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젠 이오네스코의 『코뿔소』는 나치즘과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집단 이데올로기에 빠져드는 과정을 매우 인상 깊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히 반복되는 집단적 무관심과 비인간적인 폭력의 경향성에 대한 경각심이었다.

소도시의 광장에서 코뿔소가 등장하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이 야수의 출현은 사람들을 패닉에 빠뜨리지만, 그들은 그 후에 벌어지는 고양이의 죽음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이 장면에서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도 사소한 일에 더 큰 감정을 쏟고, 그로 인해 진정한 문제를 외면하게 된다. 이오네스코는 이런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특히, ‘코뿔소 병’은 개인의 일탈이 어떻게 집단의 일원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직장인 뵈프의 변신은 처음에는 비극적으로 여겨지지만, 점차 많은 사람들이 비인간적인 집단에 합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느낀 자기혐오는 읽는 내내 불편한 감정을 안겼다. ‘우리가 비정상일지도 모르잖아요?’라는 질문은 단순한 물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주인공 베랑제의 변화 역시 인상적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친구의 변화를 목격한 후 각성하게 된다. 이오네스코는 그를 통해 인간다움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하는지를 독자에게 질문한다. 베랑제가 코뿔소 병에 저항하기로 결심하는 순간, 나 역시도 일상에서 무관심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코뿔소』는 단순한 비극이 아니다. 집단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개인의 드라마를 통해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오네스코는 비인간적 폭력을 추종하는 대중과 그에 무기력하게 관망하는 지식인들의 나약함을 고발하며, 진정한 인간의 가치를 되찾으려는 노력을 촉구한다. 이 작품을 통해 나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고,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