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시집을 읽고

 4.19 혁명 이후 죽을 때까지 예리한 눈으로 당시 정치문제와 현실문제를 포착하여 시로 옮긴 김수영의 시를 모은 전집이다. 김수영 시인은 줄곧 자유에 대해 시를 썼다. 그러나 그의 시에 나타난 자유는 구름 위를 걷듯 따뜻하고 밝은 느낌의 자유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민중들이 피를 흘리고, 밟히면서도 이루어내려고 했던 자유였고, 그가 시를 통해 표현하려고 했던 것도 이런 모습들이다. 3.15 부정선거, 4.19 혁명, 5.16 군사정변, 그 후 3공 하에서 선경제라는 목표에 밀려 억압받을 수 밖에 없었던 우리의 수많은 권리와 자유들에 관한 처절한 외침!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작품의 표면적 문맥은 해설이 필요없을 만큼 단순하다. 땅 위에 돋아있는 풀이 비를 몰아 오는 바람에 나부껴 눕고 울다가 마침내는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웃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내용이다. 이처럼 미묘한 느낌과 반복되는 말을 통한 리듬의 흐름이 의미를 따지기 이전에 어떤 은밀한 공감을 일으키는 점은 따로 바라보아야한다. 그렇지만 이 시는 분명히 풀과 바람 그 자체만을 노래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풀과 바람은 어떤 상징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것은 대체 어떤 것일까? 고민하게하는 지점이다.김수영 시인은 학창시절 배웠던 ‘풀’이라는 시로 대표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시에서 민중을 상징하는 ‘풀’은 암담한 현실 하에서 반복되는 수난을 겪으면서도 끊임 없이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중의 고통은 계속되는 것으로 시는 끝을 맺는다. 하지만 우리는 풀은 다시 일어날 것이라 굳게 믿는다. 그런데 난 어떠했을까?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를 읽으며 나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나 역시 부당하고 왜곡된 현실 속에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저 불평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유, 자유가 억압되는 현실, 그러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혁명을 부르짖는 수많은 시 속에서 난 그저 그런 소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어릴 때부터 들어 오던 ‘지행일치’, 지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삶에서 실천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배워왔으면서도 실제로는 그게 쉽지가 않다. 김수영 시인은 독재정부 하에서 자유를, 민주화를, 혁명을 주제로 시를 썼다. 김수영 시인은 이론과 실천이 너무나도 딱 맞아떨어지는 사람이었고, 그것이 아직까지도 김수영 시인을 건재하게 하는 힘일 것이다.  
사업소에서 업무를 처리하면서 더 좋은 개선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해오던 비효율적인 방법을 그대로 따를 때가 있다. 아는 것에서 그냥 끝나버리는… 앞으로는 교육을 받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업무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개선해 나갈지 생각해보고, 그것을 실천하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