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맛

최유안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1년 5월 14일 | ISBN 978-89-374-4443-2

패키지 변형판 115x205 · 332쪽 | 가격 13,000원

분야 한국 문학

책소개

 

자신을 잃지 않고도

타인과 함께 공동의 집을 짓는

여성들의 신중하고 용기 있는 발걸음

  

편집자 리뷰

201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최유안의 첫 소설집 『보통 맛』이 출간되었다. 난민 문제를 다룬 데뷔작 「내가 만든 사례에 대하여」는 짜임새 있는 서사 속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개인이 고민할 문제를 과감하게 드러냈다는 평을 받았다. 『보통 맛』에 실린 8편의 단편들 역시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와 상황 들에 대한 개인의 책임과 의무를 이야기한다.

늘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는 최유안의 소설 속 인물들은 뭐든 잘해 보고 싶다. 가까이는 회사 안에서 좋은 동료가 되고 싶고, 멀게는 자신의 일을 통해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다. 동시에 자기 자신을 소모시키거나 잃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자신을 잃지 않으며 좋은 사람이 되기란, 현실의 문제에 직면해 나의 이상과 원칙을 지키기란 결코 쉽지 않다. 타인과의 적절한 경계는 늘 변하고, 책임과 의무 역시 매순간 달라지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정확히 알 수 없는 나의 영역을 지키면서 공동의 집을 짓기. 최유안의 소설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시도를 계속하는 이야기다.

총 3부로 구성된 『보통 맛』은 1부에서 난민과 불법촬영물 문제 등 묵직한 이슈를 끌어들이고, 2부에서는 일상 속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다룬다. 집을 지으며 나를 완성하고자 하는 남자를 그리는 3부의 「집 짓는 사람」은 한 편의 우화처럼 다가온다.

 

사회의 틀, 일상의 경계

『보통 맛』 1부는 개인의 고민이 사회와 만나는 지점을 예리하게 짚어 낸다. 첫 번째 소설 「본게마인샤프트」는 서로 다른 국적의 학생들이 모인 독일 기숙사에서의 미묘한 갈등을 다룬다. ‘혜령’은 독일인 하우스메이트인 ‘스테파니’가 자신과 중국 출신의 ‘몽’에게만 유독 까칠한 이유가 그들이 아시안이기 때문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못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인식되는지를 예민하게 감지하는 동시에 자신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민한다. 내가 쓴 논문이 연구 대상자를 하나의 사례로 소비하고 있지는 않나?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투자가 불법촬영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지는 않는가? 경찰로서 공무를 집행하는 일이 무고한 이의 삶을 돌이킬 수 없이 훼손해 버리는 것은 아닐까? 1부에서 이어지는 단편 「내가 만든 사례에 대하여」, 「영과 일」, 「해변의 닻」은 이런 고민들을 붙잡고 있다.

2부에서는 서로의 경계를 어쩔 수 없이 넘어서게 되는 일상의 순간들을 들여다본다. 「거짓말」에서 ‘세영’은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웃에게, 남편에게, 그리고 자신에게조차 거짓말을 하고야 만다. 「보통 맛」의 ‘현주’는 배려심 있는 선배가 되고 싶지만, 타인의 의중을 헤아리는 일은 직장 선배로서도, 믿음직한 언니로서도 쉽지 않다. 「심포니」에서 ‘숙영’, ‘미란’, ‘영이’는 대학 졸업 후 오랜만에 만나지만 서로에게 진심을 숨긴 채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타인과 함께 집 짓기

3부의 「집 짓는 사람」은 가족과 함께 살 집을 짓는 남자의 이야기다. 그는 ‘인간은 자신이 사는 집을 완성해 가며 비로소 스스로가 누구인지 깨닫는다.’라는 하이데거의 말을 지침 삼아 고된 집 짓기를 계속한다. 완벽한 집을 지으려는 남자의 시도는 결국 나를 더 잘 이해하고 싶다는 욕망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맹목으로 향하는 남자의 집 짓기를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교훈에 닿게 되는데, 결국 집을 완성하는 것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나’라는 집 역시 사람들이 오가고 그들의 이야기로 채워질 때 비로소 완전해진다.

「집 짓는 사람」의 결말이 보여 주듯 소설 속 인물들은 결국 타인과 함께 공동의 집을 짓는 데 실패한 것 같다. 이해의 순간이 왔다고 생각한 순간 또 다른 오해가 튀어나오고, 누구에게도 솔직하지 못한 시간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유안은 서로를 오해하고 갈등하며 고민하는 그 시간들이야말로 바로 집을 구성하는 요소임을, 시도와 실패에 대한 면밀한 기록을 통해 보여 주고 있다.

 

■ 추천의 글

우리가 최유안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그냥 다들 아는 보통 맛’이 아닌 특별한 맛의 소설을 쓸 수 있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눈여겨보지 못했던 이야기를 기어이 찾아내 정갈한 언어로 건네는 작가의 솜씨가 만만치 않다. ‘다만 어떤 것이라고 확실하게 표현할 수 없는’ 인간관계와 사회생활, 삶의 이면에 대해서 섬세하게 다루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김이설(소설가)

 

여러 개의 자아상을 곡예하듯 굴리며 있는 곳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최유안의 여자들은 원하는 것을 숨기고 아닌 척하는 데 익숙하다. 되고 싶은 사람과 되어 있는 사람 사이의 간극은 일할 때, 인간관계를 맺을 때, 가족을 떠올릴 때, 하다 못해 혼자 있을 때에도 분열을 일으킨다. 시민일 때도, 직원일 때도, 가족일 때도 여성으로 살기란 분열적이고, 사랑도 평화도 너무 멀다. 이토록 스산한 공감이라니.

―이다혜( 《씨네21》 기자․ 작가)

■ 본문에서

“사람은 모두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봐요. 상황은 시선에 따라 이렇게 보이기도 하고 저렇게 보이기도 해요. 용기가 필요한 상황을 만날 때도 있죠. 그런 상황이 주어지면 죽을 것같이 힘들지만 그 상황을 견디게 하는 게 때로는 물건 하나, 한 사람, 단 하나의 어떤 것일 수 있어요.”

아술은 보름달을 바라보며 천천히 낮게 읊조렸다.

“그 희망이 라일라에게는 안경이었어요. 당신에게는 논문이었겠지만…….”

―「내가 만든 사례에 대하여」에서

 

여자는 정말 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을 낳아 기르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힘든 일상의 피곤을 아이들의 웃음 한번에 말끔히 날려 버리고, 빛나는 순간을 탑처럼 쌓아 올리며 살고 있을까. 진심으로 나와 친해지고 싶은 걸까. 나 역시 아이를 갈망하고 있다는, 권장된 생애 주기를 밟아 가며 사회가 정해 둔 행복의 조건에 순응한다는 말을 들으며 안심하려는 게 아닐까. 여자는 자신의 말대로, 정말로 행복할까.

―「거짓말」에서

 

아무리 맛있는 커피도 사무실 안에서 마시면 다 비슷한 맛이 된다. 흰색 시멘트가 정직하게 발린 사각형 공간, 투박한 개조식 글자들이 계절을 불문하고 마른 공기 속에 침잠해 개성을 마모시키는 이곳에서는 단 한순간도 혀에만 감각을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통 맛」에서

목차

1부

본게마인샤프트 9

내가 만든 사례에 대하여 39

영과 일 121

해변의 닻 149

 

2부

거짓말 167

보통 맛 207

심포니 245

 

3부

집 짓는 사람 267

 

작가의 말 307

작품 해설 311

추천의 글 329

작가 소개

최유안

1984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201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소설집 『보통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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