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문득 솟아오르는 의문, 자신은 과연 저들처럼 어디에나 투명하게 녹아들 준비가 되어 있는 백설탕 같은 사람인지, 어떤 바람 한가운데서도 눈에 띄게 흔들리지 않고 다만 가볍게 무용수의 팔다리처럼 리듬을 갖고 나부끼는 사람인지.
그런 성정이 없어도 능히 지켜 나갈 수 있는 일상으로 채워져 있는지, 현실의 공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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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생활이 어디 꼭 논리대로 도리대로 흘러가고 유지되던가요. 유연한 확장 사고가 가능한 쪽이 한발 양보하든지 솔선수범해서 너는 이거 해, 나는 저거 할게, 명시해 줘야 생활이 효율적으로 굴러가지요.나도 이만큼 생각하니 너도 딱 이만큼 고민해야한다, 계량화해서 가를 문제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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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는 대로 손가락으로 정확히 짚어 준다 치면 상대방은 그 손가락 끝에 있는 걸 볼까, 아니면 손가락을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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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마음은 어딘가 용납되지 않는데 이미 형성돈 분위기가 그 용납되지 않음을 용납되지 않을 때, 이럴 때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일은 화제 전환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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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면데면하다 그냥저냥. 정말 그런 걸까.
이 상황이 뭐 좋은 금붙이나 된다고 그렇게 묻고 지나가 버린 다음, 훗날 기회가 닿았을 때 다시 캐내어 더 큰 구멍을 만들고. 그러려고 사는 거 맞나. 부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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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중에 분산되는 강력한 입자가 최소한의 행복이나 단람함 같은, 본질적으론 위선에 가까운 긍정적인 말들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유기질의 냄새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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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장려정책으로 세 자녀를 갖는 조건으로 입주가 허용되는 “꿈미래실험공동주택” 정책이 추진되고, 경기도 외곽 지어진 주택으로 네 가족이 입주하게 된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네 가족이 공동체를 이루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해가며 공동육아를 추진해가는 이 과정들은 내게 무척이나 불편하고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서로 돕자는 취지의 좋은 의도였으나 가까워 질수록 그 관계는 변질되고, 계획에 없던 폐해들이 속속들이 들어나게 된다.
공동육아, 과도한 사생활 침해, 원치않는 관심과 간섭.
폭발직전처럼 모든 게 아슬아슬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의 긴장감 또한 구병모답고, 집요하고 세밀한 감정표현 역시 그녀 답다.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무겁고 커다란 식탁의 압박과 직접적인 폭력은 없으나, 책을 읽는 내내 폭력성과 강압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마치 내가 그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에 불편함 감정은 읽는 내내 계속 되었으나,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구병모작가의 마력에 단숨에 끝까지 읽어내려간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