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는 중국을 어떻게 지배했는가

한대(漢代) 경학(經學)의 해부

김근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1999년 3월 2일 | ISBN 89-374-2400-2

패키지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460쪽 | 가격 18,000원

책소개

이 책은 선진(先秦) 사상에서부터 한대(漢代) 경학에 이르는 방대한 연구사를 망라하면서 문자와 언어의 문제를 기호학 이론에 입각해 분석하고 있다. 기호학뿐만 아니라 신화학, 이데올로기학, 훈고학, 문자학, 설문학, 고문자학 등의 기존의 학술적 연구를 동원하여 한자, 신화, 이데올로기의 관계를 세세히 검증하고 있는 이 책은 중국 언어학 저서 가운데 최초의 학제적 연구서로 손꼽힐 만하다. 이 책은 한대 경학을 형성하는 텍스트들의 구조와 그 변형들을 해부함으로써 한자의 재현 시스템이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기호학적 측면에서 천착하고 있다. 한자에 대한 이러한 측면의 지식은 중국을 읽는 과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예부터 언어적 표현의 상당 부분을 한자에 빚지고 있는 우리에게 한자는 부인할 수 없는 큰 타자이다. 이 큰 타자가 어떤 변형된 모습으로 나타나 우리를 권력 아래에 얽어맬 신화를 다시 만들어 낼지에 관심을 두는 일은 이미지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오늘날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편집자 리뷰

언어가 어떻게 신화와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내는지, 특히 한자의 특성이 어떻게 신화 형성에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한 흥미로운 책. ―한겨레
언어-신화-이데올로기라는 롤랑 바르트식 관점을 한자에 적용한 첫 책. 진(秦)대 사상부터 한대 경학에 이르는 방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기호학, 신화학, 이데올로기학, 훈고학, 고문자학 등 기존 학술적 성과들을 활용해 베일에 싸인 한자와 권력의 관계를 풀어냈다. ―한국일보

◆ 10억 인구, 거대한 대륙, 중국을 지배해 온 한자의 힘
한자는 어떻게 중국을 지배하게 되었는가, 우리에게 한자는 무엇인가

중국의 역대 왕조는 한자를 매개로 하여 자신들의 통치 이데올로기를 이른바 천륜(天倫)으로 각인시키고, 그 세계를 유지해 왔다. 중국에서는 관리의 능력과 자격을 가늠하는 잣대가 시학(詩學)이었으며, 고급 관리는 거의가 시인이었다. 그만큼 문자를 중요시했으며, 관리들의 시 속에 권력의 메커니즘이 내재해 있었으리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식자들의 문자 놀이를 통해 거대한 국가를 유지하는 지배 이데올로기가 창출되고 전파되었다는 의미인데, 그렇다면 한자는 어떻게 중국을 지배하게 된 것일까.

◆ 한자, 신화, 이데올로기

문자가 쓰인진 종이(이를테면 부적)는 신화적 힘을 생산하게 된다.(사람들은 그렇다고 믿는다.) 이때 문자는 단순한 물질적 기호가 아니라 인간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물이다. 고대인들은 이러한 언어의 주술성에 대해 강한 믿음이 있었고, 이것이 문자 발생의 주요 요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가정도 제기된다. 중국에 관한 한 그 가정은 갑골문의 예로서 충분히 입증되기도 했다. 갑골문은 신의 의지를 묻고 응답을 기록하는 주술적 도구이자, 특정 사제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신비한 기호 체계로서의 의미가 컸기 때문이다. 언어를 신화적으로 인식하는 관념은 인류의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특히 고대 중국에서는 언어를 영물로 숭배하는 사상으로부터 신화를 만들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메커니즘으로 정착되어 지배 이데올로기의 방편으로 이용하게 된다.

◆ 한자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경학(經學) 연구

한자가 본격적으로 권력과 유착해 지배 이데올로기를 창출하게 되는 시기가 바로 한대(漢代)이다. 이후부터 한자는 중국 정치 사상사를 좌우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漢) 왕조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를 필요로 하게 되었고, 여기에 동원된 지식 체계가 바로 유학(儒學)의 담론이었다. 유학이 권력의 요구에 부응해 통치 이념을 생산하자 권력은 이를 제도화, 전문화해 주고, 이에 따라 경학(經學)은 전문적인 학술로 정착된다. 그러므로 경학을 연구하려면 권력과 경학의 상호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이다. 경학 연구를 통해 우리는 당시의 언어관은 물론 권력 구조의 변동과 권력 유지를 위한 기술에 대해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에서는 한대에 출현한 이데올로기들을 중심으로 한자, 신화, 이데올로기 간의 관계와 작용에 관해 분석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중국을 읽기 위한 하나의 시도가 될 수 있을뿐더러, 한자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우리가 한자의 우리 인식에 대한 지배를 벗어나 자유로운 사고를 확보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서론 제1장 고대 중국인들에게 언어는 무엇이었는가 제1절 언어는 영물(靈物)인가, 규약(規約)인가 1 주술적 힘을 가진 언어와 문자 2 주술적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1) 신화를 떠날 수 없는 인간 2) 신화를 만들어 내는 언어 3) 도구(道具)는 숭배된다 3 언어와 문자는 곧 질서이다 4 신화적 언어관을 넘어서 1) 상제(上帝)에서 인문(人文)으로 2) 믿고 의지할 수 없는 천명(天命) 3) 신실한 마음만 있으면 5 언어를 통해 본 공자(孔子) 1) 이름은 현실을 축조한다 2) 너는 양 한 마리를 아까워하지만 제2절 언어에 관한 담론들 1 의미는 형식에서 생성된다 1) \’역전(易傳)\’이 \’역(易)\’의 재현이듯 2) 언어는 의미를 모두 전달할 수 있다 2 의미는 현실에서 생성된다 1) 이름은 현실에 맞추어야 한다: 묵자(墨子) 2) 언어는 본질적으로 규약이다 :순자(荀子) 3) 언어는 의미를 모두 전달하지 못한다 제2장 한대 경학의 훈고 담론 제1절 선진(先秦) 유가(儒家)에서 한대 경학으로 제2절 이름 속에 천의(天意)가 있다: 동중서(董仲舒) 제3절 훈고는 현실의 개괄이다 제3장 금문경학이 축조한 세계 제1절 오행설(五行說)은 과학인가, 이데올로기인가 1 오행설의 기원 2 물질 순환과 왕조(王朝) 순환 3 오행설: 제도 개혁의 명분 제2절 <춘추>를 재현함 1 <춘추> 필법(筆法) : 미언(微言) 속의 대의(大義) 2 삼통설(三統說)로의 재편 1) 왕조는 삼통(三統)에 따라 순환하는가 2) 삼통설: 짜맞추기와 제도 개혁 3 <춘추>의 종교적 재현 : 재이설(災異說) 1) 포폄(褒貶)에서 예언으로 2) 한(漢) 왕조의 정통성을 위하여 제3절 한자의 신화는 무한히 증식하는가 1 동중서(董仲舒)에서 참위(讖緯)까지 2 조짐을 찾아서 3 문자 놀이의 이데올로기 4 실재를 기호대로 현실화함 제4장 탈신화로의 방향 모색: 고문경학 제1절 금문경학의 모순으로부터 1 훈고학은 어떻게 발생하였는가 2 고문경학의 비조(鼻祖) : 유흠(劉歆) 제2절 개괄적 담론으로의 심화(深化) 1 경학의 모체를 추구함 : 양웅(揚雄) 2 경학의 본래 모습으로 : 왕충(王充) 3 <좌전(左傳)>을 개괄하면 4 백호관(白虎觀) 회의 : 이데올로기의 개괄 제3절 탈신화의 결실 : <설문해자(說文解字)>1 선진(先秦) 명학(名學) : 문자학의 뿌리 2 유개념(類槪念)과 사물의 분류 : <이아(爾雅)> 3 <설문해자> : 훈고학의 새로운 상스 4 자의(字義)의 개괄인가, 원형(原形)의 추구인가 제4절 이데올로기에서 학술로 1 경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1) 자형(字形)으로부터 의미를 2) 자음(子音)으로부터 의미를 2 근본이 서야 도가 생겨난다(本立而道生) 제5장 금고문 경학의 상호 텍스트 제1절 생존을 위한 상호 텍스트 1 경학의 모순을 넘어서 2 경학을 하나의 체계로 : 정현(鄭玄) 제2절 사물의 질서 : <석명(釋名)> 1 명물(名物)에서 사물의 기원으로 2 성훈(聲訓)의 이데올로기

작가 소개

김근

계명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와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를 거쳐서 지금은 서강대학교 중국 문화 전공 교수로 재직중이다. 연구 분야는 중국 언어학이고, 주여 연구 주제는 언어와 이데올로기이다. 지은책으로는 <한자는 중국을 어떻게 지배했는가> 등이 있고, 옮긴책으로는 <여씨춘추역주> 3권, <설문해자통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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