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12인용 식탁에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있는 것은 고양이들과 그녀가 차린 음식뿐이다. 이곳은 중세유럽의 성을 연상시키는 집이다. 방은 모두 열두 개, 그곳에 사는 사람은 없고 고양이만 가득하다. 이렇게 고요다에 대한 환경을 보여준다. 이런 일상을 살아가는 그녀를 찾아오는 한 남자가 있다. 이름은 강인한, 잡지사 <인스토리>의 기자다. 그의 목적은 1억 원 문학상을 수상했지만 정작 한 번도 인터뷰를 한 적이 없는 고요다를 인터뷰하기 위해서다. 이제 이 두 남녀가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각각 다른 목적을 가지고 말이다.

고요다, 1억 원 문학상을 받은 신비로운 작가다. 그녀의 첫 작품 <뒤꿈치>는 70만부가 팔릴 정도로 베스트셀러다. 하지만 그녀에겐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다. 그녀의 부모가 자살했다는 것과 그녀가 그들의 자식이란 것 등이다. 이런 과거는 숨기고자 하는 마음과 밖으로 토해내고 싶은 욕망 사이에 놓여 있다. 이런 틈새를 파고들어 그녀의 과거를 독자에게 알려주는 인물이 바로 강인한 기자다. 그가 인터뷰를 위해 펼치는 사기극과 능청스러움은 실로 대단하다. 고요다의 허점을 파고들어 그녀를 흔들어놓고 그 누구도 머물기를 원치 않던 그녀의 집에 머문다. 그리고 이 두 남녀는 인터뷰를 둘러싼 심리대결을 펼친다.

인터뷰를 하고 싶어 하는 기자와 이를 막고자 하는 작가의 대결은 강호 무림고수의 대결과 같다. 한 수 펼치면 상대방은 거기에 응수하고, 상대방의 허점을 치고 들어가기 위해 자신의 허점을 노출한다. 물론 이 허점은 상대를 함정에 빠트리기 위한 술수다. 처음에 팽팽했던 대결은 사회 경험이 부족한 고요다가 산전수전 다 겪은 기자의 노림수에 당하면서 기울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기자의 능력 탓만은 아니다. 그녀 속에 쌓인 고통과 외로움이 조그마한 자극 속에서 밖으로 표출된 것이다.

기본 줄거리는 한 은둔 베스트셀러 작가를 인터뷰하는 과정이다. 그녀가 살고 있는 마을의 연쇄실종 사건 미스터리를 바탕에 놓아두면서 환상소설의 표현을 빌려 이야기를 풀어낸다. 남성들의 실종과 그녀는 어떤 관계가 있을지, 단순히 그녀가 은둔생활을 하는 것은 가족의 과거가 드러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수많은 의문과 미스터리를 깔아놓았다. 이 의문과 미스터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나씩 밝혀진다. 하지만 실제 재미는 이 미스터리가 아니라 고요다와 강인한의 밀고 당기는 관계에 있다. 좀더 빨리 좇아내고자 하는 고요다와 어떻게 해서라도 그녀의 집에 머물면서 인터뷰를 하려는 강인한 기자의 관계 말이다.

처음 낯선 작가의 첫 장편이라 조금 지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다. 단숨에 읽었다. 미스터리와 판타지가 섞인 구성에 두 남녀의 밀고 당기기가 예상외의 재미를 주었다. 과거를 하나씩 드러내는 과정은 그녀의 삶이 어떠했는지 알려주고, 모든 사실을 말했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강인한의 반응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식과 인식을 벗어난 것을 전혀 인정하려 하지 않는 습관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마지막 장의 강인한이 쓴 인터뷰 기사는 재미난 반전이자 그녀를 이해하는 그의 정도와 한계를 보여준다. 또 이 인터뷰는 고요다가 세상 밖으로 나가게 하는 계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