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

출간일 2022년 12월 22일

오랜만에 사랑 이야기를 읽었다. 여러 사람의 추천을 받아 정보 없이 책을 펼쳤다. 제목과 표지를 보았을 때는 어떤 사건의 격렬한 흐름이 느껴졌지만, 사랑 이야기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같은 나이인 도담과 해솔은 각자의 부모가 급류에 휘말려 함께 죽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사고 이후, 두 사람은 죄책감과 두려움, 미움 등 복잡한 감정과 힘겹게 싸우며 살아간다. 서로를 간절히 원하지만, 그 마음만큼 큰 고통을 겪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그들의 부모가 사고를 당한 고향으로 돌아가 두려움의 근원과 마주하게 되면서 오히려 전에 없던 해방감을 느낀다. 그들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견고한 마음을 만들어가며 서로에게 다가가는 모습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급류처럼,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감정을 두 사람은 결국 서로에게서 진정으로 확인하게 된 것이다.


드라마를 보는 듯한 내용과 전개에, 자연스레 두 남녀 주인공을 상상하며 캐스팅을 해보았다. 소설 속 이미지에 내 개인적인 생각을 더 하자면, 여주인공 도담은 배우 박은빈 님이, 남주인공 해솔은 배우 정해인 님이 맡으면 참 예쁘겠다, 했다. 나만의 상상을 더해 소설을 더욱 풍부하게 즐길 수 있었다는 건 안 비밀이다.


이 소설은 부모, 연인, 친구, 가족, 동료 등 다양한 관계에서의 ‘사랑’을 보여준다. 모습은 조금씩 다를지라도 그 중심은 같다. 나보다 타인이 더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세상이 시끄럽고 몸과 마음이 건조한 나날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 소설 하나로 촉촉한 기분이 들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느닷없이 가슴을 훅 치고 달아나는 글의 힘, 그 힘을 붙잡으며 오늘을 가지런하게 마무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