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사랑 이야기를 읽었다. 여러 사람의 추천을 받아 정보 없이 책을 펼쳤다. 제목과 표지를 보았을 때는 어떤 사건의 격렬한 흐름이 느껴졌지만, 사랑 이야기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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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나이인 도담과 해솔은 각자의 부모가 급류에 휘말려 함께 죽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사고 이후, 두 사람은 죄책감과 두려움, 미움 등 복잡한 감정과 힘겹게 싸우며 살아간다. 서로를 간절히 원하지만, 그 마음만큼 큰 고통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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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간이 지나, 그들의 부모가 사고를 당한 고향으로 돌아가 두려움의 근원과 마주하게 되면서 오히려 전에 없던 해방감을 느낀다. 그들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견고한 마음을 만들어가며 서로에게 다가가는 모습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급류처럼,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감정을 두 사람은 결국 서로에게서 진정으로 확인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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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는 듯한 내용과 전개에, 자연스레 두 남녀 주인공을 상상하며 캐스팅을 해보았다. 소설 속 이미지에 내 개인적인 생각을 더 하자면, 여주인공 도담은 배우 박은빈 님이, 남주인공 해솔은 배우 정해인 님이 맡으면 참 예쁘겠다, 했다. 나만의 상상을 더해 소설을 더욱 풍부하게 즐길 수 있었다는 건 안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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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부모, 연인, 친구, 가족, 동료 등 다양한 관계에서의 ‘사랑’을 보여준다. 모습은 조금씩 다를지라도 그 중심은 같다. 나보다 타인이 더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세상이 시끄럽고 몸과 마음이 건조한 나날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 소설 하나로 촉촉한 기분이 들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느닷없이 가슴을 훅 치고 달아나는 글의 힘, 그 힘을 붙잡으며 오늘을 가지런하게 마무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