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

‘우리의 선조들’ 3부작 시리즈로 유명한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의 도입부는 쿠빌라이 칸과 마르코 폴로의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동방 견문록]의 저자인 마르코 폴로가 이야기의 주체이니 이 작품은 제목과 더불어 그가 모험 중에 방문한 다양한 도시에 대한 이야기임을 눈치챌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도시에 대한 묘사는 사뭇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게 된다.

55개의 도시에 대한 설명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무언가 추상적인 느낌이 다분하다. 예를 들면, 소프로니아라는 도시는 두개의 반쪽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한쪽에는 놀이 기구로 가득차 있고, 한쪽에는 상업 지구로 되어 있으며,
사람들은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이동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도시, 산 사람이 사는 부분과 지하에서는 죽은 사람을 위한 부분으로 되어 있는 에우사피아라는 도시와 같이 현실에서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 도시로 생각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솔직히 나와 같이 ‘우리의 선조들’ 3부작 시리즈를 먼저 읽은 후에 이 작품을 읽는다면 이탈로 칼비노의 새로운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설령 그것이 구체적이지는 않더라도 이 작품이 그가 죽기 10년 전에 쓰여진 점을 감안한다면 그의 원숙한 글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의 생각을 더듬게 된다.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지만, 각 도시에 대한 설명이 그의 생각에 대한 파편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어쩌면 더욱 구체적으로 그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