어로 대화하는 장면 속에 놓여 볼 수도,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상대와 이름을 부르고 눈을 맞추며 소통해 볼 수도, 평어로부터 피어날 새로운 농담을 주고받아 볼 수도, 그리고 평어로부터 개발된 은유를 갖춘 문학을 쓰거나 읽어 볼 수도 있다. 이렇듯 제힘으로 만들어 낸 언어와 사회의 미래는 더욱 정답고도 풍성할 것이다.

 


 

문화라는 착각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한국인이라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서로 나이를 공유하고, 그에 걸맞는 호칭을 정리한 뒤, 마땅한 예절을 갖추어 대화를 나누는 풍경이 무척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성인이 된 이후 회사, 학교, 소모임 등에서 벌어지는 만남의 현장에서 비슷한 상황을 숱하게 마주하기 때문이다. 이런 풍경을 두고 ‘한국 문화’라고 일컫는 명명 역시 결코 낯설지 않다. 철학자 이성민은 우리에게 익숙한 강고한 수직적 문화에서는 문화적인 근거보다는 오히려 문화적인 결핍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가족 바깥의 관계에서도 한두 살 나이를 민감하게 따지며 호칭을 나누게 만드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 정확한 문화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외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더욱 명확해지는데, “그것은 역시 친구나 동료다.” 한두 살 나이 차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어린 시절의 또래 관계 속에서 우리는 보다 자연스럽고 유연했으며, 그래서 자유로웠다. 누구나 경험한 적이 있을 이 또래 관계가 성인이 된 이후 소멸해 버리는 이유는,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 아니라 ‘문화’라는 벽 앞에서 시도되지 못했던 탓이다. 어릴 적 또래 관계에서 누렸던 오래되고 익숙한 자연스러움을 회복하기 위해 이성민은 평어라는 이름의 용기를 낸다.

 


 

평어란 무엇인가

그리하여 ‘이름 호칭+반말’이라는 형태의 평어가 탄생하였다. 반말과 달리 평어는 어느 한쪽만 사용하는 말이 아니라, 정의상 서로 사용하는 말이다. 손윗사람은 반말을, 손아랫사람은 존댓말을 사용하듯 “너는 존댓말을 써, 나는 평어를 쓰겠어.”라고 제안하는 문장은 성립이 불가능하다. 다음으로, 반말과는 달리 평어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말이다. 아직 그 역사가 짧은 만큼, 사용자의 손에서 더욱 활발히 개발되어야 하는 언어다. 또한, 평어는 함께 공동의 목표를 추구해 나가는 공동체에 잘 어울리는 언어다. 이성민은 전쟁과 같이 적대적인 상황에서는 초면인 당사자들이 서로 대뜸 반말을 한다고 해도 누구도 어색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수평적인 대화가 가능한 우호적인 상황에는 무엇이 있을지 골몰했다. 강렬하되 적대적인 상황인 ‘전쟁’ 대신, 강렬하되 우호적인 상황에 어울리는 무엇. 이성민은 그것을 ‘모험’이라고 정의 내린다. 우리는 함께 모험을 할 때에 서로 어색함 없이 평등하다. 공동의 학습 목표를 위해 토의하거나, 동일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관계, 그리고 같은 꿈을 꾸는 수많은 ‘함께’ 속에서 평어는 든든한 배가 되어 줄 것이다. “모험은 과정이 결과만큼이나 중요한 대표적 활동”(시인 강보원)이므로, 우리는 다른 이들과 함께 떠나는 평어 항해 중 순간순간 뜻밖의 즐거움을 마주할 수도 있다.

 


 

함께 만들어 가는 미래의 언어

평어의 미래는 사용자의 다양성만큼 다채롭다. 저자 이성민은 이 책을 통해 평어의 가능한 미래를 몇 가지 제시해 둔다. 경직된 수직 구조에서는 오가기가 어려웠던 ‘농담 자원’이나 ‘은유 자원’이 평어를 통해 더욱 활발히 개발될 수 있으며, 비즈니스 평어나 평어 축사, 평어 연설, 새로운 평어 표현 등 상황에 따른 평어 소통 방식이 더욱 구체화될 수도 있다. 『말 놓을 용기』를 통해 이성민이 그러하였듯, 평어 경험자들은 저마다 다른 평어의 현재와 미래를 제시한다. 소설가의 손에서 평어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평어를 쓰는 소설”에 대한 꿈을 품기도 하고(소설가 임선우), 미디어 디렉터의 손에서 평어는 “나이와 경력을 넘어 삶 자체에 집중하는” 언어가 되기도 하며(「요즘 것들의 사생활」 이혜민 디렉터) 직장 동료들과 평어 사용을 경험한 회사원의 손에서는 “회사 동료들과 업무 밖 영역을 상의할 수 있는 창구”이자 “내가 원하는 바를 더 정확히 말할 작은 자유”가 되기도 한다.(편집자 맹미선) 지금처럼 평어에서 미래를 발견한 공동체가 하나둘 쌓여 간다면, 언젠가 그것을 하나의 사회라 부를 수도 있겠다. 평어로부터 가능해진 새로운 사회는 왠지 보다 정다울 것 같다. 고개를 꾸벅 숙이는 대신 서로 눈을 맞추고 손을 흔드는 평어 인사법처럼.

■ 추천의 글

평어는 한국어를 다른 것이 아닌, 바로 그 한국어로 극복한다. 한국어의 내부에서 한국어를 뛰어넘는다.

-김진해(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이 책은 어른들의 우정 지침서다. 여러분도 평어를 통해 새로운 우정을 경험하길 바란다.

-윤여경(그래픽디자이너, 디자인교육자)

 

한 언어의 문법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작가는 그 어려운 작업에 도전했고, 도전이 설득력을 얻어 확산되는 중이다.

-김미경(영어학자)

 

우리에게는 나이와 경력을 넘어 삶 자체에 집중하는 언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출연자들에게 평어를 쓰자고 제안했다.

-이혜민(「요즘 것들의 사생활」 디렉터)

 

성민은 평어 사용을 문화적 과업이 아니라 하나의 모험으로서 제시한다. 모험은 과정이 결과만큼이나 중요한 대표적 활동이다.

-강보원(시인, 문학평론가)

 

언젠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평어를 쓰는 소설’을 써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임선우(소설가)

 

이 책은 한국어로 된 우리 내면의 부정확한 세계를 정확한 기본값으로 돌려놓는 시도이자, 언어의 본질적인 역할을 묻는 날카로운 질문이다.

-문지혁(소설가)

 

어쩌면 ‘말 놓을 용기’를 지닌 용사들이 이 책을 토템처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수희(만화가)

■ 본문에서

평어는 ‘이름 호칭+반말’로 이루어진 새로운 한국말이다. (…) 나는 이 새로운 말이 반말을 이용하기는 하지만 반말이 아니라고 하고 싶다. 한국말에는 이제 반말과 존댓말이 있고 또한 평어가 있다고. 평어를 반말이 아닌 것으로 치고 싶은 것은 이름 호칭 때문만이 아니다. 우선 평어는 반말과는 달리 한쪽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그럼 너는 존댓말을 써, 나는 평어를 쓰겠어.”라는 말은 뜻을 이룰 수가 없다. 평어는 정의상 서로 사용하는 말이다.

-「서문」에서, 11~12쪽

 

모든 것은 존댓말 사용이 표준이 되었어도 사라지지 않은 또래 생각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하였다. 또래 생각이란 나의 머릿속에서 내가 나의 또래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를 말한다. 또래 가운데 있다고 상상하면 말과 생각의 방법이 달라지며, 오래되고 익숙한 자연스러움이 찾아온다.

-「평어와 또래 생각」에서, 27쪽

 

한국인의 수직적 문화가 잘 없어지지 않는 데는 언어가 작용한다. 선후배나 형아우 호칭은 수직적 호칭이면서도 또한 친밀성을 내포하는 호칭이다. 어른이 된 사람들도 삭막한 사회생활에서 친밀한 인간관계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친밀성에 대한 요구가 평등주의에 대한 요구를 앞서는 한, 수직적 관계 구조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친밀성에 대한 요구가 우리에게 퇴행적인 작은 피난처만을 제공하고 있는 오늘날, ‘문화=문명’이 요구하는 과제를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니체와는 다른 의미에서, 우리는 선악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그곳이 우리가 새로 개척해야 할 모험의 장소다.

-「우리는 수평적인 사회적 관계를 (얼마나) 원할까?」에서, 67~68쪽

 

나는 평어를 모험의 언어라고 불렀다. 이때 모험이란 센게가 말하는 ‘학습하는 조직’ 같은 것을 말한다. 평어 없는 모험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일본의 디자이너 야마자키 료의 커뮤니티 디자인 모험들이 알려 주듯이. 그렇지만 정치적 민주주의가 실현된 곳에서 평어 없는 모험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평어 디자인은 학습하는 조직 디자인과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모험의 언어」에서, 118~119쪽

 

어떤 문제를 디자인 문제로 본다는 것은,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가 겪는 문제가 어떤 것의 존재만이 아니라 부재 때문에 생겨난다고 보는 것이다. 새로운 언어인 평어의 사용으로 우리는 평어의 도입 그 자체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새로운 문제 상황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새로운 놀이 상황에서 새로운 규칙과 말을 만들어 내듯, 상황에 맞는 새로운 평어 사용 규칙과 말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평어 인사, 평어 축사, 평어 연설, 고마움이나 애정의 새로운 평어 표현, 비즈니스 평어…….

-「기현, 안녕?」에서, 146쪽

목차

서문 11

 

평어와 또래 생각 19

우리는 수평적인 사회적 관계를 (얼마나) 원할까? 47

모험의 언어 75

평어와 세 개의 현실 95

기현, 안녕? 125

은유 충동 155

 

후기 171

추천의 글 177

작가 소개

이성민

철학자, 번역가.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후 중학교 교사로 생활하다 교직을 접고 오랫동안 철학, 미학, 심리학, 인류학 등을 공부하며 관심 분야의 집필 및 번역 작업을 해 왔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철학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저서로 『사랑과 연합』 『일상적인 것들의 철학』 『철학하는 날들』 등이 있다. 번역서로는 줄리엣 미첼 『동기간: 성과 폭력』, 일레인 스캐리 『아름다움과 정의로움에 대하여』 등이 있다.

독자 리뷰(1)
도서 제목 댓글 작성자 날짜
평어가 유의미한 실험이 될 수 있을까?
2023.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