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역사

한국 방송계를 풍미한 작가 한운사의 인생 회고담

한운사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6년 4월 25일 | ISBN 89-374-2561-0

패키지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344쪽 | 가격 15,000원

분야 논픽션

책소개

“한 가닥 구름 이는 것이 태어남이요, 사라지는 것이 죽음이라.”새마을운동가 「잘살아 보세」의 작사가, 영화 「빨간 마후라」의 원작자 한운사 일제강점기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을 반추하는 것은한국 현대사를 일별하는 것과 다름없다. 라디오드라마, TV 드라마, 영화 시나리오, 장편소설 등 각종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해 온 “잡가(雜家)” 한운사가 스무 살 청년 시절부터 여든이 넘은 오늘날까지 60여 년에 이르는 세월을 삽화 형식으로 풀어낸다. 일제강점기에는 학도병으로 끌려가고, 6.25전쟁 때는 피란 가지 않고 서울에 있다가 빨갱이로 몰려 죽을 뻔하고, 이승만 정권 때는 북에서 내려온 친구 때문에 간첩 방조죄로 옥에 갇혔던 일화들에는 어느 특정한 개인의 경험으로 치부해 버릴 수 없는 보편성이 있다. 그가 살아온 세월이 우리나라 역사의 격변기를 관통하고 있기에, 한국 현대사의 크고 작은 부침(浮沈)이 그의 개인사에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리뷰

한국 방송계의 대부, 작가 한운사한운사는 195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 최고의 드라마 작가였다. 라디오드라마 「현해탄은 알고 있다」의 방송 시간이 되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라디오가 있는 전파사 앞으로 모여들어 귀를 기울였을 정도로, 요즘으로 치면 「모래시계」의 시청률을 능가하는 인기였다. 작품 수는 라디오드라마․TV 드라마 극본과 영화 시나리오, 소설 등 장편들만 합쳐도 100편이 넘는다. 이렇게 다작의 작가임에도 그의 작품은 결코 가볍거나 오락적이지 않다. 일제강점기, 6·25전쟁에서 해방 후 이승만 정권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전쟁과 사회에 대한 작품을 썼다. 6·25 휴전 직전 북한군 장교가 남쪽에 있는 처를 만나러 투항해 왔더니 그녀는 그를 붙잡은 남쪽 장교의 처가 되어있더라는 이야기(「남과 북」), 대통령 전속 이발사의 시점을 빌린 정치 풍자극(「잘돼 갑니다」), 미국의 노교수가 6·25 때 전사한 아들의 핏줄을 찾아 한국에 오는 이야기(「머나먼 아메리카」), 한 외교관이 스위스 레만호에서 북한의 옛 애인을 만나는 이야기(「레만호에 지다」) 등 그 소재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남북 분단, 한일 관계, 전쟁, 정치를 소재로 한 작품에서 해 볼 만한 설정은 다 해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의 작품들이 대중들의 열렬한 지지와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는 사실은 앞서 언급했던 방송 청취율뿐 아니라 수많은 작품이 영화로 재탄생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이 생명 다하도록」, 「현해탄은 알고 있다」, 「아낌없이 주련다」, 「빨간 마후라」, 「남과 북」, 「가슴을 펴라」, 「오늘은 왕」, 「하얀 까마귀」, 「잘돼 갑니다」, 「서울이여 안녕」, 「어느 하늘 아래서」, 「욕망」, 「꿈나무」 등) 그리고 그 작품성은 작가가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에서 세운 방송인 사이버 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것과 영화 「남과 북」으로 대종상․청룡상 각본상을 수상한 사실이 증명해 준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조기 종영이나 상영 금지 등 정치적 외압으로 인한 고초도 많이 겪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이 생명 다하도록」 필화 사건’이다. 처음에 작가는 불온 전단을 뿌린 동창에 대한 참고인 자격으로 연행되었다. 그러나 사실은 간첩이 되어 그를 포섭하려고 북에서 내려온 친구가 붙잡혀 와 있었던 것이다. 간발의 차이로 엇갈리지 않았다면 간첩 방조죄까지 뒤집어쓸 뻔했다. 결국 작가는 무죄 석방되었지만 외부에는 드라마 「이 생명 다하도록」의 일부분에 불온의 소지가 있었던 것으로 발표되었다. 이 또한 어두웠던 시대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샘솟는 창작력의 원천, 어느 조선 청년의 파란만장한 일대기작가가 살아온 시대가 우리나라 현대사의 격동기기는 했지만, 그중에서도 그는 유난히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그것은 겁이 없고 호기심은 많은, 작가 특유의 유별난 기질 때문이었을 것이다. 『구름의 역사』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것은 1943년, 작가가 일본 주오 대학에 유학 중일 때 있었던 ‘부민관 사건’이다. 태평양전쟁 발발 후, 학도병으로 징집된 조선 학생들이 입대 전날 부민관에 모여 있었다. 그때 스무 살의 열혈 청년이었던 작가가 일본 총독의 연설 도중에 벌떡 일어나 손가락질을 하며 “고이소 총독에게 묻겠소. 우리들이 전쟁에 나가면 조선 동포들의 안위를 보장해 줄 수 있겠소?”라고 당돌한 질문을 던졌고, 그는 결국 그 자리에서 끌려 나왔다. (총독의 연설은 라디오로 전국에 생중계되고 있었다.) 이렇게 대형 사고를 치고 입대했으니 그의 군 생활이 편안할 리 없었다. 그의 괴로운 학병 체험은 아로운전(傳) 3부작인 『현해탄은 알고 있다』, 『현해탄은 말이 없다』, 『승자와 패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6·25 때에는 공산 치하의 세상이 어떤 것인지 한번 보겠다며 피란을 가지 않고 서울에 남았다가 의용군으로 끌려갈 지경에 놓였다. 행군 도중 슬쩍 도망친 작가는 좌익 고위층이 된 동창생을 찾아갔고, 그가 만들어준 가짜 ‘고철 수집원’ 증명서로 살아남았다. 서울 수복 후에는 또 다시 공산주의자로 분류되어 포로수용소에 갇혔으나 서울대 동문을 만나 구사일생으로 풀려났다. 1·4후퇴 때에는 부산으로 가서 미군 통역 노릇을 하였고, 나중에는 미군 장교구락부 지배인까지 맡아 환락적인 GI 문화의 한복판에 있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후 클럽은 화재로 불타 없어지고, 작가는 서울대 예과 시절 잠시 몸담았던 원주 육민관 중․고교로 내려가 학교 건립에 힘썼다. 그러다 교사를 신축하는 데 필요한 돈을 구하러 서울에 올라온 어느 날 우연히 아는 선배를 만나 막 창간된 청년 신문 《한국일보》에 입사했다. 그 후 3년간 이중섭, 이어령과 같은 거물을 발굴하는 등 《한국일보》에서 문화부장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드디어 1957년, 작가는 신문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방송 작가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그다음은 앞에서 살펴본 대로다. 이렇게 파란만장했던 작가의 인생 역정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한국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한 번씩 거치게 된다. 개인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 한운사1922년 충북 괴산 출생. 청주상고를 나와 일본 주오 대학에 유학 중 학도병으로 징집되어 해방될 때까지 운전병 노릇을 하였다. 1946년 경성대학 예과를 거쳐 서울대학교 문리대학 불문과에 재학 중 방송 극작가로 데뷔했다. 1954년 한국일보에 입사, 문화부장을 지내다 1957년 정식으로 방송계에 진출하여 최초의 장편소설 『이 생명 다하도록』을 집필하였고, ‘아로운전(傳)’ 3부작 『현해탄은 알고 있다』(정음사), 『현해탄은 말이 없다』(한국일보사), 『승자와 패자』(사상계)는 드라마와 영화로도 만들어져 대성공을 거두었다. 시나리오 「아낌없이 주련다」, 「빨간 마후라」, 「남과 북」에 이어 장편소설 『잘돼 갑니다』, 『대야망』 등 1960년대는 그의 전성기였다. 현재 한국방송작가협회 고문과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고문직을 맡고 있으며 올해로 85세임에도 아직 붓을 놓지 않고 있다.

목차

1부 구름의 역사 일본과 나 / 청춘 / 인생 입문 / 대비극 / 신천지 / 허허벌판으로 / 빛의 소리 / 통일 연습 / 구름을 타고 / 헤이데이 / 생각나는 얼굴들 / 고백 / 유언 2부 조각구름 사람과 돈의 만남이죠 / 도둑질 / 「나루터 삼대」 / 안데르마트의 밤 / 마두라 유전 / 한 세대는 가는가 / 히로시마 강연회 / 김 대통령의 일본 나들이 / 휴전선에도 봄은 오는가 / 마지막 남은 사회주의 땅이 저긴가 / 83세의 연가 / 찾아온 사람들 / 이일녕 화백 영전에서 / 정으로 살다 간 방황의 예인(藝人) 길옥윤 / 나라의 격(格)이 달라졌다 / 기회를 놓치는구나 / 남사, 잘 가 / 돈 있는 자와 없는 자 / 그대로가 좋으십니다 / 시대의 주인공들 / 통일 연습 / 드라마틱한 연설을 / 유명한 바람둥이 신경희 / 에고이스트 / 네모반듯한 식사 / 비문(碑文) / 일본 대사 스노베 / 조태호 씨의 추억 / 남에게 기쁨을 주라, 행복하니라 / 세리의 승리, 스무 살의 교훈 / 담배 끊어, 죽는다고 / 참으로 기분 좋다 / 광화문 네거리의 돌 위에 앉아 / 차범근을 서독으로 보내라 / 얘들아, 그만하면 됐다 / 황 형, 솔직한 얘기를…… / 치밀하고 정확하던 그대가 / 당당한 무관의 제왕 / 목격자의 조시

작가 소개

한운사

1922년 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일본 주오대학에 유학 중 학도병으로 징집되어 해방될 때까지 운전병 노릇을 했다. 경성대학 예과를 거쳐 서울대학교 불문과에 재학 중 방송 극작가로 데뷔했다. 한국일보 문화부장을 지냈으며, 1957년 정식으로 방송계에 진출했다. 2006년 현재 한국방송작가협회 고문,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고문직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이 생명 다하도록>, <현해탄은 알고 있다>, <승자와 패자>, <구름의 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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