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발랄하게도 들리는 이 제목의 소설은 방대한 지식과 서스펜스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와도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나라 터키. 동양과 서양의 중간에 위치해 두 문명의 세례를 모두 받은 복합적이고 신비한 느낌의 터키. 그 나라 작가의 글을 읽어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읽게 된 계기는 노벨상의 수상이었지만 으레 수상작이라면 드는 딱딱한 느낌에 처음에는 약간 무거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마지막 장을 읽을 때는 놀라운 문화의 특수성과 처음 만나는 것들에 대한 신기함, 도대체 범인은 누구인가 궁금하게 하는 구성 방식에 즐거운 마음에 되었다.
터키 전통 회화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었고 그림을 제대로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초반에는 이것에 대한 궁금한 마음 때문에 조금 답답하기도 했지만 읽다 보면 세밀화의 한 폭이 머릿속에서 세밀히 그려지는 느낌이 든다. 세밀화에 대해 알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소설의 서술 방식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한 장씩 이끌어 가는 구조인데 이 구조가 화가를 죽인 범인을 찾는 추리적인 내용에 스릴을 더해주었다. 인물이 바뀔 때 마다 그에 맞추어서 말투나 분위기 바뀌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다양한 시점에서 사건이 진행되는데도 혼란스럽지 않고 큰 줄기를 따라 이어갈 수 있는 점이 좋았다.
터키 전통 세밀화에 대한 것 뿐만이 아니라 그 전통을 이어가는 화가들, 새로운 문물의 유입, 종교와 사회적인 비판이 세밀하게 녹아있다. 문화와 배경시대는 우리와 다르지만 소설 속의 고민은 현재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수도 있을지도. 새 문물과 전통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우리의 현재와 비슷했다. 무조건 지킬 수도, 버릴 수도 없지만 섞이지 않고 지켜야 하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은 여러 면에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 작품이었고, 새로운 문화를 알게 해주었고, 한차원 높은 문학작품을 만난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