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작가 이름을 많이 접하다 보니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젊은 작가라 그런가 많이 신선하단 느낌이 책을 펼치자마자 들었다.

짧고 간질간질한 대화체의 문체는 누가 봐도 여성 작가의 필체임을 눈치 챌 수 있었다.

그런데 이 특이한 문체가 읽다보면 뭔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기보다 느릿느릿 흘러가는 기분에 나른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오래된 상가의 철거를 두고 그 곳에서 일하는 주인공 남녀와 주위 인물들의 이야기가 진솔하면서도 잔잔하게 묘사되고 있다.

옆 상가가 밀려나가고 공원이 생긴 뒤 주인공들이 일하는 상가도 언제 철거될지 모른다. 그런 속에서 그들은 불안을 느끼지만 매일 열심히 자신의 일들을 해나간다.

가족들의 냉대를 받으면서도 생계를 책임지는 여 씨 아저씨와 그의 친구, 공사장에서 압사당한 유곤 씨의 아버지 등 서민들의 삶이 애잔하다.

 

 

가게 위치가 머니 손님들이 일부러 왔다 갔다 하지 말라고 한 개를 더 넣어 준다던 전구 가게 오무사도 철거된 상가 중에 하나이다. 대형마트의 원 플러스 원은 이득이란 생각은 들어도, 오무사처럼 배려라거나 고려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는 여주인공의 말이 은근히 마음 한구석을 허전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남녀 주인공이 ‘슬럼’이란 단어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에서, ‘언제고 밀어 버려야 할 구역인데 누군가의 생계나 생활계, 라고 말하면 생각할 것이 많아지니까, 슬럼, 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해 버리는 것이 아닐까’란 말 또한 우리에게 은근하면서 부드럽게 일침을 놓는다.

 

평론가 신형철 씨가 정리한, 소설가는 현실의 자명성과 불행의 평범성과 언어의 일반성과도 싸워야한다, 한 줄이 이 젊은 작가를 잘 표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