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욕망의 진혼곡우리는 모두 제각기 혼자였다설사 죽지 않았다고 해도, 우리는 죽은 것과 다름없었다

달콤한 내세

원제 The Sweet Hereafter

러셀 뱅크스 | 옮김 박아람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9년 11월 20일 | ISBN 978-89-374-9007-1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312쪽 | 가격 11,000원

책소개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욕망의 진혼곡
우리는 모두 제각기 혼자였다설사 죽지 않았다고 해도, 우리는 죽은 것과 다름없었다
 
현대 미국 소설계를 이끄는 가장 활동적인 작가 러셀 뱅크스의 대표작 『달콤한 내세』가 민음사 모던 클래식(7)으로 출간되었다. 슬라보예 지젝이 “사회적 현실 자체가 ‘달콤한 내세’다.”라고 평하기도 한 이 소설은 느닷없이 아이들 열네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쿨버스 사고에서 시작한다. 네 주인공의 시선이 교차되면서, 그들이 평온한 일상에 닥친 비극을 힘겹게 감당해 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엄청난 상실을 대하는 방식을 통해 인간 사회에 내재한 편견과 모순, 분노와 폭력을 충격적으로 보여 준다. 개인적 비극뿐 아니라 그 파장이 미치는 공동체 구석구석을 섬세하게 조명함으로써 다양한 층위의 의미가 우러나게 한 것이다.
1991년 출간되어 20년 가까이 미국 독서계에서 스테디셀러를 차지하고 있으며, 1997년에는 아톰 에고이안 감독이 영화화하여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편집자 리뷰

크나큰 상실 앞에 드러난 일상의 상흔, 그 치유에 관한 깊은 독백
『달콤한 내세』는 스쿨버스 추락 사고로 한순간에 아이들을 잃은 뉴욕 주 북부의 작은 마을 샘덴트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스쿨버스 기사 돌로레스 드리스콜에게서 시작되어, 유일한 목격자 빌리 안셀, 마을 사람들을 소송에 끌어들이려는 변호사 미첼 스티븐스,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소녀 니콜 버넬로 이어지는 네 주인공의 시점을 따라 시공간을 오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고 자체보다는 사고 이전과 이후로 삶이 나뉜 사람들의 내면과 절대로 공유할 수 없는 상처에 초점을 맞춘 이 소설은 독백 형식을 통해 더욱 세밀하고 복잡한 감정선을 이끌어 낸다.
이들은 사고 이전에도 모두 나름대로 상실과 단절을 겪고 있었지만 그것은 평온한 일상 속에 감추어져 있었다. 아무도 알지 못했던 자신들만의 비밀은 독백을 통해서만 꺼내어진다. 돌로레스는 점점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두 아들에게 안타까움을 느끼며, 빌리는 아버지가 가족을 두고 떠난 어린 시절의 기억과 베트남 전쟁에서 생긴 트라우마를 품고 있다. 미첼은 마약에 중독되어 버린 딸에게서 받은 상처로,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며 인과관계에 집착하고 과실 소송에 매달린다. 사고에서 살아남은 소녀 니콜은 사고로 다리는 잃었지만 대신 아빠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끊어 버릴 수 있게 된다. 이렇듯 네 사람의 독백으로 채워진 이 소설은 저마다 내면에서 터져 나오는 상실감, 고독, 단절감, 그리고 그것들을 감싸 안는 심리적 과정을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보여 준다.
 

 “삶은 계속되죠.”
비밀과 허위로 뒤덮인 마을 샘덴트는 오로지 사고 이전과 사고 이후, 살아남은 사람과 죽은 아이들로만 나뉠 뿐이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맞닥뜨린 사람들은 아이들의 죽음을 그 자체로 애도하지 못한다. 애도는 죽은 아이들이 아닌 살아남은 자들의 욕망을 위한 것이 되어 버린다. 무의미한 죽음은 있을 수 없다는 정의를 내세운 소송에 참가한 다른 마을 사람들은 물론 네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변호사 미첼은 무능한 부성에 대한 반작용으로 소송에 매달리고, 반대로 죽음을 극복할 수 없다고 믿는 빌리는 상실을 되씹는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소송을 거부한다. 진실만을 말하겠다던 니콜의 거짓 증언은 아버지와의 고리를 끊어 냄과 동시에 돌로레스에게는 위안을 준다. 결국 진실 따위는 아무 상관없다. 애도라는 가장 인간적인 행위는 역설적이게도 추악하고도 나약한 인간, 비윤리적이고 단절된 인간 사회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것이야말로 인간 본성에 가장 근접한 모습, 감당할 수 없는 상실을 대하고도 계속해서 살아 나가야만 하는 보통 사람들의 진정한 모습이다.
 

우리는 모두 ‘달콤한 내세’에 살고 있다
슬라보예 지젝은 대중문화를 통해 이데올로기적 담론을 탐구한 저서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에서 이 작품에 대해 ‘파국의 무의미성을 지탱하기 위한 윤리적 몸부림’이라는 문제의식과 연결 지으며 “사회적 현실 자체가 어떤 외상의 부인에 기반한 ‘달콤한 내세’.”라고 말한 바 있다. 사고 이전에도 샘덴트는 간통과 근친상간으로 물들어 있었다. 눈이 녹으면서 드러나는 더러움처럼, 느닷없이 닥친 사고로 이전부터 곪아 있던 상처가 드러났을 뿐이다. 그러나 스쿨버스 사고라는 사건은 폭력을 외부에서 온 것으로 한정해 버림으로써 사고 이전 샘덴트를 오히려 이상적 공간으로 만든다. 소송의 고리를 끊어 버린 니콜의 거짓말은 이 외상 또한 부정하면서 ‘달콤한 내세’로 가는 문을 연다. 이 마을이 상실을 견디는 방식은 죽은 아이를 ‘꿈속의 아이, 기억 속의 아이’로 남겨 두는 것이었다. 죽은 아이를 눈앞에 대면시키려던 소송의 실패로 인해, 죽은 아이들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 버리는 연약한 위안이 유지되고, 샘덴트의 위장된 목가적 풍경이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폭력과 모순, 기만으로 가득 찬 현실이 ‘달콤한 내세’다.


우리 모두, 그러니까 나와 니콜, 사고에서 살아남은 아이들과 살아남지 못한 아이들. 우리 모두는 이제 완전히 다른 마을 사람들이 된 것 같았다. 우리는 달콤한 내세에서 외딴 마을을 구성하고 사는 것 같았다. ― 본문 중에서

 

줄거리
미국 북부의 한 마을, 샘덴트에는 조금씩 눈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돌로레스 드리스콜은 22년 동안 스쿨버스를 운전했다. 뇌졸중으로 몸은 마비되었지만 속 깊은 남편을 존경하며, 자신의 일에 기쁨을 느끼며 살아갔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이들을 하나하나 태우고 마지막 직선 코스를 달리던 중이었다. 갑자기 도로에 튀어나온 무언가를 보고 핸들을 꺾는 순간 버스는 도로 아래로 추락해 버렸다. 이 사고로 열네 명의 아이들이 세상을 떠났다.
빌리 안셀은 그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다. 그는 아내가 죽은 후 홀로 아이 둘을 키우고 있었다. 마을에서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그는 사고 당일에도 평소처럼 아이들을 스쿨버스에 태운 뒤, 그 뒤를 따라 정비소로 출근하고 있었다. 눈앞에서 아이 둘을 잃은 그는 점점 술에 빠져 들고, 몰래 만나고 있던 친구의 아내 리사 워커(그녀도 사고로 아들을 잃었다.)와도 멀어진다.
뉴욕에서 잘나가는 과실 소송 전문 변호사 미첼 스티븐스는 뉴스에서 사고 소식을 접하고 바로 샘덴트로 떠난다. 마약중독자 딸 조와 갈등을 겪고 있는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런 사고를 보면 분노가 치민다. ‘사고’란 없다고 생각하며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 일을 해결하는 데 힘을 쏟는다. 샘덴트에서도 아이를 잃은 마을 사람들과 접촉하며 소송을 준비한다.
니콜 버넬은 그 사고에서 살아남았지만 하반신이 마비되었다. 사고 이전, 종종 자신을 불러 은밀한 짓을 시키던 아빠는 사고 이후 자신을 멀리한다. 니콜은 미첼 스티븐스가 자신의 부모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을 설득해 벌이는 소송의 중심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니콜은 이 이해할 수 없는 소송을 중단시키기 위해 결정적 증언을 하고, 마을 전체를 옭아매고 있던 소송의 굴레를 끊어 낸다.
 
▶ 첨예한 일상을 다루는 뱅크스의 작품은 재미와 함께 사회 문제에 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 《커커스》
▶ 뱅크스의 이야기는 위엄 있는 동시에 매우 절박하다. 현실의 상흔으로 인해 그 목소리가 몹시 아프게 느껴진다. ― 《보스턴 글로브》
▶ 끔찍한 일을 겪은 작은 마을을 바로 옆에서 들여다보듯 치밀하게 묘사한다. 단호하면서도 차분한 설득력을 지닌, 잊을 수 없는 이야기다. ― 《미라벨라》
▶ 갖가지 심상을 동원해 작은 마을의 삶, 그 구석구석을 풍성하게 보여 주는 동시에, 상실을 이해하려 애쓰는 보통 사람들을 인상적으로 그려 낸다. ― 《애틀랜타 컨스티튜션》
▶ 뱅크스는 수많은 질문을 제기한다. 그의 화폭에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담겨 있지만 그 화폭 자체는 훨씬 더 커다란 그 무엇을 제시한다.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 러셀 뱅크스는 때로는 흥미진진하게, 때로는 진정한 감동으로 시종일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 미치코 카투타니, 《뉴욕 타임스》
▶ 존 업다이크의 『토끼 잠들다Rabbit at Rest』 이후 미국 소설 중 가장 뛰어난 작품. ― 하워드 프랭크 모셔, 《워싱턴 포스트》 북 리뷰

목차

돌로레스 드리스콜
빌리 안셀
변호사 미첼 스티븐스
니콜 버넬
돌로레스 드리스콜
옮긴이의 말

작가 소개

러셀 뱅크스

1940년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가난한 노동자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뉴햄프셔에서 자랐다.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들어간 러셀 뱅크스는 채플힐에 있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나 작가로 자리 잡기 전 배관공, 신발 판매원, 창유리 절단공 등 여러 일을 전전했다. 이러한 성장 배경은 그의 작품 속에 많이 등장하는 노동자나 실직자들의 비루한 삶이 사실적으로 묘사되는 데서 잘 드러난다. 또한 뉴잉글랜드에서 자메이카까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생활했으며 그때 얻은 풍부한 경험은 작품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1975년 작 『생존자를 찾아서』를 시작으로 거의 매년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며, 현대 미국 소설계를 이끄는 가장 활동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새로운 세상』(1978), 『대륙 이동』(1985), 『고통』(1989), 『달콤한 내세』(1991), 『거리의 법칙』(1995), 『클라우드스플리터』(1998), 『연인』(2004) 등 스무 편에 달하는 작품을 발표했으며, 그중 여러 작품이 세계 각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대륙 이동』과 『클라우드스플리터』로 퓰리처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으며 구겐하임 펠로우십, 잉그램메릴 상, 세인트로렌스 단편 문학상 등 국제적 문학상을 여럿 수상했다.
뱅크스는 작품에서 주체를 알 수 없는 은밀한 폭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인간 본성 깊숙이 숨어 있는 분노와 폭력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는 상실을 이해하려 애쓰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인상적으로 그려 낸 그의 대표작 『달콤한 내세』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 이 소설은 아톰 에고이안 감독이 동명의 영화로 제작하여 칸 영화제에서 국제 비평가상과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시인 체이스 트위첼의 남편이기도 한 뱅크스는 현재 뉴욕 주 북부에서 살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박아람 옮김

명지대학교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외과의사』, 『폼페이』,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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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내세
안소을 2018.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