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2

원제 Woman on the Edge of Time

마지 피어시 | 옮김 변용란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0년 8월 13일 | ISBN 978-89-374-9032-3 [절판]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332쪽 | 가격 11,000원

책소개

두 세계는 전쟁 중이었다희망의 존재를 원한다면 싸워야 했다
모든 것이 평등하고 조화로운 아름다운 미래 세계와 극소수 권력 계층의 지배 아래 놓인 섬뜩한 미래 세계그 경계에 선 한 여자의 처절한 선택, 그리고 마지막 투쟁

페미니즘 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마지 피어시의 장편소설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전2권)가 민음사 모던 클래식(31,32)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작품으로 국내 처음 소개되는 작가 마지 피어시는 1960년대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열정적으로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지식인이다. “글을 쓰지 않을 때는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라고 말하는 피어시는 여러 장르의 소설을 시도하면서도 공통적으로 ‘여성의 삶’에 초점을 맞춰 왔다. 그중에서도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는 과학 소설가 윌리엄 깁슨이 사이버 펑크의 탄생지로 꼽을 만큼 독특한 디스토피아 미래와 유토피아 미래를 묘사하면서도, 가난하게 태어나 가난하게 살아가는 라틴계 유색인 여성의 삶을 그려 낸다. 작품을 발표한 1970년대 이래로도 빈부 격차, 성 차별, 인종 차별, 환경오염 등이 여전한 현실이 과연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인지 생각해 본다면 2010년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편집자 리뷰

■ 끔직한 미래의 가능성, 섬뜩한 디스토피아를 그려 낸 사이버펑크의 탄생지
「블레이드 러너」라는 영화로 더 유명한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나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같은 작품들을 통칭하는 사이버펑크는 과학 정보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여 모든 것이 기계 아래 통제되는 미래 사회가 어떻게 하여 디스토피아로 발현되는지를 우리에게 보여 준다. 과학 정보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감에 따라 기계 문명이 오히려 우리 모두를 통제할지도 모른다는 어두운 전망은 이제 사이버펑크라는 장르 문학 안에서 일상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지만, 1980년대에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이것은 인류가 마주해야 할 새로운 공포였다. 1976년작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에서는 그 원류를 발견할 수 있다. 정신병동에 강제 입원된 주인공 코니는 미래 세계에 잘못 접속하여 늘상 방문하던 미래 세계가 아닌 끔찍한 계급 사회 미래로 떨어진다. 이곳은 엄격한 계급 사회이자 통제 국가로, ‘멀티’라는 하나의 통합체 아래 모든 것이 기계에 의해 관리되는 디스토피아다. 이곳에서 코니가 처음 마주친 사람은 이른바 ‘계약녀’로, 가능한 높은 계급 남자와 섹스 계약을 맺기 위해 끊임없이 미용 수술을 받는 여자들이다. 이곳의 미래인들은 오염된 바깥 공기와 완전히 차단된 공간에서 살며, 부자일수록 공기 오염이 덜한 더 높은 곳에 거주한다. 장기 은행 기능을 하는 하층민들은 가난한 유색인들이고 ‘실패작’이라 불리며 공기 정화도 안 되는 지상에서 동물처럼 살아간다. 인종 차별, 성 차별, 계급주의, 무분별한 과학기술주의, 자본주의의 폐해가 극대화된 미래의 모습은 섬뜩하게 다가온다. 더구나 개인 정보를 각자 몸에 이식시키고, 뇌에서 일어나는 전기 자극을 스캔하여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내는 보안 본부의 존재는, 현재 세계에서 코니를 위협하는 존재들을 떠올리게 한다. 정부의 지원 아래 의사와 병원 직원들이 환자의 뇌 속에 전극선을 강제 이식하고, 이식 장치를 통해 그들의 행동을 조종하고 약물을 흘려 넣어 그들을 제어하는 정신병원의 모습은 그녀가 확인한 디스토피아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작가는 힘없는 자들이 억압받는 현실 세계의 은유로서 정신병동의 모습을 보여 줌과 동시에 끔찍한 디스토피아와 정신병동을 겹쳐 보여 줌으로써, 현대 사회의 병폐를 여실히 드러낸다.
■ 모든 것이 조화롭고 평등한, 모두를 위한 유토피아
뉴욕에 사는 라틴계 여자 코니는 어느 날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환영인 줄만 알았던 루시엔테가 2137년 미래에서 온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의 초대를 받아 미래로 시간 여행을 한다. 이때 코니가 방문하는 미래는 모든 차별이 사라진, 모두를 위한 유토피아의 모습이다. 성별 역할은 완전히 해체되어 육아는 물론이고 출산마저도 남녀를 불문한 개인의 선택이자 공동체의 책임이며, 모든 가부장 제도는 사라지고 결혼 제도마저 의미가 없다. 남녀평등에 대한 가장 비생산적이고 지루한 논쟁 중 하나인 출산 대 군대 문제도 이곳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완전한 평등을 위해 고유의 성 역할을 모두 없애고, 출산은 기계에 의존하고 남성도 수유와 육아에 참여하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자들도 모두 군대에 간다. 그리고 이것 역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다. 피어시가 그려 내는 유토피아는 성, 성적 취향, 인종, 빈부 등에 따른 모든 사회적 구분이나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며, 인류를 고통으로 몰아넣은 주범인 자본주의, 윤리 없는 과학 기술의 발전, 환경오염 등도 사라진 곳이다. 작가는 누구나 배불리 먹고 건강하며,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도 다른 구성원들과 조화를 이루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동체의 모습을 그리려 애썼다. 사회민주주의와 페미니즘을 기본 이념으로 삼으면서도 경직되지 않고 조화롭고 평화로우며 자연친화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공동체의 모습을 구축하기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지나친 친밀감으로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도록 세 어머니를 둔다거나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짓는 성인식 의례를 설정한다거나 심적 즐거움을 주는 사치품들은 돌려쓴다거나 하는 아이디어들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작가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이 작품을 집필한 1970년대뿐 아니라 2010년 현대에도 유의미한 제안이다. 시대가 변해도 유토피아 상에 크게 변화가 없는 것은 여전히 사회가 제자리걸음이라는 반증은 아닌지 씁쓸하다.
■ 1970년대 정신병동, 힘없는 자들이 짓밟히는 사회 현실에 대한 은유
주인공 코니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이렇게 축약할 수 있다. 서른일곱 살 라틴계 여자, 이혼녀, 생활보호 대상자, 아동학대 전과자, 정신질환자. 실제로 코니는 남편에게 버림 받은 적이 있고, 일자리도 없이 겨우 생계를 이어 가고 있으며, 사랑하는 이가 죽었을 때 자학하며 미쳐 가던 와중에 아이에게 손찌검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사회가 코니에게 붙인 딱지는 너무나 공고하여 이후 그녀의 삶을 모두 규정 지어 버린다. 그녀가 조카의 포주인 헤랄도의 계략으로 정신병원에 끌려갔을 때도 그녀는 멀쩡한 정신을 가지고도 정신질환이라는 진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급기야 병원에서는 좀 더 완벽하게 환자들을(또는 병원 내 권위자들이 환자라고 가정하는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뇌 수술까지 시행하려 든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힘없는 자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코니는 미래와 접속하는 능력을 발견하면서 루시엔테의 유토피아 미래를 방문하고, 디스토피아로 표상되는 다른 미래에 떨어지기도 하면서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존재하기 위해서, 존재 속에 계속 남기 위해서 우리는 싸워야 하고 장차 다가올 미래를 얻어야 합니다. 우리가 당신과 접속한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내가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내가 무슨 소용이죠? 나보다 힘없는 사람이 또 어디 있다고? 난 갇혀 있는 사람이에요. 환자라고요. 나는 성냥 한 갑도 지닐 수 없고 돈도 없어요. 이번엔 당신들이 엉뚱한 구세주를 골랐군요!”“힘 있는 자들은 혁명을 이루지 못하죠.”(2권, 16~17쪽)

마지 피어시는 실제 정신병동 수감 경험이 있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이 작품을 집필했다. 작품이 출간된 1970년대 미국 사회는 의사들이 사회적 약자인 유색인 환자들을 실험실의 생쥐나 해부용 시체처럼 수술 연습의 도구로 삼는 경우가 많았고, 가난한 사람들과 죄수들을 대상으로 거리낌 없이 임상실험을 했다. 하지만 이것은 정신병동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힘없는 자들을 대하는 사회 전반의 태도가 극단적으로 반영된 결과였기에 더욱 끔찍하게 여겨진다. 작품에서 코니는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딸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미래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우기로 결심한다. 피어시는 이 작품을 통해 미래가 진보의 형태를 띠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열망과 의지 어린 선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한다. 미래가 유토피아를 향해 움직일지, 디스토피아를 향해 움직일지는 결국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몫인 것이다.
■ 줄거리
생활보호 대상자, 아동학대 전과자, 정신질환자. 서른일곱 살 라틴계 여자 코니를 지칭하는 이 모든 딱지들은 사실인 한편, 사실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세상은 더 이상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조카의 애인이자 포주인 헤랄도의 계략으로 정신병원에 들어갔을 때도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퇴원하지 못한다. 한편 꿈속 인물인 줄로만 알았던 미래인 루시엔테가 그녀 앞에 나타난다. 루시엔테가 사는 미래는 출생, 육아, 사랑, 죽음, 공동생활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어떤 차별도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이 조화로운 곳이다. 코니는 루시엔테와 접속하며 참담한 병원 생활을 버텨 나간다. 병원에서는 환자들을 완벽하게 통제하기 위해 차례대로 뇌수술을 강제 시행하려 하고, 한편 코니는 우연히 다른 미래와 접속한다. 그곳은 비인간적 계급사회로, 착취가 횡행하는 무섭고 섬뜩한 곳이다. 코니는 자신이 싸우지 않으면 루시엔테가 사는 미래, 언젠가 반드시 와야 할 아름다운 미래가 사라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작가 소개

마지 피어시

1936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나 가난한 노동자 가정에서 자랐다. 가족 중 최초로 대학 교육을 받은 그녀는 미시건 대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하여 영문학을 전공했다. 촉망받는 대학생 작가에게 수여하는 홉우드 상을 여러 번 받았고, 훗날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 졸업 후 비서, 계산원, 강사 등 여성 임시직 노동자의 생활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 간 그녀는 계급과 여성 문제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며, 사회운동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초  ‘민주사회를 위한 학생 연합’ 뉴욕 지부장을 맡아 베트남전 반대 운동에 참여했고, 한편으로 『빠른 몰락』(1969), 『독수리를 춤춰 잠들게 하라』(1970)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71년에 케이프코드로 이주한 이후 본격적으로 여성운동에 관심을 기울였고, 오랫동안 동료로 지낸 아이라 우드와 1982년에 결혼했다. 희곡 『마지막 백인계급』(1979)을 공동 집필했던 두 사람은 소설 『폭풍의 물결』(1998) 역시 함께 작업했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였던 『입대』(1988)를 비롯하여 『한줄기로 땋은 삶』(1982), 『여자의 갈망』(1994) 등 여러 작품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회상록 『고양이와의 동침』(2002) 역시 호평을 받았다. 『그, 그녀, 그것』(1991)으로 최고의 과학소설에 수여하는 아서 C. 클락 상을 받기도 했다.   
피어시는 글을 쓰지 않을 때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정치적 작가로 자신을 정의한다. 지금까지 소설 열일곱 권과 시집 열일곱 권을 발표한 그녀는 여전히 열렬한 사회운동가이자 작가로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독자 리뷰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