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설화는 문헌이나 구술로 전승된 설화뿐만 아니라 이러한 설화가 드러내는 보편적 자질, 즉 설화성까지를 뜻한다. 이 책은 설화의 기원이나 역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그렇게 멀리 보는 것에 대해 논하다 보면, 자의적인 추론을 하게 될 것이 확실해 보였기 때문이다. 대신, 오늘 우리 주변에 널린 설화 혹은 설화적인 것으로부터 의미를 끌어내는 데 관심을 기울이려 했다. 이는 그리 멀리 있는 것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 자체가 현재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가 하는 우리 가까이에 있는 것을 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설화 텍스트가 그 주변의 맥락과 관계하여 형성하는 기호 작용을 기술하는 과정에서 신화, 역사, 제의, 놀이, 영화, 소설, 공간, 조형 등의 담론으로 드러나는 문화 텍스트의 다양한 모습들을 그려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