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조르바는 나에게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해 주었다. 조르바의 늙은 가슴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터져 나오는 그 웃음에는 비참하고 나약한 인간들이 왜소한 삶을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 세워 놓은 모든 장벽을 – 윤리, 종교, 민족주의 말이다 – 무너뜨릴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었으며, 실제로 그것들을 무너뜨렸다.

피레우스 항구에서 크레타섬으로 떠날 배를 기다리는 동안 화자는 무턱대고 자신을 데려가 함께 일을 해달라는 늙은 조르바의 제안을 받는다. 화자는 왜 그래야 하냐고 묻지만 조르바는 버럭하며 따져 묻지말고 일할 수 없냐며 오히려 경멸의 메세지를 전한다. 그런 조르바의 직설적인 태도에 화자는 웃음을 터트리며 수프를 잘 만든다는 말과 늙은 그가 경험했을 삶의 여정들의 이야기를 기대하며 크레타섬으로 향한다. 그들은 섬에서 광맥을 발견하고 갈탄을 체취하는 일을 하게 된다. 화자는 그동안 책속에 파묻혀 살던 관념적인 생활을 해왔지만 책을 모두 불살라 버리면 삶을 좀 더 이해하게 될것이라고 말하는 교육이라곤 받아보지 못한 얼간이 같은 늙은 조르바로부터 실존주의의 삶을 배워 나가기 시작한다.

우악스런 말투로 신을 부정하고 괴팍한 여성편력에 금욕주의는 개나 줘버리라는 식의 조르바로부터 삶에 대한 철학을 읽어내기가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조르바라는 인물은 어쩜 그렇게 여성으로서의 내가 싫어하는 말만 쏙쏙 골라서 하는지… 과부는 또 무슨 죄가 있는건지…그 시대상인가?!  현재의 도덕적, 윤리적으로 규범으로 빗대어 보면 조르바의 말이나 행동은 분명 가당치도 않다. 하지만 그 이면을 다시 곱씹어 보면 조르바가 지르듯 내뱉는 모든 말들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품고 가야하는 정답처럼 보인다. 사회적 규범속에서 정체되어 있는 우리의 삶은 메마르기 그지없지만 그가 바라고 바라던 자유인으로써의 보여주는 행동들로부터 잠시 휴식같은 웃음을 지어본다.

“행복이란 의무를 행하는 것이다. 행하기 어려운 의무를 행할 수록 행복은 더 커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