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르트의 바닷가

원제 Le Rivage des Syrtes

쥘리앙 그라크 | 옮김 송진석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6년 2월 10일 | ISBN 978-89-374-6131-6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484쪽 | 가격 10,500원

책소개

현존 최고의 프랑스 작가 쥘리앙 그라크의 공쿠르 상 수상작초현실주의적 꿈과 경이로움을 담은 독특한 문학 세계 ▶ 그라크는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 작가다. 그는 50년 전부터 프랑스 문학을 지배하고 있다. 그는 문학 비평의 예술을 지금껏 그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에 올려 놓았다. 그러나 그의 역량이 십분 확인되는 것은 소설과 기행 노트에서이다. ― 미셸 투르니에▶ 나는 그라크에게서 내가 느끼되 그려 내지 못한 어떤 느낌들을 발견한다. 그는 침술가(鍼術家)의 예리한 솜씨와 감수성으로 그것들을 표현한다. ― 파트릭 모디아노▶ 그라크는 현대 프랑스 문학의 가장 비밀스럽고 가장 유명한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떠들썩함이나 광고라고는 없이, 몇 권의 소설, 한 편의 희곡, 한 편의 팸플릿, 그리고 에세이들만으로도 최고의 반열에 오르기에 충분했다. ―《마가진 리테레르》

편집자 리뷰

쥘리앙 그라크는 프랑스 국내 문학계에서조차 베일에 싸인 은둔 작가로, 1951년 이 작품으로 받게 된 공쿠르 상을 거부하면서 비로소 세상에 이름이 알려졌다. 살아 있는 작가로서는 드물게 갈리마르 출판사의 플레야드 총서에 이름을 올린 20세기 프랑스 문학의 독보적 존재이자 문학의 상업화에 대한 비판자인 그라크의 문학 세계는 마술적인 문체와 초현실주의적인 기법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이번에 민음사가 출간한 『시르트의 바닷가』는 그라크의 대표작으로, 가상의 국가 오르세나를 배경으로 시적이면서도 매우 정치(精緻)하고 열정적인 문장들로 주인공의 일상을 그려 나간 소설이다. 깊이 있는 철학과 탁월한 상상력을 가진 이 대가(大家)는 머릿속의 풍경을 시적인 문체로, 그 공기의 미세한 결 하나하나까지도 고스란히 독자의 눈앞에 펼쳐 보인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대가의 글쓰기란 바로 이런 것임을, 그 진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베일에 싸인 프랑스 최고의 작가, 쥘리앙 그라크 ― 프랑스 문단의 이단아, 현대의 거장
\”문학에서 나는 이제 동료가 없다\” ― 쥘리앙 그라크쥘리앙 그라크, 본명은 루이 푸아리에(Louis Poirier)다.(쥘리앙은 스탕달의 『적과 흑』의 주인공 이름에서 따온 것이고, 그라크는 로마 공화정 말기의 호민관인 그라쿠스의 성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1910년 7월 27일 낭트와 앙제 사이 르와르 강가를 낀 생 플로랑 르 비에이(St. Florent-le-Vieil)에서 태어나, 1970년 교직 은퇴 후 계속 그곳에 칩거하며 글을 쓰고 있다. 그곳은 세속과 문학계에서 멀리 떨어진 외진 곳으로, 은둔 작가라는 명성에 걸맞은 과연 ‘그다운’ 곳이다. 파리 명문 고교인 앙리 카트르(Henri IV)를 졸업하고, 파리 고등사범학교와 파리 정치학교를 다니며 역사학 아그레가숑(교수 자격증)을 딴 그는, 대학교수 직을 포기하고 1937년부터 이중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한편으로는 글을 쓰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것이다. 그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필명을 사용했는데, 처녀작 『아르골 성에서(Au Château d’Argol)』(1938)를 시작으로 소설, 시, 희곡,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해왔다. 그중에는 1949년에 발표한 팸플릿 『뱃심의 문학(La Littérature à l\’estomac)』이 있다. 이 팸플릿은 대형 출판사들이 영리 추구를 위해 서로 다투고 나눠 먹는 문학상 제도와 당시 문단을 지배하던 실존주의 유파를 표적으로 프랑스 문학계를 통박하는 도발적인 것이었다.(프랑스에서는 해마다 1,000개가 넘는 문학상 시상식이 열리고, 수상은 곧 수상작의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그라크는 프랑스 문학계와 결별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1951년 그의 작품 『시르트의 바닷가』가 공쿠르 상 수상작으로 지명되자, 문학상 제도를 비판했던 그라크는 두 차례에 걸쳐 끝내 수상을 거부하기에 이른다. 다시 말해 엄밀한 의미에서 그는 콩쿠르 상 수상자가 아닌 것이다. 그라크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가 바로 이 사건이었다.철저하게 은둔 작가로 활동했던 그라크의 독특한 점은 대중에게는 낯선 존재이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익히 잘 알려져 있고 또 일찍부터 인정을 받아 왔다는 사실이다. 그라크가 베일에 싸인 독특한 인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그가 비밀스런 행보에 뒤이어 구축한 자신만의 문학세계에서 비롯된다. 그는 기성에의 타협을 거부하고 끝없는 문학적 실험, 즉 소설을 통한 탐구와 신비화에 주력해 왔다. 초현실주의 작가로 알려지기도 한 그는, 단순히 현실을 초월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현실을 초월하는 작품들을 통해, 현대 프랑스 문학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다. 초현실주의의 한 도달점으로 평가된 처녀작 『아르골 성에서』 이후 『음산한 미남(美男)』(1945), 『시르트의 바닷가 Le Rivage des Syrtes』(1951) 등으로 그는 특이한 시적 작가로서 입지를 다졌다. 그에 대한 연구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상당히 이루어져 있다. 이는 1989년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플레야드 총서에 그의 전집이 포함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생존 작가로는 드물게 그의 문학이 현대의 고전 반열에 오른 것이다. ■ 수백 년간 잠자던 전쟁을 깨우는 사람들 ― 적막과 기다림, 공허한 낮과 밤의 연속
가상의 국가 오르세나는 오래전부터 일종의 마비 상태에 빠져 있다. 시르트 해 건너편 이웃 국가 파르게스탄과의 전쟁은 어떤 공식적인 선포도 없이 300년 전부터 휴전에 들어갔고, 온 나라는 죽음을 목전에 둔 노인처럼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며 현재의 쇠락을 스스로에게 숨기고 있다. 권태로운 일상에 환멸을 느낀 젊은 귀족 알도는 겉보기에만 평화로운 이 무기력한 혼수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시르트 바닷가의 해군기지에 자원하고 마침내 위험한 행동을 감행하기에 이른다. 그 이름을 입 밖에 내는 것조차 금지된 바다 저편의 적국 파르게스탄은 최면을 걸듯 몽롱한 꿈과 같은 세계다. 알도는 오르세나 사람들이 ‘저쪽’이라 부르는 그 나라에 유혹을 느낀다. 그곳에 유혹을 느끼는 것은 그 자체로 금기를 깨뜨리는 것이다. 그러나 알도에게 권태와 무기력한 안정은 전쟁 혹은 종말보다도 끔찍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알도만이 느꼈던 것이 아니었음이 드러난다. 사람들은 마치 유예된 죽음을 기다리다 지쳐 종말을 기다린 듯, 알도를 영웅으로 대접한다. 오르세나인들은 오지 않는 사건, 전쟁을 막연히 기다렸던 것이다. 사람들은 사건을 기다리지만, 그 사건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이 작품이 그리는 것은 전쟁이 아니라 적막과 기다림, 공허한 낮과 밤의 연속이다. 이야기는 최면을 걸듯 꿈과 같이 유기적으로 그리고 본능적으로 뻗어 나간다. 그리고 결국 소설은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생의 종말을 암시하는 불안감과 함께 막을 내린다. ■ 수많은 기억들을 불러내는 꿈 같은 현실― 『시르트의 바닷가』를 읽는 다양한 관점
그라크는 움직임이 없이 고요한 어느 작은 사회가 해체와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너무 오래 제 자신 속에만 닫혀 있던 모든 것 속에서 자라나는 것은 다름 아니라 제 자신에 대한 권태다.” 지루함은 유토피아의 경계가 된다. 유토피아라고 하는 것이 제대로 완전함에 이를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빈틈없이 완전함이란 곧 지루함과 같은 뜻이고 이 지루함은 어느 유토피아가 되었든 안으로부터 무너뜨릴 것이기 때문이다.공간의 차원에서도, 시간의 차원에서도 다양하고 이질적인 이미지들을 한꺼번에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읽는 이에 따라 각기 다른 관점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가능케 한다. 우선 『시르트의 바닷가』에서 시종일관 긴장감을 형성하는 대립의 양 축 오르세나와 파르게스탄은 각각 서양과 동양으로 읽을 수 있다. 쇠락해 가는 오르세나와 문명화되지 않은 나라 파르게스탄의 300년간의 전쟁은, 서로를 보이지 않는 타자로 규정해 스스로를 닫힌 세계로 만들어가는 서양과 동양을 연상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권태 속에서 파멸을 자초하는 문명의 모습으로 보는 것도 하나의 독법이다. 스스로에게 무료함을 느껴 온 문명이 지속되는 쇠락과 침체보다 파괴를 더 갈망하게 되는 과정을 이 소설은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그것은 소멸에 관한, 소멸을 향한 욕망에 관한 비전이다. 또한 옮긴이는 작품의 말미에서 다음과 같이 작품을 읽고 있다.
전쟁은 삼백 년째 계속되고 있으며 마지막 전투는 까마득히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고 두 나라 사이에 일체의 충돌과 접촉이 없다는 사실은 이 대립 구도를 사실상 무화시키기에 이른다. 그런데 소설이 그리고 있는 세계에는 오로지 오르세나와 파르게스탄 두 나라만이 존재한다. 따라서 파르게스탄의 사라짐은 오르세나가 유아론(唯我論)적 세계 속에 홀로 남았음을 의미한다. 이것의 결과는 심각하다. 타자와의 차이가 부재하다 보니 자아의 경계와 개념 자체가 모호해진다. 이러한 상황은 오르세나의 권태와 쇠락으로 이어진다. [이 소설은] 파르게스탄을 향해 문을 열어 놓은 사람들과, 파르게스탄을 향해 일체의 출구를 막아 놓은 채 오르세나의 유아론적 세계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대립[을 그린다.] 이렇게 그라크가 만들어 낸 가상의 시공간은 상징적인 언어를 통해 수많은 기억들을 불러낸다. 현실을 초월한 이 이야기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더욱 보편적이고 다양한 의미로 읽힐 수 있는 것이다.
■ 탁월한 시적 감각과 상상력으로 잘 짜인 문장들― 상징 언어의 아름다움과 이미지의 빛남
그라크 문학의 가장 큰 매력은 시와 산문이 결합된 문체에서 찾을 수 있다. 시각적이고 아름답지만 나약하지 않고, 부유하는 듯하지만 장중한 묘사는 등장인물보다 시적인 문체가 묘사하는 풍경과 시간을 오히려 더 부각시킨다. 노후한 요새와 바다와 사막의 풍경을 묘사하는 풍부한 문장은 현실인 듯 현실을 초월하며 이전 시대의 비문(碑文)과 같은 언어로 하나의 정취로서, 에둘러 표현된다. 중앙아시아와 북아프리카, 이탈리아의 지리적 풍경들이 뒤섞인 듯한 가상의 공간과, 중세와 20세기 초의 유럽을 동시에 연상시키는 가상의 시간은 초현실주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실제로 그라크는 초현실주의 그룹의 수장 앙드레 브르통의 찬사를 받았고, 그룹의 일원이 되어 달라는 청까지 들은 바 있다.) 그곳에는 현실의 세계와 상상의 세계가 공존하고 있다. 이 존재하지 않는 시공간은 그라크의 펜 끝에서 살아 있는 생명체로 살아난다. 해와 달의 뜨고 짐, 바다의 때로는 잠잠한 때로는 광폭한 물결, 잠들어 있는 화산, 적막한 하늘, 풀 한 포기 없는 사막, 괴물 같은 요새는 작품의 배경인 동시에 각각이 하나의 기관(器官)이 되어 소설이라는 유기체에 숨을 불어넣는다. 소설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의인화된 상징은 작품 전체에 관능적인 시의 스타일을 입힌다. 그것은 문학적 기교를 노린 상징이 아닌 깊이가 있고, 따스한 시선이 있으며, 작품의 정서를 더하는 상징이다. 그라크는 풍부하고 오랜 프랑스 문학 전통에서 글을 가장 잘 쓰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언어의 아름다움과 이미지의 빛남을 극대화한 그의 문장은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 쥘리앙 그라크 Julien Gracq
1910년 프랑스 중서부의 소도시 생 플로랑 르 비에이에서 태어났다. 명문 파리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했으며 지리학을 전공했다. 1938년 첫 소설 『아르골 성에서』를 발표하여 초현실주의 그룹의 수장인 앙드레 브르통의 격찬을 받았다. 이후 대학교수의 길을 포기하고 고등학교에서 지리와 역사를 가르치며 문학에 전념했다. 1950년 프랑스 문단과 비평계, 그리고 문학상 제도 등을 통박한 팸플릿 『뱃심의 문학』을 발표하기도 했다. 1951년에는 대표작 『시르트의 바닷가』가 공쿠르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그는 수상을 거부하면서 문단과 결별했으며, 이는 은둔하는 작가의 이미지를 정착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1958년 발표한 『숲속의 발코니』 이후로 작품은 이전의 신화와 문학적 참조로 가득 찬 세계를 벗어나 간결하고 투명한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휴머니즘의 바탕 위에서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현대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다섯 권의 소설 외에도 산문시집 『커다란 자유』와 자서전 『도시의 형태』, 그리고 문학, 풍경, 여행 등을 다룬 단상모음집들을 발표한 그는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작가로 꼽힌다
● 옮긴이 송진석
서울대학교 불문과 및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투르대학교에서 「쥘리앙 그라크 작품에 나타난 건축공간의 형태와 의미」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충남대학교 불문과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쥘리앙 그라크에 대한 다수의 논문 외에 네르발, 뒤라스 등에 대한 글을 발표했다.

목차

시르트의 바닷가
작품 해설작가 연보

작가 소개

쥘리앙 그라크

1910년 프랑스 중서부의 소도시 생 플로랑 르 비에이에서 태어났다. 명문 파리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했으며 지리학을 전공했다. 1938년 첫 소설 『아르골 성에서』를 발표하여 초현실주의 그룹의 수장인 앙드레 브르통의 격찬을 받았다. 이후 대학교수의 길을 포기하고 고등학교에서 지리와 역사를 가르치며 문학에 전념했다. 1950년 프랑스 문단과 비평계, 그리고 문학상 제도 등을 통박한 팸플릿 『뱃심의 문학』을 발표하기도 했다. 1951년에는 대표작 『시르트의 바닷가』가 공쿠르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그는 수상을 거부하면서 문단과 결별했으며, 이는 은둔하는 작가의 이미지를 정착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1958년 발표한 『숲속의 발코니』 이후로 작품은 이전의 신화와 문학적 참조로 가득 찬 세계를 벗어나 간결하고 투명한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휴머니즘의 바탕 위에서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현대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다섯 권의 소설 외에도 산문시집 『커다란 자유』와 자서전 『도시의 형태』, 그리고 문학, 풍경, 여행 등을 다룬 단상모음집들을 발표한 그는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작가로 꼽힌다

송진석 옮김

서울대학교 불문과 및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투르대학교에서 「쥘리앙 그라크 작품에 나타난 건축공간의 형태와 의미」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충남대학교 불문과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쥘리앙 그라크에 대한 다수의 논문 외에 네르발, 뒤라스 등에 대한 글을 발표했다.

독자 리뷰(1)

독자 평점

4.5

북클럽회원 2명의 평가

한줄평

읽기 쉽지 않은 만큼 얻는 것이 많았던 책

밑줄 친 문장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들이네
도서 제목 댓글 작성자 날짜
나는 사건도 열기도 없는
heostein 2019.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