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노먼 메일러의 최신 장편소설. 동정심과 대범함, 시적 재능을 타고난 사람의 아들 예수의 수난기를 역사적 사실과 결합해 일인칭 시점으로 탁월하게 재현했다. 예수의 내레이션을 통해 듣는, 수태고지에서 십자가 이후 부활에 이르기까지의 “사람의 아들”의 일대기에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되었을 때 느꼈을 혼란과 자만심, 죄를 지은 자들에 대한 사랑과 위선적 믿음에 대한 증오, 스스로의 운명에 대한 두려움 등 예수의 인간적 심리에 대한 작가의 통찰이 눈부시게 담겨 있다.
사람의 아들 예수 한마디로 이 소설은 사람의 아들 예수로부터 듣는 복음이라 할 수 있다. 독백과 성경 인용, 일기체 형식을 통해 수태고지에서부터 설교자로서 마을을 순례하고 마침내 골고다 언덕을 넘기까지의 예수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전개된다. 그러나 작가는 단순히 믿음과 신앙의 문제에 초점을 두는 게 아니라 회의하고 스스로를 부인하면서 차츰 자신을 인식해 가는 과정을 놀라울 정도로 스피디하고 역동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을 때 예수가 느꼈을 법한 혼란과 자만심, 죄를 지은 자들에 대한 사랑, 위선적인 믿음에 대한 증오, 자신에게 드리워진 운명에 대한 두려움 등> 인간으로서의 예수가 가졌을 법한 심리 상태가 성경에 언급된 주요 사건―수태고지, 산상수훈, 막달라 마리아와의 만남, 본디오 빌라도와의 만남과 골고다 언덕을 넘어 십자가에 못박히기까지―과 절묘하게 맞물려 분리 불가능할 정도이다. 또한 우리 시대의 문제 작가이자 목사로도 활동 중인 조성기의 완벽에 가까운 우리말 번역도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아름다운 소설 이천여 년 전에 나사렛 사람 예수가 태어났고 지금까지 그에 관한 복음은 서구 문명의 향방을 가리는 유일하면서도 거대한 잣대였다. 서구 문학뿐 아니라 문화적 표상들에 성경의 구절들이 녹아 있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성경은 서구 정신의 심원한 발원지였다. 그리고 이제 노먼 메일러가 또 하나의 성경을 썼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는 왜곡된 신앙으로 귀결되는 예수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끝없는 이해와 동정심을 갖고서 죽기 직전까지 <서로 사랑하라, 그래야만 한다>는 말을 되뇌는 예수. 노먼 메일러는 그를 통해 위기라 불리는 현대 문명, 현실의 삶의 폐해를 치유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꽤나 고전적이지만 여전히 유효성을 가진― 사랑이다. 젊고 생동감 있는 청년 예수 또한 <마가복음의 기록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과장된 부분이 제법 있다고 할 수 있다. 마태와 누가, 요한 등도 내 입에서 나오지 않은 말들을 내가 한 것처럼 기록해 놓기도 하고 내가 분노로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을 적에도 나를 온화한 인물로 묘사하곤 하였다.>(본문 7쪽)와 같이 성경의 권위를 의심하게 만드는 구절과 예수의 이야기를 끝까지 일인칭 시점으로 전개하는 대담함도 대작가가 아니고선 할 수 없는 선택이다. <나……>로 시작하는 예수의 어투에 묻어나는 시적인 감수성과 연약함은 <지금까지 영화나 책으로 제작된 수많은 예수들의 엄숙함을 예수로부터 탈각시키고> 젊고 생동감 있는 청년 예수의 이미지를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