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사이

시리즈 세계문학전집 38 | 서머싯 몸 | 옮김 송무
출간일 2000년 6월 20일

제목이 특이하다. 달과 6펜스라니… 어린시절 책장에 꽂혀있던 100권짜리 문고판에서도 본듯하고, 하여간 엄청나게 유명한 책이긴 한데, 내용은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거 보니 대충 읽었거나, 제목만 달랑 알고 보질 않았거나…

 

아무튼 제목만 보고는 암스트롱의 달착륙같은 우주과학 소설 내지, 달에 대한 인간의 동경 뭐 이런 내용이 아닌가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렇게 어떤 사전 지식도 없이 책을 구입했고 읽었다.

 

그런데 책소개에도 나와있듯 프랑스의 화기 폴 고갱을 모델로 한 소설이란다. 아,, 폴고갱이 누구지?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그래서 검색… 반 고흐, 세잔과 함께 20세기 3대 화가라 한다. 지독히 가난했고, 프랑스에서 고흐와 교우하다 남태평양의 작은섬 타히티에서 그림을 그리고 심장마비로 사망… 뭐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온다.

 

음악,미술등에는 어마어마하게 무지하지만 그래도 진중권과 움베르토에코 덕에 미학에 쬐깐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지금 그래도 고갱의 몇 작품을 보자면 빠져드는 느낌이 있다. 마치 중2병에라도 걸린듯 감히 내가 그림을 본다는게 허세일 지도 모르나, 확실히 색감이나 표현이 범상치 않다.

 

소설속 화가이자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고갱과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당연히 서머싯몸 정도되는 대작가께서 그대로 전기를 쓰지는 않았을거고… 그가 왜 고갱을 소재로한 소설을 썼을지는 어렴풋이 알것같다. 정말 드라마틱한 삶이 아닌가? 20세기 세계대전속에 저 먼바다에서 한없이 조용하기만 한 타히티… 그리고 세속의 삶을 모두 거부한 위대한 예술가의 삶과 죽음, 그리고 작품들… 이런 소재라면 누구나 탐낼만 하다.

 

책을 한번 읽고나서 그 제목을 보게 되면 다시금 감탄하게 된다. 달과 6펜스라니… 너무 멋지지 않은가?

 

스무살까지 꽉 짜여진 주입식 교육, 대학, 군대, 취업… 서른즈음되면 결혼, 그리고 출산, 육아…

사회가 짜놓은 프레임에 갖혀서 그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과연 그게 정말 진정한 삶인가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6펜스에 불과한 삶…. 과연 내 삶은 누가 주인인가? 나인가 아니면 이 사회속 다른이들의 시선인가?

 

특히나 사랑조차도 그저 욕구해소에 불과한 작중의 주인공의 자유로움은 한참 부럽기까지 하다. 나라면 저런 삶을 택하진 못했을터이지만… 그리고 저렇게 뻔뻔하기도 쉽진 않겠지… 난 그래도 작품속에서 조롱받는 착한 스트로브를 동정하는 정도의 사회성을 갖고 있다.

 

런던에서의 스트릭랜드, 파리에서의 스트릭랜드, 타히티에서의 스트릭랜드…

모두 한 사람이지만, 진정한 스트릭랜드는 타히티에서의 스트릭랜드일 것이다. 사회가 만든 프레임속에 갇혀살던 40까지의 런던 주식중개업자, 사회적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모든걸 떠나 버리고 그림만을 추구하지만, 주변과 결코 합쳐질 수 없었던 냉혹하고, 자기멋대로인 파리의 괴짜화가, 그리고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타히티의 자유로운 화가…

 

후반부에 작중 화자의 인터뷰로 묘사된 스트릭랜드의 삶은 너무나도 행복해보였다. 특히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는 깜깜한밤에 밤에 피는 하얀 꽃들로 가득한 그곳은 마치 내가 꿈꾸는 그곳이 아닐까 싶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