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의 사랑

김세희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9년 6월 14일 | ISBN 978-89-374-7321-0

패키지 양장 · 176쪽 | 가격 13,000원

책소개

“선배, 나 선배를 진짜 좋아했어.”

그 시절 우리를 사로잡았던 건 뭐였을까?
아이돌, 팬픽, 그리고 여자를 사랑했던 소녀들
두고 왔지만 잊은 적 없는 나의 첫사랑 이야기

편집자 리뷰

김세희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 『항구의 사랑』이 출간되었다. 전작 『가만한 나날』에서 사회초년생들이 통과하는 인생의 ‘첫’ 순간을 섬세하게 그리며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작가는 신작 『항구의 사랑』에서 또 한 번 잊을 수 없는 첫 번째 순간을 선보인다. 사랑의 한복판에 있었기에 제대로 알 수 없었던, 몰랐기에 더 열렬했던 10대 시절의 첫사랑 이야기다. 2000년대 초 항구도시 목포, 그 시절 그곳의 여학생들을 사로잡았던 건 뭐였을까? 먼저, 아이돌이 있었다. 그들은 칼머리를 유행시켰다. 아이돌이 있었으므로, 팬픽이 있었다. 아이돌 그룹의 A군과 B군이 서로 사랑하고 섹스하는 이야기를 지어내고 읽으며, 사실이거나 사실이 아닌 모든 섹슈얼한 정보들을 배웠다. 그리고, 사랑이 있었다. 여학생들은 서로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사랑보다 멀고 우정보다 가까웠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강렬하게.

■우리 고등학교 때 말이야, 그때 그건 다 뭐였을까?
아이돌 가수를 주인공으로 남X남 커플을 등장시켜 소설을 창작하는 팬픽 문화가 엄청난 기세로 10대 여자아이들을 사로잡았다. 이와 동시에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동성을 사랑하는 문화가 거세게 번지던 2000년대 초반의 현상을 연구한 논문과 저서가 속속 등장하고, 그 현상을 ‘팬픽 이반’이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소설은 그 시절, 목포에서 주인공 ‘나’에게 가장 영향을 줬던 세 여자와의 일들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쓰여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칼머리를 하고 힙합바지를 입고 ‘남자처럼’ 건들거리는 어린 시절 친구 ‘인희’, 유행에 휩쓸려 레즈비언인 척하는 애들 때문에 ‘진짜 레즈비언’들이 힘들어진다고 말하는 친구 ‘규인’, 그리고 ‘내’가 단 한 번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여자 ‘민선 선배’가 그들이다.
스무 살이 되어 목포에서 서울로 올라왔을 때, 주인공은 대학교가 기이할 정도로 이성애에 대한 찬양과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며 본능적으로 자신이 과거에 경험한 일들은 비밀에 부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영 그 시절을 묻어 두고 살 것 같던 어느 날, 별안간 찾아온 과거의 친구가 ‘나’에게 묻는다. “우리 고등학교 때 말이야, 그때 그건 다 뭐였을까?”

■그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었어, 그렇지 않니?
내내 묻어 두었던 한 시절이 결국 쓸 수밖에 없는 이야기로 탄생하기까지의 시간은 여자아이가 자라는 시간이다. 소설은 여자아이가 스스로의 욕망을 살피고, ‘작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지 길고 깊은 고민의 과정을 다룬다. 목포를 떠난 후 ‘나’는 서울로 와서 사귀게 된 대학 친구들과 애인이 된 남자 선배에게 자신이 여자와 사랑에 빠졌던 일에 대해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는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왜 그 모든 것을 잊은 듯 덮어 버린 채 어른이 되었을까? 왜 이제야 그 이야기에 대해 말하고 싶은 걸까?
『항구의 사랑』은 신경숙, 은희경이 보여 줬던 ‘여자아이가 작가가 되기까지’라는 진솔하고 문학적인 성장 서사에 ‘나는 누구이고, 누구와 사랑할 것인가’ 하는 정체성 탐구 서사를 더한다. 동시에 여자가 느끼는 성적 욕망, 섹슈얼리티에 대해서도 눙치지 않고 담담하게 고백하며 지금의 문학 독자의 촉수가 세워진 곳에 정확히 다가간다. 사랑을 복기하며 자라난 여자아이의 말간 목소리는 우리의 감정을 거세게 흔든다. “그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었어. 그렇지 않니?”

 

■본문에서

 쟤가 항도여중에 다니던 박인희라고, 누군가 일러 주었다. 3년 사이에 인희는 우리 시의 여학생들 사이에서, 정확히 말하자면 특정한 부류의 아이들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이 된 모양이었다. 당시 인기를 끌던 가수들처럼 칼머리를 하고 커다란 옷을 입고 건들거리며 돌아다니는 아이들. 나도 그 아이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내가 다닌 중학교에도 그런 아이들이 있었다. 그런 아이들은 ‘이반’이라고 불렸다. 당시에 난 레즈비언이라는 말을 몰랐다. 하지만 이반이라는 말은 잘 알고 있었다. 여자끼리 사귀는 아이들은 전부 이반이라고 불렸다.

-18쪽

저런 애들 때문에 진짜 동성애자인 아이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규인은 말했다. 동성애자들에 대해 편견을 만들고 이미지를 흐려 놓는다고. 중학교 때 친한 친구가 ‘진짜 동성애자’였다고 했다. 규인은 인희 같은 애들이 진짜 동성애자가 아니라 유행에 따라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다. 뭔가 남과 다른 걸 하고 싶고, 관심을 끌고 싶고, 우쭐해하려고 그러는 거라고 말이다. 칼머리, 힙합 바지, 그런 게 그 표시였다.
-45쪽

그녀는 다시 뒤로 물러났다.
“근데 너 눈이 진짜 땡그랗다.”
그러고는 주위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 꼭 토끼 닮지 않았냐? 맞지?”
이상하게 뭐라고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러고 나서 연습이 시작되었는데 그날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쪽을 향해 앉아 있었지만 머릿속에서는 조금 전 그녀의 말과 행동이 계속해서 재생되었다. 얘 꼭 토끼 닮지 않았냐. 얘 꼭 토끼 닮지 않았냐.
-57~58쪽

■추천의 말

『항구의 사랑』은 사랑을 할 때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유약하고 집요하고 상처받기 쉬운 상태가 되는지를 미성년 여성의 시선에서 보여 준다. 나는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준희’가 그녀를 사랑했던 마음, 그녀를 바라볼 때면 “아침에 일어났는데 창밖이 어둡고 조용히 비가 내리고 있을 때 같았”던 마음에 오래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그녀를 사랑하게 될 것 같은” 마음을 알 것만 같아서. 『항구의 사랑』은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 여자가 되다니!’라는 놀라움과 감탄 속의 첫사랑 이야기다. 김세희 작가 특유의 유머와 가슴 아픈 솔직함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사랑스러운 첫 장편 소설. 나의 여자 친구들에게 이 책을 꼭 선물하고 싶다.  ―최은영(소설가)

목차

1장 7
2장 49
3장 109

작가의 말 169

작가 소개

김세희

1987년 목포 출생. 서울시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서사창작과를 졸업했다. 2015년 《세계의 문학》에 「얕은 잠」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제9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9년 7월 17일 | 최종 업데이트 2019년 7월 17일

ISBN 978-89-374-7361-6 | 가격 9,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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